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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가 더 많은 시중은행…혁신 금융 '공허한 메아리'


입력 2018.12.28 06:00 수정 2018.12.28 06:27        부광우 기자

5대 은행 직원 중 책임자만 54.6%…비율 더 높아져

국민은행 59%로 가장 높아…디지털금융 퇴색 우려

5대 은행 직원 중 책임자만 54.6%…비율 더 높아져
국민은행 59%로 가장 높아…디지털금융 퇴색 우려


국내 5대 은행별 일반 직원 중 책임자급 인원 비중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별 일반 직원 중 책임자급 인원 비중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들의 직원들 가운데 여전히 절반 이상이 책임자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점과 현장에서 한창 일하는 계장이나 대리보다 업무를 지시하는 차장·부장급 직원이 더 많다는 얘기로,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은 오히려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들이 밖으로는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안으로는 고질적인 항아리 인력 구조를 깨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에 근무 중인 일반 직원들 중 책임자급은 54.6%로 집계됐다. 책임자급 미만인 행원은 45.4% 수준이었다.

은행별로 보면 이 같은 책임자급 쏠림 현상이 가장 심한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의 일반 직원 중 책입자급의 비율은 59.1%로 해당 은행들 중 최고였다. 농협은행(56.5%)과 신한은행(55.3%), 우리은행(54.1%) 등 대부분 은행의 책임자급 직원 비중이 절반을 넘기며 일반 행원보다 높았다. 하나은행만 책임자급 비율이 46.8%로 그 이하 행원급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실무진보다 관리자가 더 많은 은행들의 조직 구조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도리어 다소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1년 전 조사 대상 은행들의 전체 일반 직원 가운데 책임자급은 54.1%, 행원급은 45.9%를 나타냈다. 이에 따르면 한 해 동안 5대 은행의 책임자급의 비중은 0.5%포인트 확대된 반면, 행원급은 0.5%포인트 축소됐다.

이유는 단순하다. 행원들보다 관리자급 직원들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즉, 근속연수를 채워 승진해 책임자급으로 편입되는 숫자가 신규 채용을 통해 새롭게 은행원이 되는 인원보다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전체 일반 직원은 지난 9월 말 기준 7만341명으로 전년 동기(6만9032명) 대비 1.9%(1309명)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관리자급 직원이 3만7373명에서 3만8377명으로 2.7%(1004명) 늘면서 증가 인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책임자급 미만 행원은 3만1659명에서 3만1964명으로 1.0%(305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과거 은행들의 성장 과정에서 기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인 사회 진출을 시작할 때부터 은행들도 몸집을 불리며 이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어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의 지점과 임직원은 계속 늘어 왔다. 당시까지만 해도 고객들이 은행을 직접 방문해 업무를 보는 일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인터넷·모바일 등 온라인 뱅킹이 활성화하면서 은행들은 많은 지점과 인원이 필요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신규 채용 규모는 과거에 비해 축소된 것이 사실이다. 은행의 항아리 형태 인력 구조가 한층 강화돼 온 원인이다.

문제는 다른 산업군에 비해 보수적이라고 평가되는 금융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은행을 중심으로 자라 온 국내 금융권의 구조상 그 중심에는 은행원들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 내부 인력 고령화를 둘러싼 은행들의 고민이 커지는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이어지는 명예퇴직 등으로 은행의 항아리형 조직은 점차 완화돼 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워낙 오랜 기간 누적된 인력 구조 상 단기간에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어떤 산업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책상에 앉아 있는 인원보다 현장에서 실무를 보는 구성원이 많아야 한다"며 "디지털 금융 시대를 맞아 은행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조직을 혁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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