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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금호타이어 노조, 협상 실마리…'고용보장 기간' 쟁점


입력 2018.03.22 15:56 수정 2018.03.22 16:33        박영국 기자

노조 "해외매각 무조건 반대"에서 한 발 물러나 "10년 고용보장" 요구

더블스타 "3년 고용보장…3년 뒤 옮기겠다는 것은 아냐"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건에 관한 더블스타와 산업은행의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건에 관한 더블스타와 산업은행의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노조 "해외매각 무조건 반대"에서 한 발 물러나 "10년 고용보장" 요구
더블스타 "3년 고용보장…3년 뒤 옮기겠다는 것은 아냐"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더블스타가 인수 후 3년간 고용보장과 기존 단체협약 존중, 독립경영 등을 약속했다. 반면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10년 고용보장과 이를 뒷받침할 경영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양측의 이견이 커 보이지만 일단 노조가 ‘무조건적인 해외매각 반대’에서 한 발 물러나 원매자인 더블스타 측의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원만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호타이어가 노조 및 직원과 체결한 합의는 단체협약 뿐 아니라 모두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조가 제기한 기술탈취 우려에 대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목적은 소유나 통제가 아닌 협력이고, 협력을 통해 기술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상생발전하려는 것”이라며 “인수가 성사되면 금호타이어 본사는 한국에 두고 중국 지리자동차가 볼보를 인수한 사례처럼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 금호타이어 직원들의 고용보장 기간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제시한 3년 간 고용보장 기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는 국제관례에 따른 것일 뿐 3년 뒤 금호타이어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차이 회장은 직접 노조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고 설득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아직 노조를 못 만났지만 여러 가지 연락을 취하고 있고 조속한 만남이 성사될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연락이 되면 곧바로 만나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차이 회장은 주로 그동안 금호타이어 노조가 제기했던 ▲기술 탈취 후 먹튀 ▲단협 파기 ▲고용대란 야기 등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에 따른 악영향에 대해 반박하고 해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동석한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도 주로 차이 회장의 발언에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역할을 했다.

기술 탈취가 아닌 상생발전을 추구하고 있으며, 단협도 인정해주고 고용도 일정기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날 금호타이어 노조는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10년간 고용보장을 담보할 답변을 해주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노조는 “사측과 채권단이 ‘더블스타로의 매각은 대주주 변동에 불과해 단체협약 및 고용이 법률상 보장된다’는 형식 논리로만 설명하지만 국내 공장 축소, 폐쇄 등의 경영정책이 실현될 경우 국내 고용보장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며 “10년간 경영계획과 함께 고용을 보장할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구체적으로 더블스타의 재무제표, 생산능력, 최근 5년간 시장점유율 추이, 더블스타 자체의 장기적 경영전망 및 그 근거,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관련 지표, 금호타이어 홍콩법인 정상화 계획 및 그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 금호타이어 국내 법인 설비투자 계획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노조가 요구한 ‘10년 고용보장’은 국제 관례를 들어 3년을 제시한 더블스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제출을 요구한 자료도 기업 기밀에 해당되는 부분이 포함돼 있어 노조가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무조건적인 해외매각 반대’ 일변도였던 노조가 처음으로 더블스타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은 전향적으로 평가된다.

노조는 “요청한 자료가 도착하는 즉시 검토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더블스타 회장과 산업은행 회장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차이 회장도 노조와 만나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조만간 양측의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장 기간에서 이견이 크지만 차이 회장이 ‘3년 뒤 회사를 옮기고 직원들은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만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여지가 없지는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에서 지나치게 과도한 요구를 내놓아 아예 협상의 여지를 봉쇄할 명분을 만든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처음에 큰 것을 요구했다가 협상을 통해 맞춰나가는 일종의 협상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일단 노조가 무조건 반대에서 한 발 물러나 더블스타와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밝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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