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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개정'에도 갈등 불씨 남아…AFA 차단 규정 미확보


입력 2018.05.18 06:00 수정 2018.05.18 08:55        세종=데일리안 서병곤 기자

美무역구제 절차적 투명성 확보했지만 불리한 가용정보 제한 못해

AFA 적용 '관세폭탄'에 반발해온 정부, 미국과의 대립 반복할 듯

인천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연합뉴스 인천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연합뉴스
美무역구제 절차적 투명성 확보했지만 불리한 가용정보 제한 못해
AFA 적용 '관세폭탄'에 반발해온 정부, 미국과의 대립 반복할 듯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통해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절차적 투명성을 얻어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불리한 가용정보(AFA)' 적용을 제한하는 장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의 잇단 AFA 적용에 따른 과도한 반덤핑·상계관세 부과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갈등을 빚어온 상황에서 앞으로도 AFA를 둘러싼 대립을 피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미 간 문안 작업으로 가닥이 잡힌 한미 FTA 개정 협정문에는 미국 정부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판정 근거 명시를 의무화하고, 기업 실사 시기와 내용을 사전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 3월 한미 양국이 3차 개정협상을 통해 원칙적으로 합의한 수입 규제의 절차상 투명성 확보 내용이 구체화된 것이다.

판정근거 제시 의무화의 경우 미국이 한국기업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할 때 요율의 계산 내역 등을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기업 실사 시기·내용 사전 통보는 말 그대로 미국이 반덤핑·상계관세 관련 조사를 할 때 우리 기업에 이를 미리 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규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학수고대했던 미국 정부의 AFA 적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개정 협정문에 담기진 않았다.

AFA이란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시 피조사 기업이 제출한 자료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조사를 신청한 기업이 제공한 자료(덤핑률 또는 보조금률 등)를 사용해 조치수준을 상향조정하는 조사기법을 말한다. 피조사 기업에게 자칫 관세폭탄이 내려 질 수 있는 조사기법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2015년 8월 관세법을 개정해 AFA 적용을 법제화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AFA 규정은 현지법으로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양자 간 무역협정인 한미 FTA 개정 협정문에 이를 제한하는 장치를 두는 것은 어렵다"면서 "다만 기업 실사 시기·내용 사전 통보가 확보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AFA 적용을 사전에 막기 위한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AFA는 미국 측 조사관의 재량으로 쓰는 것이어서 이를 직접적으로 막을 장치가 없는 이상 미국의 AFA 적용을 막아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수입산 제품에 무차별 관세폭탄을 퍼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기조를 볼 때 우리 기업에 대한 AFA 적용이 누그러질 확률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계속되는 AFA 적용 남발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둘러싼 한미 양국 간 대립이 끊임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관세법 개정 이후 2016년 5월 한국산 도금강판을 시작으로 지난 2월 한국산 변압기까지 총 8건 조사건에 대해 AFA를 적용해 9.49~60.81%의 반덤핑·상계관계를 부과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AFA 적용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해당 건과 관련해 지난 2월 14일 WTO에 제소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미국 정부가 한국산 유정용강관(OCTG)에 대해 우리기업 제출자료 중 한 가지 항목의 영문번역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AFA를 적용해 예비 반덤핑 판정보다 30% 높은 관세를 최종 부과하면서 또다시 AFA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산 유정용강관 AFA 적용 건의 경우 한미 FTA 개정의 원칙적 합의가 이뤄진 이후 벌어졌진 것이다. 조간만 한미 FTA 개정이 이행되더라도 미국의 AFA 적용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이희성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AFA는 미국 현지법에 명시된 규정이기 때문에 한미 FTA 개정이 이행되더라도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이 규정을 계속해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양자채널, WTO 등을 통해 관련 분쟁을 풀어나가는 것이 지금으로는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병곤 기자 (sbg121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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