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1박2일' 작가들은 예쁘고 요리도 잘해야한다?


입력 2014.08.04 08:12 수정 2014.08.04 08:31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예능작가들의 예능인화, 고달프거나 신이 나거나

KBS 주말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1박2일' 동영상 화면 캡처. KBS 주말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1박2일' 동영상 화면 캡처.

지난 8월 3일 방송된 KBS2 '해피선데이 - 1박2일'에서는 작가가 FD와 함께 밥상을 만들었다. 레시피에 맞게 음식을 만들며 제대로 했는지 반복해 확인을 했다. 그들이 요리하는 과정은 질타도 받으면서 재미를 주었다. 이제 예능의 작가는 요리도 잘해야 하겠다. 물론 요리를 못해도 웃음을 주면 좋다.그런데 지난 6월 8일의 방송 분보다는 나을지 몰랐다.

이날 방송에서는 '1박2일' 제작진 가운데 수지를 닮은 막내작가라는 여성이 적극 부각되었다. 이 작가와 김주혁의 러브라인을 도드라지게 하여 주목을 받았다. 김주혁은 방송에서 막내 작가와 거친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관점은 수지를 닮았다는 사실이었다. 작가적 재능이 아니라 미모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것이 왜 지적의 대상이 되는 지 모른다면, 최근 '1박 2일'에서 비키니 복장 여성의 등장이 왜 지탄의 대상이 된 지 모를 것이다. 즉 비키니 복장의 여성 논란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예고되었는지 모른다. 담당 피디가 비키니 복장이 남성의 로망이라고 말했으니 막내 작가가 닮았다는 수지는 많은 남성들의 로망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6일 방영된 MBC '무한도전'에는 무도작가들의 춤과 무에타이가 화제가 되었다. 두 명의 작가는 빙수내기 대결에서 숨겨 놓은 실력을 선보여 미친 예능감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와관련하여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작가들의 신상이 인터넷 기사에 오르기도 했다. 무도의 작가는 춤실력이나 예능감각으로 뽑느냐는 말도 나왔다. 

지난 7월 3일 KBS  ‘해피투게더3’에는 드라마 '정도전'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게스트로 등장했다. 여기에 드라마 '정도전'의 작가는 영상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7월 29일  SBS '매직아이'에는 드라마 '정도전'의 작가가 직접 출연했다. 김구라와 배성재 아나운서가 드라마 '정도전' 등장인물의 복장을 갖춘 채 해당 작가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물론 '매직아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는 방송 토크에 적합한 감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매직아이'는 타방송사 드라마 작가임에도 예능에 출연시키는 출혈을 감수한 사례였다. 다른 방송사 작가를 등장시켜 시청률 반등을 꾀한 것이었다.

제작진이 방송 콘텐츠 안에 노출되는 일이 이제 더 빈번하다. 리얼 다큐 프로그램에도 제작진의 모습이나 개입이 인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지나치게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일정한 주권적인 관점을 갖고 접근하고 있음을 일깨우는 점은 기본적인 개입의 이유이다. 

물론 적절한 개입으로 콘텐츠에 활력을 더하거나 재미 흥미를 돋우려는 의도도 있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작가들의 모습을 간간이 노출시키기도 한다. 생각할 수 없었던 점들을 작가에게서 발견하는 재미를 시청자에게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점차 작가들을 활용하여 시청률을 올리려는 의도가 강해지고 있는 듯하다. 작가의 미모를 우선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파편조각처럼 등장하던 것에서 벗어나 의도적인 하나의 설정이나 스토리 구성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토리 구성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갖추어져야 한다. 얼굴이 예쁘고 춤도 잘추고 요리도 잘하며, 여기에 입담이나 개그 감각도 이제 충만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예능화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쟁이 그만큼 심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작가의 본연의 일로 평가 받고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직접 예능 감각을 가진 작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앞으로 우려스럽다. 그런 능력을 갖추었다고 해서 더 많은 임금을 주거나 대우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도 예능인이 되어야 하는 상황의 도래는 그들의 처우와 노동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코 쓸데 없는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헌식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