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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보수" 미련없이 쏟아부은 오세훈 '진인사대천명'


입력 2019.02.24 07:49 수정 2019.02.24 07:50        정도원 기자

황교안에 대세론 내주자 초심으로 돌아간 모습

"야유 속에서 죽을 각오로 외친 충정 알아달라"

캠페인 끝날 무렵, 마침내 일반국민 대상 선두

미련없이 '오세훈답게' 전당대회 캠페인 펼쳤다
황교안에 대세론 내주자 초심으로 돌아간 모습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9일 당 지도부의 환영을 받으며 복당하고 있다. 환한 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때까지만 해도 오 위원장의 앞에 '꽃길'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9일 당 지도부의 환영을 받으며 복당하고 있다. 환한 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때까지만 해도 오 위원장의 앞에 '꽃길'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이 네 차례의 합동연설회와 여섯 차례의 TV토론을 거치며 당내 '개혁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미련이 남지 않을, 가장 '오세훈답게' 선거 캠페인을 펼쳤다는 평가다.

오세훈 위원장은 지난해말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에는 '대세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 움직임이 복잡·미묘했다.

복당 한 달여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태극기 부대'도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태극기 부대' 포용론으로 오 위원장이 '움찔'하며 복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관측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대세론을 의식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자세였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등판해 '대세론'의 주인공 지위를 넘겨준 뒤, 전당대회 보이콧과 '대승적 복귀'를 거치면서 오히려 결기가 섰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등 그를 만난 사람들도 "더 이상 대세가 아니다. 도전자처럼 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가짐이 홀가분해졌기 때문일까. 15년 전 일명 '오세훈법'을 만들었던 '개혁'의 포지션, 초심으로 돌아갔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태극기 부대' 성향 당원들을 향해 "그런 분노만으로는 총선도 못 이기고 정권교체도 못한다"는 말을 초지일관 한 후보는 오 위원장이 유일했다.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렸던 첫 합동연설회에서 그런 취지의 연설을 강하게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마저 "나타나면 차를 부숴버리겠다"는 막말에 시달리자 이후로는 확실히 위축된 모습이 엿보였다.

이러한 조 후보에게 첫 연설이 끝난 뒤 조용히 다가가 "말 잘했다"고 격려해준 또다른 최고위원 후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 후보는 그 사실을 비밀로 해줄 것을 극력 당부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들 '강성 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오 위원장이 대구는 물론 마지막 수도권 연설회까지 자신이 생각하는 '총선 승리'의 방법론을 당당하게 설파한 모습은 상대적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야유 속에서 죽을 각오로 외친 충정 알아달라"
야유에 맞선 '포지셔닝'…김진태는 들여다봤다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지난 12일 2·27 전당대회 보이콧 의사를 철회하고 당권경쟁 재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때의 '대세론'을 의식해 '선거 캠페인'에서 분명치 못한 태도를 보여왔던 오 위원장에게 이 때를 기점으로 결기가 섰다는 관측이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지난 12일 2·27 전당대회 보이콧 의사를 철회하고 당권경쟁 재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때의 '대세론'을 의식해 '선거 캠페인'에서 분명치 못한 태도를 보여왔던 오 위원장에게 이 때를 기점으로 결기가 섰다는 관측이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마지막 연설에서 오 위원장은 "TK에서도 야유와 삿대질 속에서 표를 의식하지 않고 죽을 각오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외쳐왔다"며 "이 충정을 진정 모르시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빗발치는 야유 속에서도 할 말을 한 모습을 '자산'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다.

한국당에서 가장 전략적인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김진태 의원은 오 위원장의 이러한 의도를 금방 들여다봤다.

김 의원은 수도권 연설회에서 오 위원장을 향한 청중들의 야유에 대해 질문받자 "오 후보도 예의의 차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야유가 없었더라면 되레 빛을 발하지 못했을 연설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당사자인 오 위원장이 "'중도를 지향해야 선거에서 실리를 추구할 수 있다'는 말이 성에 차지 않는 분들에게는 당연한 반응"이라며 "문제삼을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인사대천명'하는 자세로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오 위원장의 '도전자 캠페인'은 결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전당대회 캠페인을 시작할 때에는 당심·민심 모두 황 전 총리에게 크게 뒤처져 있었다. 일각에서는 "뭣하러 황 전 총리를 위한 판을 만들어주느냐"며, 그의 당권경쟁 복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마이크'를 잡았다는 측면에서 그의 당권경쟁 재합류를 긍정적으로 보던 사람들조차도, "레이스가 끝날 때쯤에 설령 전당대회는 지더라도 전체 범보수 대권주자 중 국민여론조사 1위로 올라서는 게 목표"라는 오 위원장측 관계자들의 말에는 코웃음을 쳤었다.

그 불가능해보이던 목표가 2주 간의 '기적의 레이스'의 결과,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한국당 당대표 후보에 관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오 위원장은 일반 국민 대상으로 37%의 지지를 얻어, 22%의 황 전 총리와 7%의 김 의원을 앞질렀다.

캠페인 끝날 무렵, 마침내 일반국민 대상 선두
독자적 위상 확보…당내 일각 회의감 불식될 듯


2·27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인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이 지난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청중들의 야유와 고성·욕설 속에서도 연설을 이어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27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인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이 지난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청중들의 야유와 고성·욕설 속에서도 연설을 이어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물론 한국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24%를 얻어, 52%의 황 전 총리에게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에서 당대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 위원장 스스로도 "당심이 민심을 따라가는데에는 시차가 조금 있다"며 "닷새 내지 일주일만 더 있었더라면 아마 확실하게 판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과는 달리 이 시점에서 선거운동이 끝나고 투표가 이뤄지는 게, 되레 오 위원장을 위한 '골든타임'일 수도 있다. 손에 잡힐 듯 어른거리는 당대표에 '도전자 캠페인'의 초심이 흐려지고, 전략과 컨셉에 혼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당대표가) 되면 좋지만, 되지 못하더라도 30%가 반영되는 국민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다면 오 위원장으로서는 분명한 성과"라며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골든크로스'를 끝내 못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한때 "3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샀던 오 위원장으로서는 향후 정치적 장래가 어둡지 않다. 당내에서도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된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황 전 총리의 캠프에는 친박계 의원의 보좌진이 파견된 반면, 비박계 의원들은 오 위원장의 캠프에 보좌진을 파견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당대회 이후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에 회의감을 가져왔다"며 "결과가 말하겠지만, 만약 국민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다면 종합 순위에 관계없이 이런 회의감은 불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금의 한국당에서 '태극기 부대'에 자유로운 위치에서 중도와 '국민 속으로'를 말할 수 있는 잠재적 대권주자라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입지"라며 "2020년 총선 이후 2022년 대선까지 전략적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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