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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과학원, “구상·분비나무 등 고산 침엽수 자생지 집단고사 중”


입력 2019.05.08 11:10 수정 2019.05.08 10:14        이소희 기자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 발표…후계림 지속 위해 복원노력 필요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 발표…후계림 지속 위해 복원노력 필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2년간 실시한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의 분석결과를 8일 공개했다.

실태조사 결과, 전국 31개 산지에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전체 분포면적은 1만2094ha로,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0.19%였다.

지역적으로는 지리산이 5198ha(43%)로 가장 넓은 면적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한라산은 1956ha(16.2%), 설악산은 1632ha(13.5%), 오대산은 969ha(8%)에 대규모로 분포돼 있었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한라산·지리산·설악산 등 우리나라 주요 명산에서 구상나무·분비나무·가문비나무 등 보호 가치가 높은 상록침엽수가 자생지에서 집단으로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침엽수(구상나무·분비나무·가문비나무·눈측백·눈향나무·눈잣나무·주목 등) 7종은 우리나라 백두대간 명산의 해발 1200m 이상 높은 산에서 주로 서식하나 기후변화 등으로 생육과 갱신에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구상나무는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에만 분포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 국내에서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등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전국적으로 구상나무는 6939ha에 약 265만본이 분포하고 있으며, 분비나무는 3690ha에 약 98만본, 가문비나무는 418ha에 걸쳐 약 3만본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타 눈측백·눈향나무·눈잣나무 등은 일부 지역에 소규모로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주요 분포 범위는 해발고도 1200∼1600m였으며, 수분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쪽계열 사면에 주로 분포했다. 고산침엽수 분포지역의 평균 기온은 약 6.3℃(전국 평균 12.3℃), 강수량은 1697mm(전국 평균 1310mm)였다.

이에 산림청은 2016년 10월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 대책’을 발표하고,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 피해. ⓒ산림청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 피해. ⓒ산림청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7대 고산 침엽수종에 대한 전국 정밀 분포도를 최초로 제작했으며, 739개 표본 조사지점에서 현지조사 수행해 고산 침엽수종의 밀도와 건강상태 등 생육현황 전반에 대한 방대하고 정밀한 현장정보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현황에 대한 최초의 전국적 조사 자료라는 점과 향후 고산 침엽수종 보전·복원 활동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뒀다.

현지조사를 통해 고산 침엽수종의 고사목 발생현황과 생육목의 건강도를 측정하고 종합적인 쇠퇴도를 산출한 결과로는 전국 구상나무림의 약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 가량이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수종별로 쇠퇴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구상나무의 경우 한라산에서 39%, 분비나무는 소백산에서 38%, 가문비나무는 지리산에서 25%로 나타났다.

쇠퇴도는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기온상승률이 높고 위도가 낮은 곳에서 높게 나타났다.

산림과학원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고산 침엽수종의 숲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에는 어린나무의 개체수가 적고 나무들의 연령구조가 불안정해 지속적인 개체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들었다.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는 작은 나무가 부족한 왼쪽으로 치우친 종형구조이며 가문비나무는 작은 나무와 중간크기 나무도 부족한 종형 구조로, 가문비나무의 숲의 구조가 가장 불안정했다.

아울러 후대를 이을 어린나무(흉고직경 6cm 미만이면서 수고 50cm 이상)를 조사한 결과, 지리산에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각각 ha당 평균 191본과 53본이 있었으며. 설악산의 분비나무는 ha당 평균 181본이 출현해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고산 침엽수의 고사에는 고산지역의 특성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고사발생 유형을 발견하고 고산 침엽수 쇠퇴가 기후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음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겨울·봄철 기온 상승과 가뭄, 여름철 폭염, 적설량 감소 등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생리적 스트레스가 최근 상록침엽수의 대규모 고사와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

실제 고사목 중 구상나무는 63%, 분비나무와 가문비나무는 각각 64%와 94%가 서 있는 상태로 고사했는데, 이는 생리적 스트레스 또는 경쟁으로 인한 피해로 추정할 수 있다는 산림과학원의 설명이다.

또 한라산은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온도상승률이 가장 높은 동시에 고산지역의 극한 기상특성도 크게 작용해 쓰러져 죽은 고사목(48%)이 매우 많이 발견됐으며, 전체적인 쇠퇴도(39%)도 전국 주요 지역 중에서 가장 높았다.

산림과학원은 고사와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는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보전·복원을 위해 쇠퇴도와 유전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우선 복원 후보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생태연구과장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을 위해 조사와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러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 유관 기관과 협력해 멸종위기 침엽수종의 보전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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