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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민주노총의 폭주…떠오르는 한총련의 잔상


입력 2018.11.21 06:00 수정 2018.11.21 06:09        박영국 기자

대중적 공감대 상실한 21일 총파업…한총련 몰락 과정과 오버랩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11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11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중적 공감대 상실한 21일 총파업…한총련 몰락 과정과 오버랩

학생운동이 대중과 공감하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주의가 군홧발에 짓밟히던 시절 대중들은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에게 먹고 마실 것을 건넸고 전투경찰에 쫓기던 학생을 숨겨주기도 했다.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은 학생 운동권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거쳐 200개의 대학이 참여하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라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군부 출신이 아닌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더 이상 과거의 과격한 학생운동은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화염병의 열기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한총련의 과격 시위는 멈추질 않았고, 민생과 괴리된 반미·친북 노선은 더욱 강화됐다.

과거와는 다른 싸늘해진 대중의 시선을 보지 못한(혹은 보고도 무시한) 한총련은 1996년 연세대학교에서의 대규모 폭력시위, 1997년 선반기능공을 프락치로 몰아 구타해 사망케 한 이른바 ‘이석 치사사건’ 등을 일으키며 폭주했고 결국에는 대중적 지지를 완전히 상실했다.

한총련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대법원에 의한 이적단체 지정'이 꼽히지만 그 전에 한총련은 이미 대중과 괴리된 ‘그들만의 세상’에 파묻혀 사회적 순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단체로 전락해 있었다.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노동운동의 양대 축 중 하나인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한총련의 몰락 과정이 떠오른다.

시위나 파업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기득권 세력의 부당한 폭압과 이에 대한 약자의 저항’이라는 조건을 기반으로 한다. 과거 노동운동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며 묵묵히 일하던 노동자들이 배부른 권력자들과 재벌들의 폭압에 맞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위에서 언급한 어떤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민주노총의 주력 산하단체인 금속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주요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귀족노조’라 불릴 정도로 고임금과 풍족한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저항의 대상’으로 지목한 문재인 정부는 역대 가장 노동 친화적인 정부로 불리며, 기업들은 각종 대내외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경영난을 버티다 못해 폐업한 소상공인이나, 완성차 업체의 파업으로 당장 일자리가 사라질까 걱정해야 하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연봉 1억에 육박하는 노조의 파업이 공감이 갈 리 없다.

모든 경제지표가 비관적 미래를 보여주는 상황에서,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노동 친화적 정책 ‘소득주도 성장’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선언한 21일 총파업은 과거 한총련이 문민정부를 상대로 보여준 강경노선과 오버랩된다.

마치 자신에게 유리한 편파판정을 한 심판에게 왜 좀 더 유리한 판정을 내리지 않았냐고 떼쓰는 운동선수를 연상케 한다.

민노총은 최근 포스코에서 벌어진 양대 노총간 대표노조 쟁탈전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참패한 상황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무시한 채 폭주하다가는 과거 한총련과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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