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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수은 양곤사무소 “기업 미얀마 진출 숨은 조력자 될 것”


입력 2019.01.23 06:00 수정 2019.01.23 10:03        데일리안(미얀마 양곤)= 배근미 기자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이태용 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장

"데이터 2차 사업 조만간 입찰…대국 지원 멈춘 지금이 적기"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이태용 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장
"데이터 2차 사업 조만간 입찰…대국 지원 멈춘 지금이 적기"


이태용 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장과 한종남 부소장 및 현지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수출입은행 이태용 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장과 한종남 부소장 및 현지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수출입은행

수 년 전 미얀마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지 금융 인프라 지원을 위해 방문했을 당시 우연히 열어본 컴퓨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시스템 내부에는 일본 원조를 통해 지원받았음을 알리는 표식 일색이었다는 것.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 알 수는 없으나 실제로 일본은 한 국가 당 한 금융사 진출이라는 현지 관행을 뒤집고 3개의 상업은행 티켓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미얀마 양곤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회사들과 기업들의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이태용 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장은 최근들어 부쩍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아세안(ASEAN)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미얀마 현지에서 올 상반기 공사에 돌입할 예정인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를 필두로 다양한 사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수은의 역할은 공적개발원조(ODA) 지원과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 및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는 것. 이태용 사무소장은 “보통 EDCF와 수출입은행이 먼저 들어가서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길을 닦으면 그 위로 시중은행들과 민간기업들이 좀 더 편하게 신흥시장에 진입 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대미얀마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승인 실적은 15개 사업에만 약 8억5300만 달러(9650억원) 상당. 사업은 대부분 철도 현대화나 전화 통신망 확충과 같은 기반 인프라 확충에 집중돼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많은 수주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렇게 정비된 전기나 통신망, 철도 인프라는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안정적인 사업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소장은 “미얀마 전화 잘 되죠? 이곳 광케이블도 한국이 깐 거다”라며 “지난해 우리가 미얀마 정부에 차관을 주고 발주했는데 그것을 KT가 입찰받아 공사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진행된 사업이 잘 되다보니 1억 달러 규모의 2차 사업(정부 데이터센터)을 또다시 우리에게 요청을 했다”며 “조만간 입찰이 뜰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 소장은 지금 이 시기를 “미얀마 진출에 있어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말했다. 대내외 정치적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미국과 유럽이 미얀마 제재를 언급할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지만 그는 대국들이 지원을 멈춘 지금이 적기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소장은 “현재 투자가 간절한 미얀마 입장에서 지금 손을 내밀어준 국가만큼 고마운 존재가 없을 것”이라며 “종교(불교)적 특성 때문인지 미얀마인들이 생각보다 의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태국에 진출해 있던 국내 은행들이 현지 정부의 잔류 요청에도 철수를 결정했고, 그 이후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동남아 최대 시장인 태국에 국내 은행들이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국내 금융업권 내에서도 뼈아픈 역사로 꼽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진출에 있어 ‘타이밍’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소장은 “현재 가능한 것은 결국 차관”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자이카나 국내 코이카가 무상 원조를 통해 지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지원 규모는 일본 대비 100분에 1 수준에 지나지 않는 상황. 결국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이처럼 미래 성장가능성을 가진 개발도상국들와 지속적인 협력을 맺어나가며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 소장은 단순히 ‘신남방정책’이라는 단어를 뛰어넘어 보다 구체화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신남방정책’이 말에만 그치면 안된다”라며 “일본도 그렇고 중국 역시 ‘일대일로’를 선언하며 미얀마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해외 진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책임질 수 있는 일종의 컨트롤 타워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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