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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단 이른 벤투호, 슈틸리케 벌써 잊었나


입력 2018.09.10 11:50 수정 2018.09.10 13:37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데뷔전 승리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

슈틸리케와 전술상 유사한 부분도 많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제 막 데뷔전을 치렀을 뿐이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제 막 데뷔전을 치렀을 뿐이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벌써부터 신임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지난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32위)와의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낸 벤투호는 볼 점유율보다는 공격시 빠른 템포를 가져가는 것을 지향하고, 좌우 풀백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통해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스타리카의 전력이 생각보다 약해 수비력을 제대로 실험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날 승리로 한국 축구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부터 시작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껏 고무된 축구 열기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데뷔전 승리로 다시 찾아온 팬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했다는 점은 반갑다. 다만 한 경기 승리했다고 해서 벌써부터 벤투 감독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쏟아지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데뷔전만 놓고 봤을 때 벤투 감독은 전임 슈틸리케 감독과 닮은 부분도 많다.

슈틸리케 감독의 주 전술이었던 4-2-3-1이 기반이 됐고, 전에 주축을 이뤘던 멤버들도 다시 중용됐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였던 남태희가 2선의 중심을 잡았고, 슈틸리케와 신태용 감독의 신임을 받았던 장현수는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중앙수비와 미드필더를 오가며 벤투 감독에게도 중용 받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슈틸리케 감독도 부임 뒤 1년 6개월 동안은 ‘갓틸리케’로 불렸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슈틸리케 감독도 부임 뒤 1년 6개월 동안은 ‘갓틸리케’로 불렸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첫 상대인 코스타리카는 케일러 나바스(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파가 다수 배제된 반면, 한국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들까지 모두 불러들이며 사실상 최정예 멤버로 나섰다. 좋은 경기력으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나 단 한 경기만으로 벌써부터 4년 뒤에 있을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쏟아져서는 곤란하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성적 부진으로 불명예 퇴진한 슈틸리케 감독은 재임 기간 총 27승5무7패(63득점·25실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감독 가운데 최다승은 물론 가장 높은 승률이기도 했다.

지난 2014년 9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슈틸리케 감독은 이후 2015년 1월 아시안컵 준우승과 그해 8월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승승장구했다.

이 과정에서 A매치 16경기 연속 무패라는 기록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10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기록으로 팬들의 사랑과 기대치를 높이기도 했다.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선수도 대표팀을 거쳤다 돌아가면 ‘승승장구’한다는 이른바 '슈틸리케 효과' 등으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제 막 새로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도 아직 속단은 이르다. 슈틸리케 감독도 부임 뒤 1년 6개월 동안은 ‘갓틸리케’로 불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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