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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 이제 박 전 대통령 곁에서 물러서라


입력 2019.02.11 05:30 수정 2019.02.11 05:2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오랜 침묵 끝에 꺼낸 게 의자 이야기인가

보수우파에 도움 안될 내용을 꺼낸 저의가 뭔가

<칼럼>오랜 침묵 끝에 꺼낸 게 의자 이야기인가
보수우파에 도움 안될 내용을 꺼낸 저의가 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3월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청사를 등지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3월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청사를 등지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너무 오랫동안 침묵해왔다.

헌법재판에서 일생이 걸린 탄핵재판이 진행 중일 때도, 탄핵결정으로 청와대를 나올 때도, 검찰에 불려갈 때도, 재판을 받는 중에도, 그 후 2년이 다 돼가는 구금생활 중에도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마디도 외부로 자신의 심정이나 자신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알린 적이 없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렇다.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 등 다른 이유도 많았지만 어떻든 최고지도자였던 본인의 불찰도 상당한 요인이 돼 정부가 무너지고 보수우파 세력이 사실상 궤멸된 것을 생각하면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금(金)이라고만 생각되지 않는다.

수많은 공직자와 군인, 교수 기타 전문가들이 적폐라는 구실로 감옥에 갇혀 있고 그 가정과 식솔들은 모두 죄인 아닌 죄인이 돼 파탄 지경에 있다.

또 무엇보다 지난 2년 이상 사시사철 수많은 사람들이 토요일마다 아무 보상없이 아스팔트로 나와 더위와 찬바람 속에 박 전 대통령의 신원과 구명을 외치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가장 책임이 크다면 큰 전직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단 한 마디의 사과나 위로, 그리고 이 고난의 행군을 하루 빨리 끝내기 위한 짧은 격려 메시지 하나도 못 내보내나.

지도자가 어떻게 이토록 참담한 지경에서도 무신경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 없을 수 있나. 이러한 처신은 나같이 표를 찍고 지지했던 사람도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하물며 박 전 대통령을 반대하고 쌍욕을 해대는 좌파 세력의 눈에 아직도 친박·비박을 따지고 '네 잘못 내 잘못'을 따지는 자유한국당 내부의 알력까지 뒤섞이면 얼마나 한심한 지도자, 한심한 세력으로 비칠까.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오래도록 침묵을 이어오는 것이 본인만의 고집인가. 그것에는 유일한 외부 소통창구인 유영하 변호사의 책임도 상당하다고 본다.

물론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외부 인사는 물론 형제 간의 접촉조차 싫다면서 오직 자신만 만나겠다 하고, 외부에 당신의 생각이나 말씀을 한 조각도 알리지 말라 하니 자신도 어쩔 수 없다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러한 침묵이 모두 용인이 되겠는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억울하고 부당한 탄핵이나 엉터리 재판결과에 짓눌린 보수우파 내부의 난맥상이 저절로 해결되기를 언제까지나 마냥 기다려야 할 것인가.

지난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기 군포에서 열린 유세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와 동행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 유 변호사는 17대 총선부터 경기 군포에 세 차례 출마해 박 전 대통령의 지원유세에도 불구하고 세 차례 내리 낙선한 뒤, 20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텃밭'인 서울 송파을로 옮겨 '진박 공천'을 받으려 했으나, 공천을 줄 수 없다는 김무성 당시 대표최고위원의 소신과 뚝심에 밀려 실패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기 군포에서 열린 유세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와 동행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 유 변호사는 17대 총선부터 경기 군포에 세 차례 출마해 박 전 대통령의 지원유세에도 불구하고 세 차례 내리 낙선한 뒤, 20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텃밭'인 서울 송파을로 옮겨 '진박 공천'을 받으려 했으나, 공천을 줄 수 없다는 김무성 당시 대표최고위원의 소신과 뚝심에 밀려 실패했다. ⓒ연합뉴스

만약 내가 유 변호사의 입장이라면 이렇게라도 했을 것 같다.

"지금처럼 계속 칩거하고 침묵만 해서는 안 된다. 나 말고 다른 유능한 변호사들도 접견해서 조력도 받고 또 같이 일했던 비서진들과 각료들, 지인들과도 두루 소통을 하시라.

당신만큼 고초를 겪지는 않아도 이 시절을 걱정하고 힘들어 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라. 필요하다면 나를 밟고서라도 다시 뭉쳐서 정권을 되찾아 달라든지 힘이 될 무슨 메시지라도 가끔씩 바깥에 전하게 해달라.

그렇게 못하시겠다면 이제 더이상 찾아뵙지 못하겠다. 내가 오지 않아야 다른 변호사라도 찾으실 것 아니냐."

그렇게 해도 이미 때가 많이 늦은 처지에 탄핵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변인 신분으로 방송에 나와서 겨우 꺼낸 이야기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를 모르는 것에 모든게 함축되어 있다는 둥, 권한대행 시절에 허리가 아픈 박 전 대통령에게 의자를 넣어달라고 했는데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따위의 내용들인가.

그 발언의 사실 여부나 경위가 어떤지는 사실 그다지 중요치도 않다.

어차피 좌파 정권의 일방독주와 내로남불식 폭주로 나라가 가라앉고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판에 유 변호사의 그런 발언 내용이 사실인지, 그 내용이 황 전 총리의 당대표 경선에 유리한지 혹은 불리한지가 뭐 그리 대수인가.

집권세력의 조롱거리나 될 뿐 도대체 박 전 대통령 본인을 위해서나 보수우파의 재건을 위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그런 내용을, 이 시점에서 유 변호사가 거론하고 발설하는 저의는 대체 무엇인가. 정말 박 전 대통령 본인의 뜻이 맞기나 한가.

진작부터 느꼈지만 박 전 대통령을 주변에서 도와야 할 역할은 유 변호사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이제 너무나 어렵고 막중하다고 본다.

이제 재판도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박 전 대통령에게 조력이 필요한 부분은 형사재판 변호사 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역사적 책무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고, 세상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려줄 책사가 더 필요하다.

그러니 분에 맞지 않는 역할을 계속해 혼자 맡기보다는 다른 분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도록 이제는 뒤로 물러서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글/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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