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전철 우려 속 "김현수 거부해라"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03.30 14:03  수정 2016.03.30 14:05

시범경기 극심한 부진으로 개막 로스터 희박

마이너리그행 거부하고 기회 엿보는 것이 현명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은 전혀 득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많다. ⓒ 연합뉴스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김현수(28·볼티모어)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올 시즌 볼티모어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MLB)에 도전장을 던졌던 김현수는 2016 시범경기에서 예상 밖의 부진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 ‘KBO리그 유턴설’이 돌고 있을 만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현지에서도 김현수 거취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볼티모어 댄 듀켓 단장은 30일(한국시각) 볼티모어 지역방송 MASN과의 인터뷰에서 "김현수는 25인 로스터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FOX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켄 로젠탈 역시 "마이너리그행은 김현수의 동의가 필요한데 김현수가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타격 기계’ 김현수는 지난해 12월, 2년간 700만 달러의 조건에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었다. 볼티모어는 당초 김현수를 2016시즌 주전 좌익수 후보로 생각했지만, 시범경기 초반 21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등 심각한 부진에 빠지자 고민이 깊어졌다.

최근에는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타율 0.182에 볼넷은 1개뿐이다. 타자의 생산력을 보여주는 OPS(출루율+장타율)는 0.411를 기록 중이다. 설상가상 개막이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출전기회가 줄고 있다. 현지에서는 조이 리키드가 김현수를 대신해 주전 좌익수로 기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현수가 윤석민(KIA)과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민은 2014년 2월 볼티모어와 3년 575만 달러의 보장계약을 했지만 한 번도 메이저리그로 승격되지 못하고 1년 만에 KBO리그 KIA로 돌아갔다. 윤석민이 미국 무대에서 남긴 성적은 2014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 노포크에서 23경기 4승8패 평균자책점 5.74.

김현수의 상황은 윤석민과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또 다르다. 윤석민은 그나마 1년을 지켜보고 결정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윤석민의 방출과 국내 유턴에 대해 성적으로 보여주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한 달도 안됐는데 이런저런 말이 끊이지 않아 안타깝다.

김현수 역시 일단 성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초청선수도 아니고 정식으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영입한 선수를 한 달도 되지 않아 계륵 취급하는 것은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도 비상식적이다.

심지어 감독과 단장까지 나서서 선수의 거취를 둘러싼 성급한 발언으로 낯선 환경에서 아직 적응도 되지 않은 외국인 선수에게 더 큰 압박만 주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그렇다면 김현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김현수는 계약서에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 포함되어있다. 일단 볼티모어는 시즌 개막 후에는 김현수를 메이저리그에 올린 뒤에는 선수 동의 없이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낼 수 없다. 이에 따라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정규시즌 개막하기 전에 마이너리그로 보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행은 김현수에게는 전혀 득될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마이너리그에서 미국야구에 적응하고 타격감을 끌어올린 뒤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강등된 선수가 다시 올라오기는 매우 어렵다.

자칫 마이너리그에서도 흔들린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우려한 일부 야구팬들은 강정호의 사례를 들며 "어떻게든 메이저리그에서 버티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 낫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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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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