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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위협에 중국 현지 조력자 줄어…탈북자 '인신매매' 노출


입력 2016.07.02 06:56 수정 2016.07.02 06:58        하윤아 기자

현지 협력자로 구축된 '안전그물망'에 구멍 대책 마련 시급

압록강 일대 북중접경지역에 지난 2011년 설치된 철조망 모습. ⓒ연합뉴스 압록강 일대 북중접경지역에 지난 2011년 설치된 철조망 모습. ⓒ연합뉴스

최근 북중접경지대에서 탈북자 구호활동을 펼치던 탈북자 출신 우리 국민과 중국교포 등을 상대로 의문의 테러 및 납치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탈북자 구호활동에 조력했던 현지 협력자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중 접경지대에 인접한 중국 내 탈북자들이 인신매매 등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현지의 협력자들은 보호가 필요한 탈북자들을 안전한 곳에 수용해 돌보는 등 구호활동에 상당한 도움을 제공했으나, 최근 발생한 테러로 ‘탈북자 구출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자칫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며 탈북자 구호를 위한 협력 활동을 꺼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북중 접경지대의 활동가와 조력자들의 신변안전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까지 위험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이른바 ‘안전그물망’에 구멍이 뚫리고 있는 상황에 신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외부에 노출되는 탈북자가 다수 생겨나고 있으며, 특히 이들은 인신매매나 북송 등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놓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탈북자 구호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경 동북3성에서 머물고 있던 20대 탈북여성 2명이 외부에 노출돼 중국 인신매매단에 끌려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한 사람은 북한을 나온 지 일주일 된 탈북자였으며, 나머지는 중국으로 넘어온 지 1년정도 된 탈북자였다.

이 단체 관계자는 1일 본보에 “현지 지인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탈북여성 2명이 있다는 연락을 받아 활동가를 현장에 급파했지만 이미 인신매매단에 끌려갔더라”면서 “예전 같으면 다른 집에 숨어있었는데 요즘은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분위기라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납치된 것 같다. 탈북자들이 밖으로 노출되다 보니 불과 몇 시간 만에 납치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북중 접경지대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해외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사건 이후 북한이 한국인과 조선족을 상대로 보복 차원의 조직적인 테러 및 납치를 전개하고 있다는 의혹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30일 접경지역인 중국 장백에서 한충렬 목사가 피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정보당국은 북중 접경지역의 현장으로 떠나려는 활동가들에게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보복살해·납치기도 정황이 포착됐다며 활동 자제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와 대북인권운동가, 대북활동 협력자(중국 교포) 등의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탈북자 구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협력자들은 북한의 보복 위험에 선뜻 구호활동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단체 관계자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고정적으로 있으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이나 중국 동포들과 연락망을 구축해 두는데, 요즘에는 연락을 잘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일단 접경지역에서는 마을 사람이 아니거나 차림새가 현지인과 다른 사람들이 보이면 그 내부에서 탈북자로 신고가 되는데, 최근 들어 ‘도와주면 해코지를 당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서로 섣불리 도와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전에는 탈북자들에 대한 도움 요청이 있으면 현지 협력자들이 그들을 숨기거나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았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보니까 오히려 외부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인신매매단에게도 노출되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라 활동가들이 급하게 움직여야 할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탈북자들이 인신매매범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돼 위험에 처한 상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만 최근 연길이나 화룡, 장백 등 접경지역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해 탈북자 구호활동을 꺼리는 상태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어 “현지의 활동가나 협력자들의 활동이 이렇게 위축되면 탈북자들은 더욱 도움을 받을 길이 없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며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지만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외교 공관에 보호를 요청하면 탈북자를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이 빠져있어, 법적으로도 탈북자들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광일 ‘노체인’(No Chain) 대표는 “얼굴이 알려진 활동가들에 한해 테러나 납치가 있을 수 있지만, 현지인들은 상대적으로 노출이 덜 돼 그들을 통한 구호나 정보유입 활동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활동하기가 어려울 뿐 현지에서의 대북활동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보는 지난달 3일 한국 국적의 탈북자 2명과 중국교포 1명이 지난 5월 중순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는 북한 주민과 접선하려다 실종됐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지난 5월 17일 “주선양총영사관에 올해 들어서만 총 6명의 연락두절 사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2명의 소재가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종된 2명은 탈북자 출신으로 선교활동을 하던 김모 목사와 20대 박모 씨로, 각각 연변과 장백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장백지역에서 선교활동을 벌였던 중국교포 한충렬 목사도 살해당한 채 발견됐으며 이 배후에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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