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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금리인상 압박 상승…한은의 좁혀진 행보


입력 2018.09.27 11:05 수정 2018.09.27 11:06        이나영 기자

과거 금리 역전 1%포인트 벌어졌을 때 월 2조7000억원 이탈

한미 금리차 확대·가계부채 증가세 인상 압박…총리 발언 곤혹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한국은행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한층 더 복잡해졌다.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다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 금리를 올려야 되긴 하지만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인상 필요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의 불필요한 입놀림으로 한은의 스텝만 꼬이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준은 26일(현지시간) 2.00~2.25%로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했다. 이로 인해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0.75%포인트로 커졌다.

올해 미 연준이 금리를 세 차례 올릴 동안 한은은 계속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한 후 1.50%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한·미 금리차는 더 벌어졌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0.75%포인트로 확대된 것은 2007년 7월 이후 11년 2개월 만이다. 미 연준이 오는 12월에 금리를 올리고 한은이 연내 동결하면 금리 역전 차이는 1.0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은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미 금리 역전폭이 1.00%포인트가 됐을 때 외국인 투자자금이 월평균 2조7000억원 이탈한 바 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한·미 금리 격차가 0.25%포인트 확대되면 주식·채권 투자 8조원, 직접투자 7조원 등 15조원의 국내 유입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금리인상 압박도 강해졌다. 이일형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두달째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내고 있고 다른 금통위원들도 금융안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금리인상에 압박을 가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무총리가 한은의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 금통위 회의는 오는 10월18일, 11월30일 두 차례 남았다. 시장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 인상 필요성 발언, 매파적 기류가 강화된 8월 금통위 의사록,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을 감안해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된 분위기다.

다만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금리를 인상했다며 독립성 훼손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한은으로선 큰 부담이다.

경기지표 개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8월 고용동향에서 1년 전보다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이달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월(1.4%)보다 크게 높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이 내달 내놓은 수정경제전망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9%)를 더 낮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금통위원이 한·미 금리 역전과 가계대출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안정에 더욱 치중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만큼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결국 한은의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며 앞으로의 인상 전망도 시장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금리 정책에 관해서는 그 전에도 밝혔지만 거시경제상황, 미국 금융불균형의 축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미국의 금리인상, 앞으로 발표될 지표나 미중무역분쟁 등을 지켜보며 고민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 주재로 열린 통화금융대책반 회의에서도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예상된 결과”라며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확대된 가운데 앞으로도 미 연준의 금리인상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조금 더 경계감을 갖고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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