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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중매' 서는 문재인 정부의 고심


입력 2018.02.28 14:49 수정 2018.02.28 18:14        이슬기 기자

"중매쟁이, 결정 대신 양측 입장 전달할 뿐"

북 '先대화' 미 '先조건' 접점 찾기는 요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출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출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는 중매를 서는 입장이다. 합의를 하거나 안(案)을 만들어서 북이나 미에 전달할 상황이 아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 우리 정부 안보라인 간의 접촉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중매쟁이라는 게 양측 생각을 듣고 상대방에 전달을 해주는 역할이다. 우리 입장도 솔직히 전달했으니 북 측도 돌아가서 나름대로 정리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미대화를 위해선 비핵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김 부위원장은 이렇다 할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쪽이 여기서 ‘그렇다. 아니다’ 결정을 하거나 얘기할 상황이 아니니 본인들도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고심해보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적어도 북한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 정부가 양측 모두에게 대화 조건 양보를 제안하고는 있으나, 핵심 의제인 비핵화에 대해 북미 간 이견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절한 조건’이 전제돼야 대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북 측은 여전히 핵보유국 인정을 목표로 비핵화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서 문 대통령이 전날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어떤 조건을 100% 걸고 가면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특사 만남이 불발됐지만, 대화 조건을 서로 조금씩 양보할 부분이 있다면 대화가 더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우리 정부가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원하는 반면, 비핵화는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에 달린 일인 만큼, 우리 정부 차원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또한 김 부위원장이 대남 총괄이긴 하지만, 직책 자체가 비핵화를 담당하거나 결정할만한 권한이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북은 '조건 없는 대화'를, 미국은 '조건이 갖춰진 대화'를 원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 핵심 당국자가 미국을 방문해 이러한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럴 경우 정 실장이 책임자로 나설 수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의 방미 계획에 대해서는 "당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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