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勞에 휘말리는 車-하]상호 양보 없인 공멸…노사, 위기 극복 동참해야


입력 2019.04.17 06:00 수정 2019.04.17 06:07        조인영 기자

프랑스 르노·미국 GM, 글로벌 위기 속 노사 협력으로 생산성 회복

쌍용차, 9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상생 노사 문화로 경쟁력 제고

예병태 신임 사장이 지난 1일 오전 취임식 직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생산현장을 둘러보며 현장직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쌍용자동차 예병태 신임 사장이 지난 1일 오전 취임식 직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생산현장을 둘러보며 현장직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쌍용자동차

프랑스 르노·미국 GM, 글로벌 위기 속 노사 협력으로 생산성 회복
쌍용차, 9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상생 노사 문화로 경쟁력 제고


자동차 산업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이 탄생 이후부터 생산 차질과 노사 갈등, 구조조정 등의 문제는 빈번했다. 다만 이러한 위기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간 사례를 살펴보면 노조의 양보를 기반으로 한 노사 협력이 원동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11년경 유럽은 국가 부채위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자동차업체 대부분이 판매 부진에 빠졌다. 실제 2012년 한 해 동안 유럽 자동차 수요는 8% 줄었고, 2007년과 2012년 5년에 걸쳐 23%가 축소되는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실제 프랑스 르노 유럽 판매는 2011년 277억2000만유로에서 2012년 246억6100만유로로 11.0% 줄었다. 영업이익은 12억4400만유로이던 것이 1년 새 1억2200억유로로 고꾸라지며 10분의 1 규모로 대폭 축소됐다. 가동률 역시 60~65%로 떨어지면서 유휴 생산에 대한 구조조정이 임박한 상황이었다.

조직 축소가 절실했지만 노사는 함께 머리를 맞댔다. 노사는 9개월 간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협의(TF) 끝에 노조는 일자리 감축, 임금동결, 근무시간 연장 및 근무지 유연성을 양보하고 사측은 제 3자 생산물량(닛산, 다임러, 피아트 등) 20만대 이상을 프랑스로 끌어와 국내 공장 전부 유지하고 가동률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노조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자연이직 등 프랑스 인력의 17%에 해당하는 7500명의 일자리를 줄이는 데 동의하고, 임금을 3년간 동결했다. 근무지 이동(인력 배치) 관련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협력했다.

회사는 순감축 인원 목표치인 8260명을 달성할 경우 76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프랑스 내 연간 생산량을 2013년 53만대에서 2016년 71만대로 늘리고 2016년까지 프랑스 모든 공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공장 뿐 아니라 엔지니어링, 영업·마케팅, 서비스 등 부문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노사 협력은 구조조정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르노는 기존에 약속했던 760명 외에 정규직 3000명을 더 채용했다. 프랑스 공장 연간 생산량도 2014년 31%, 2015년 24% 늘어나면서 실적 회복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뿐 아니라 미국에도 구조조정 위기가 불어닥쳤다.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미국 자동차 시장은 일본 경쟁사 입지 강화에 따른 실적 부진, 과도한 고정비와 높은 손익분기점으로 수익성이 날로 악화됐다.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2005년 1700만대에서 2009년 1043만대로 축소되면서 38.6% 가량 급감했다. GM의 경우 적자 규모가 2005년 104억2000만달러에서 2006년 19억800만달러, 2007년 387억3000만달러, 2008년 308억600만달러 등 지속되는 적자로 경영난이 가중됐다.

결국 GM은 2008년 토요타에 밀려 2위로 하락한 데 이어 다음해인 2009년엔 더 버티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무재해 목표달성 결의대회 여는 기아차 광주공장 임직원ⓒ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무재해 목표달성 결의대회 여는 기아차 광주공장 임직원ⓒ기아자동차 광주공장

GM 노사는 생존을 우선순위로 두고 함께 고심했다. 노조는 인건비 절감, 파업 자제를 수용하고 회사는 생산 회복 시 해고자 우선 고용 등을 약속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한 발씩 양보했다.

특히 노조는 2009년~2010년 2년간 성과급을 받지 않고 급여를 동결했다. 북미공장 근로자는 8만8000명에서 2009년 6만8000명 수준으로 22.7% 가량 줄였다. 또한 신규 근로자 임금을 기존 직원의 절반 수준인 시간당 14달러로 낮추는 '이중임금제'를 적용하고 2015년까지 6년간 파업을 자제했다.

대신 회사는 생산량을 늘리게 될 경우 미국에 물량배정 우선순위를 두고 해고자 우선 고용을 약속했다. 경영손실에 대한 책임 분담 차원에서 경영진을 교체하고 기존 주주의 주식을 감자하기도 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속 비용경쟁력을 향상시키면서 GM은 2010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음해인 2011년 단체협약 체결에서도 노조는 인건비 경쟁력 유지에 협조하고 회사는 해고 직원 중 1만1000명을 재고용하고 성과급 지급을 약속하는 등 협력적인 관계를 이어나갔다.

그 결과 2015년엔 984만대를 판매하는 등 3년 연속 최대 실적이라는 성과를 창출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가 노사의 협력으로 다시 일어선 것처럼 국내에서도 모범 사례는 존재한다. 2009년 쌍용차 파업 사태 이후 민주노총을 탈퇴해 독립노조가 된 쌍용차 노조는 9년 연속 임금·단체협약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며 상생의 노사문화를 정착시켰다.

대립적인 노사관계와 파업, 시위 속 생산차질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쌍용차는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무엇 보다 노사의 신뢰 구축과 상생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최종식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노·노·사·정(쌍용차 노동조합,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간의 사회적 대 타협을 이끌어 냈고 바통을 넘겨 받은 예병태 사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들과 적극 소통에 나서는 등 열린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예병태 사장은 “제대로 소통하는 조직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언제 어디서나 열린 마음으로 임직원들과 소통함으로써 임직원들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쌍용차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안들을 함께 찾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악화되는 글로벌 여건 속 노사가 협력하지 않고 살아난 사례는 전무하다"면서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구조조정 위기를 감내하기 위한 노사간의 대타협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