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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캄보디아 韓 금융 터줏대감 신한, 꾸준함으로 '승부'


입력 2019.01.25 06:00 수정 2019.01.25 06:08        데일리안(캄보디아 프놈펜) = 부광우 기자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새 10년 준비' 서병현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

한국계 금융사 중 첫 진출 '반석'…"올해 연간 순익 1000만달러 달성 목표"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새 10년 준비' 서병현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
한국계 금융사 중 첫 진출 '반석'…"올해 연간 순익 1000만달러 달성 목표"


서병현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데일리안 서병현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데일리안

"연간 당기순이익 1000만달러까지 가보겠다."

서병현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은 올해 실적 목표를 얼마나 잡고 있냐는 질문에 나지막하지만 다부진 어조로 이 같이 답했다. 서 법인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장밋빛 청사진을 논하는 화려한 수식보다 꾸준함에 대한 강조가 담겨 있었다. 캄보디아 금융이 커 가는 속도에 맞춰 조직을 키워 가면 된다는 다짐이다.

서 법인장의 표현만 놓고 보면 조심스러운 행보를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신한캄보디아은행의 성장세는 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빠르다. 신한캄보디아은행은 지난해 700만달러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 법인장이 내세운 올해 목표 성적은 1년 안에 순이익을 1.5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의미다.

서 법인장은 "올해도 예전의 기조를 이어가며 조직과 사업을 키워가겠다"며 "추가 영업 채널 확장을 통해 자산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 법인장의 자신감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신한캄보디아은행은 우리나라 금융사 가운데 현지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터줏대감이다. 그 만큼 기반을 잘 닦아 놨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이 캄보디아로 건너간 지도 어느덧 12년째다. 신한은행은 2007년 10월 신한크메르은행을 설립하며 한국계 은행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이후 시나브로 규모를 키워 온 신한캄보디아은행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억600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대출도 2억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2016년 이후 자산과 대출 모두 해마다 40~50%의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에 더욱 속도가 나고 있다.

신한캄보디아은행에게 지난해는 특별한 한 해였다. 우선 당초 신한크메르은행이었던 간판을 지금의 신한캄보디아은행으로 바꿔 달았다. 또 현지 영업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10년 만에 본점도 프놈펜 중심 상업지역으로 옮겼다. 사실상 새로운 출발을 알린 셈이다.

신한은행과 캄보디아 금융당국 등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열린 신한캄보디아은행 본점 이전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한은행 신한은행과 캄보디아 금융당국 등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열린 신한캄보디아은행 본점 이전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한은행

이처럼 영업 기간이 길었던 만큼 신한캄보디아은행은 더 이상 현지인들에게도 낯설기만 한 외국계 은행은 아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계 금융사에게 현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 기업의 진출 사례가 아직 별로 없는 편이어서다. 현지인들을 상대로 영업이 막히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 법인장은 "한국에서 성공이 검증된 방식이라 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는 맞지 않는 방법일 수 있다"며 "신한은행 한국 본사에서 권한과 자율권을 많이 이양해주고 있는 만큼, 이곳에 맞는 별도의 프로세스와 조직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 법인장은 캄보디아를 바라볼 때 평균의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직접 와서 부딪혀 보기 전에는 현지 사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겉으로 드러난 캄보디아의 소득 수준만 보면 사업 확대의 여지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금융 시장이 집중돼 있는 프놈펜만 놓고 보면 실상은 천지차이라는 설명이다.

서 법인장은 "여기 처음 올 때만 해도 스타벅스도 없었고, 커피숍은 외국인들의 공간일 만큼 현지인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이제 커피숍 자리 대부분을 캄보디아인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은 캄보디아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의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은 1300~1400달러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부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프놈펜의 소득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다"며 "이에 캄보디아를 괜찮은 시장이라고 판단한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최대한 성장에 집중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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