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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조희연 자사고 놔두면 시장이 알아서할텐데"


입력 2014.10.05 10:07 수정 2014.10.05 10:11        목용재 기자

<심층취재-자사고 폐지 논란을 파헤친다⑤-하나고 이사장 인터뷰>

"교육 다양성 보장해야하는 교육청이 자사고 생태계 건드리니"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폐지'를 목표로 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행보는 분주하기만 하지만 정작 대상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는 여전히 의문이다. 도대체 자사고 폐지의 근본적 이유를 모르겠다는 이유다. 당장 진학을 결정해야 할 중3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취소한다고 하고 교육부는 반대 입장이다.

문제는 '자사고 폐지'만이 공교육 활성화의 토대가 되느냐에 교육 전문가들도 학교 현장도 고개를 갸웃하는 상황이다. 차분히 공교육 살리기의 대안에 머리를 맞댄 것도 아닌 '자사고'를 재물로 하는 조희연 교육감의 밀어부치기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데일리안'은 자사고를 둘러싼 논쟁, 자사고 폐지가 공교육 살리기의 해법인지, 그렇다면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하는 혁신학교는 무엇인지, 아울러 자사고 현장을 찾아 현재 자사고 폐지 논쟁을 살펴보았다. < 편집자 주 >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홍효식 기자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홍효식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취임이후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존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 교육감의 행보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직선제로 선출된 교육감이 자신의 내건 ‘자사고 폐지’ 공약을 관철시키고 임기동안의 ‘업적’ 달성을 위해 무리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전무하기 때문에 재원 조달이 힘들거나 역량이 부족한 학교의 경우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조희연 교육감의 교육청에서 강제한다는 것은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재평가에서 1위를 기록한 하나고등학교의 김승유 이사장은 자사고에도 시장경제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며 조 교육감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이사장은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출신의 경영인으로서 최근에는 하나고 이사장으로 최적화된 교육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김승유 이사장은 지난달 15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학부모들도 자사고 가운데 질적으로 떨어지는 학교에는 아이들을 보내지 않는다”면서 “조희연 교육감이 들어서기 전에 이미 자사고 2개가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사고도 시장 질서에 맡겨놓으면 알아서 정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이미 재정적으로 힘든 자사고도 있다.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다가 교육청에서 자사고 폐지를 진행하고 있어 이를 기회삼아 편승할 수도 있다”면서 “자체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학교들은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할텐데 정부가 적당한 구실을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하나고의 경우 입시위주의 교육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학교의 교육방향에 맞지 않는 학생·학부모들은 전학을 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하는 교육청은 자사고 생태계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홍효식 기자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홍효식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이 취임이후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중고등학교가 획일적인 입시위주의 교육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현 교육감께서 내세우고 있는 혁신학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일하게 두지 않고 왜 규격화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미 소외계층, 탈북자,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가지 대안학교도 있는 상황이다. 교육에 대해 하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동의하기 힘들다. 공교육이 성립되기 전에는 부모님께, 조부모님께 배우는 것도 교육이었다. 조 교육감은 일률적인 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자사고가 공격받은 이유 중 하나다 일반고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동의하나.

“일반고의 학력저하가 자사고 때문이라는 말은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 학력이 올라가는 것인가? 잘하고 있는 일반고도 얼마든지 있다. 어떤 학교든지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열정, 그리고 학생들의 장래를 길게 보고 행하는 교육이다.”

-자사고가 우수자원을 먼저 뽑아가서 ‘일반고 위기설’이 설득력을 얻는 것 같던데.

“자사고가 우수자원을 뽑아간다는 비판을 받지만 비슷한 학력수준을 뽑아간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학생에게 주변의 관심과 기대를 심어주는 것이다. ‘로젠탈효과’가 이를 증명한다.

1968년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은 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교사들에게 학업, 지적능력이 월등하게 향상될 수 있는 학생들을 가려내는 테스트를 개발했다고 속이고 무작위로 전체 학생의 20%명단을 뽑아 교사들에게 건냈다. 그러자 교사들은 그 결과를 토대로 해당학생들에게 관심과 기대를 줬고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인식하게 했다. 8개월 후 무작위로 선정된 20%의 학생들의 지능, 성적검사를 했더니 다른 학생들에 비해 지수가 높은 결과가 나왔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 대한 믿음과 관심인 셈이다.”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홍효식 기자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홍효식 기자

-성적 상위 50%의 학생이 아닌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자를 선발할 생각은 없나.

“기본적으로 학생선발권은 학교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육을 할 때 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중요하지만 가르치는 교사들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일선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생들의 학업 능력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느 눈높이에서 교육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력 수준이 우수한 학생과 떨어지는 학생을 함께 교육하는 경우 교사는 적정수준의 교육을 할 수 없다. 1등을 하는 학생은 교사가 수준을 낮춰 교육하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못 미치는 학생은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교육을 하기 때문에 과외를 한다. 사교육 발생의 원인 중 하나가 수준별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고도 상위 50%학생을 선발한다고 하지만 수준차이가 있을텐데.

“하나고의 필수교과는 수준별로 나뉘어있다. 대학생처럼 스스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의 레벨에 맞는 과목을 수강한다. 영어 과목 A, B, C를 개설해 놓고 학생들에게 직접 고르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우열반이라는 개념도 희석되고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잘못도 아니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그것은 부모들의 생각일 뿐이다. 수준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된다. 자사고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이런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행보, 자사고 이사장으로서 어떻게 보나.

“본래 나는 금융인이다. 교육에 대해서는 깊숙한 것까지 모를수도 있지만 교육에도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든 학교들이 입시위주의 교육에 매몰돼 있는 상황은 잘못됐다.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혁신학교도 필요하듯이 자사고도 필요하다. 왜 스스로 알아서 하게 놔두지 않고 규격화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자사고 폐지가 일반고의 학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 조 교육감께서 하지 않으셔도 시장이 알아서 (수준 미달의) 자사고를 정리해 줄 것이다.

학부모들도 자사고가 다른 일반고와 질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학생들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재정적으로 감당하지 못해도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선거 공약에 있기 때문에 자사고 폐지를 해야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홍효식 기자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홍효식 기자

-사정이 어려운 자사고도 있나?

“물론이다. 서울대에 몇 명을 보냈느냐로 학교의 교육역량을 판단하는 학부모도 많기 때문에 점점 인기가 떨어지는 학교도 상당수다. 그렇게 되면 해당학교는 유지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일반고 전환을 고려하고 있던 자사고의 경우 학부모들의 항의, 비난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었겠지만 이제 정부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미 지난해에 자사고 두 곳이 일반고로 전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고도 학부모들로부터 ‘1인2기’ 같은 교육하면 대학은 어떻게 보내냐며 항의를 받았다. 입시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1기 입학생 가운데 15명이 학교를 떠난 바 있다. 2기 때도 10여명 된다.”

-최근 자사고 재지정 재평가에서 14개 학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비결은 뭔가.

“설립 취지에 충실한 학교운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장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했을 때 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특히 국제심포지엄을 진행하거나 고등학교 인턴십, 봉사활동, ‘체덕지’ 교육, 수영 200미터 인증제도, 자율적인 동아리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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