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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원짜리 제주 갈치 먹다 낚시 바늘 2개가...


입력 2017.10.08 08:02 수정 2017.10.08 09:06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이시돌 테쉬폰~중문해안산책로~대평포구와 박수기정~안덕계곡~추사유배지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 필자 주 >

【1.17(일), 스물한 번째 날】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온다. 늦게 일어나서 핸드폰을 켜니 딸과 사위가 오늘 아침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제주공항으로 가고 있다는 문자가 와있다. 벌써 비행기에 탑승하여 가는 중이란다. 그저께 만나 저녁을 먹고 헤어졌는데 벌써 간다니 아쉽고 섭섭하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벌써 김포공항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온다. 참 빠른 세상이다. 이제 서울에 올라가면 봐야겠다.

비가 와서 좀 늦게 집을 나섰다. 20일 이상 제주도를 관광하다 보니 이제 거의 가본 것 같다. 둘이 어디로 갈까를 한참 동안 고민하다 우리 숙소 주변인 중문, 안덕, 대정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시돌목장 부근에 있는 ‘테쉬폰’주택으로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다.ⓒ조남대 이시돌목장 부근에 있는 ‘테쉬폰’주택으로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다.ⓒ조남대

먼저 이시돌 목장을 처음 개발할 당시인 1961년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한 ‘테쉬폰(Cteshphon)’을 둘러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 금방 도착했는데, 오전 이른 시간인 데다 비가 오는데도 주차장에는 벌써 자동차가 몇 대 주차해 있다.

이 건물 양식은 거센 바람과 지진으로부터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지붕에 가마니를 대고 곡선형으로 건축했으며 1963년에는 사료 공장을, 1965년에는 협제성당을 건축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으며, 협제성당은 아직도 사용하고 있단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어 좀 허물어진 부분도 있지만 50년이 지났음에도 옛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니 대단하다. 바로 옆에는 카페 테쉬폰도 있으나 운영자가 없어 이용하지는 못했다.

중문 하얏트호텔에서 바라본 중문 해안가 풍경.ⓒ조남대 중문 하얏트호텔에서 바라본 중문 해안가 풍경.ⓒ조남대

다음에는 경희가 처음부터 가보기를 원했던 하얏트・신라・롯데호텔 주변 해안가를 산책하기 위해 중문으로 갔다. 먼저 하얏트호텔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해안가로 가 봤다. 호텔에서 보는 해안가 풍경은 절경이다. 산책로를 따라 해안가로 내려가 산책을 하다 신라호텔로 이동했다.

신라호텔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바닷가는 높은 절벽으로 되어 있다. 해안으로 내려가려면 233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고 내려갔다. 하얗고 고운 모래사장이다. 이곳은 대한민국의 최남단지역으로 가파도와 마라도도 보인다는데 비가 와서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쉽다. 백사장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 계단을 올라왔다. 경희는 가보고 싶어 하던 곳을 다녀오니 힘들었지만 뿌듯한 모양이다.

비가 와서 우산 쓰고 백사장을 걸어 다녔더니 힘들고 또 배가 고프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안덕면에 있는 갈치 전문점인 ‘춘심이네’ 본점으로 갔다. 1시 반이 넘었는데도 넓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수 없을 정도다. 입구에 들어서니 이름 적어놓고 기다리는 사람이 엄청나다.

조금 기다려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니 커다란 통갈치구이가 7만 원이나 한다. 너무 비싸다. 1만5천 원 하는 고등어조림을 먹을까 하다 양옆 테이블에 있는 젊은 남녀 모두 7만 원 하는 통갈치구이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부잣집 자식인지는 모르지만 이것을 보고 1만5천 원 하는 고등어조림을 먹자니 자존심이 상한다. 60평생 아끼면서 살아왔는데 젊은 애들이 돈 아까운 줄 모르고 팍팍 쓰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철없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도 큰맘 먹고 7만 원짜리 통갈치구이를 시켰다. 갈치가 1m도 더 되는 것 같다. 너무 길어 접시에 다 담지 못해 접혀서 담겨왔다. 3∼4명이 한 마리 시켜도 될 만큼 많은 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갈치 가시를 발라주는데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알아서 먹어서 그런지 가시를 발라준다고 해 놓고는 오지 않는다. 먹다 보니 내장에서 큰 낚싯바늘이 2개나 나온다. 종업원이 오기에 낚시 바늘을 보여 주며 항의를 했더니만 바늘이 나온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며 그냥 지나간다. 괘씸한... 언제 이야기했다는 거야, 우리가 알아서 다 발라먹었는데. 뭐라고 이야기하려다 그냥 참고 먹었다.

1층에서 식사를 한 사람은 2층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 3300원 하는 커피를 2500원에 주면서 오메기 떡도 하나 준다고 하여 둘이서 커피 한잔을 시켜 느긋하게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어 행복하다. 대부분은 커피를 한잔 마시고는 금방 나가버리는데 우리 둘은 비 내리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여행 일정을 이야기한다.

온종일 비가 내린다. 한라산에는 폭설주의보가 내렸다고 핸드폰으로 긴급재난통보 문자가 왔다. 해변은 비가 오지만 중산간 이상의 높은 지역은 이정도의 양이면 폭설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한라산 등산가면 참 멋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마실 물이 솟는 절벽이라는 뜻을 가진 '박수기정'.ⓒ조남대 마실 물이 솟는 절벽이라는 뜻을 가진 '박수기정'.ⓒ조남대
예쁜 여자가 먼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모양의 대평포구의 빨간등대.ⓒ조남대 예쁜 여자가 먼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모양의 대평포구의 빨간등대.ⓒ조남대

계속 오는 비만 구경할 수가 없어 대평포구와 박수기정으로 갔다. 대평포구는 제주 올래길 제8코스이지만 9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조그만 포구지만 아담하고 예쁘다. 포구 앞에 있는 등대 난간에 예쁜 아가씨가 먼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 같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좀 애잔하고 쓸쓸해 보이기는 하나 멋진 모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바다를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제주 올래 9코스는 한국과 레바논 양국 간의 우정과 국제협력의 표시로써 2014년 1월, 레바논 마운틴 트레일(Lebanon Mountion Trail) 21코스와 자매결연 한 길이란다.

박수기정은 깎아지른 해안절벽이 우뚝 서 있는데, 박수와 기정의 합성어로서 바가지로 마실 샘물(박수)이 솟는 절벽(기정)이라는 뜻이란다. 실제로 박수기정 아래로 샘물이 솟아나고 있단다.

양치식물과 상록수 및 선사시대의 삶의 터전을 볼 수 있어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안덕계곡.ⓒ조남대 양치식물과 상록수 및 선사시대의 삶의 터전을 볼 수 있어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안덕계곡.ⓒ조남대

박수기정 구경을 마치고 나오다 안덕계곡 안내판이 보이자 경희가 가보잔다. 안덕계곡은 안덕면 감산리에 있는 곳으로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될 정도로 양치식물이 많은 것이 특징이며, 계곡 양쪽의 상록수림과 천변의 맑은 물, 그리고 군데군데 있는 동굴들은 선사시대의 삶의 터전이었으며, 추사 김정희 등 많은 학자가 머물었던 곳이란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동굴이 있는데 탐라시대 후기(AD 500~900) 주민의 주거지였으며, 이곳에서는 곽지2식 적갈색토기와 곡물을 빻는 데 사용하는 공이 돌이 나왔단다. 올라가며 보이는 풍경은 웅장하면서도 멋있다. 또 이곳은 물이 좋아 추사 김정희도 제주도 대정에서 유배생활을 하다 이곳에서 귀양살이하던 권진용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다 유배가 끝날 무렵에는 물이 좋은 이곳 창천리로 한 번 옮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단다.

멀지 않은 곳인 대정읍 추사로에는 추사 김정희 유배지와 추사관이 있다. 5시가 좀 지나서 갔더니 유배지는 5시 반까지만 개방을 한다면서 먼저 관람하고 이후에 추사관을 관람하란다. 입구로 들어갔더니 추사 유배지가 보이지 않아 동네를 한 바퀴 돌고는 지하 1층에 있는 추사관으로 들어가서 “세한도, 추사의 또 다른 자화상” 제목으로 추사관 개관 5주년 기념 특별전을 한참 둘러보고 유배지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건물 바로 위에 있단다.

관리하는 여직원은 유배지 관람 시간이 지나 문을 닫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했다고 하니 친절히 안내해 준다. 추사는 조선 순조 19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이조참판 등을 지냈으나, 헌종 6년 55세 때 권력투쟁에 밀려나 1840년 9월부터 1849년 1월까지 제주 대정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어 탱자나무로 울타리가 쳐진 강도순의 집에서 방 한 칸에 기거하면서 공부하여 추사체를 완성했고, ‘완당세한도’를 비롯해 많은 서화 작품을 남겼으며, 지역 유생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는 등 많은 공적을 쌓았단다.

추사의 대표작인 ‘세한도’는 김정희의 높은 정신세계를 반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문인화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1844년 제주 유배 중인 추사에게 한결같은 정성으로 귀한 책을 구해준 이상적에게 답례로 그려 준 것이란다. 화면은 두 그루의 소나무와 잣나무, 그 사이의 가옥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칠고 메마른 필치로 그렸으나 짙은 먹에서 물기를 배제하고 그렸다. 간결하고 절제된 표현방식은 ‘늘 푸른 나무같이 한결같은 선비의 지조’라는 그림의 주제를 더 강조하고 있단다.

6시쯤 집에 도착하여 비에 젖은 양말을 갈아 신고 조금 쉬다 청수공소로 주일 미사 드리러 갔다. 지난번 귤밭에서 귤 따기 체험을 했던 자매님을 보았다. 인사를 하고 미사에 참석했다. 저녁 7시 30분 시골 공소 미사에 50여 분의 신자들이 참석했다. 젊으신 신부님께서는 패기 있는 모습으로 미사를 집전하신 후 맨 나중에 세월호진상규명위원회는 조사권이 없어 제대로 진실을 규명할 수 없으며, 당시 세월호가 운항 중에 닻을 내려 3번이나 바다 밑 산봉우리에 부딪혀 기우뚱거리다가 가라앉았다면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하신다.

미사 마지막에 사회자께서 서울에서 온 우리 두 사람이 미사에 참석했다며 소개를 하여 일어서서 인사를 드렸더니 박수를 치신다. 이제 제주도에서 드리는 미사는 마지막이다. 첫 미사는 김대건 신부님 표착기념관에서, 두 번째는 성 이시돌 피정 센터에서 피정을 하다 클라라 수녀원 성당(금옥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이제 제주도 생활도 며칠 남지 않았다. 내일은 예약한 완도행 배편 요금을 송금해야겠다. 경희와 이야기하다 보니 일지 정리가 늦어져 새벽 1시 10분이 지났다. 밖에는 바람 소리가 심하게 들린다. 내일도 비가 온다는데 어디로 갈까. 경희는 비 오고 추운 가운데 다녀서 그런지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코를 골면서 잔다. 나도 자야겠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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