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가 17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 내 야외공연장에서 '대한민국 이문세-땡큐' 콘서트를 열고 전국 투어를 마무리했다. ⓒ 무붕
"대한민국, 다시 힘을 냅시다."
국민가수 이문세의 한 마디에 관객 1만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관객들이 빚어낸 1만 개의 쪽빛 야광봉 물결은 슬픔에 빠진 국민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듯 했다.
이문세가 17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 내 야외공연장에서 '대한민국 이문세-땡큐' 콘서트를 열고 전국 투어를 마무리했다. 이날 공연에는 '국민가수 이문세'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온 어린 아이들부터 젊은 커플, 4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들 모두 이문세의 무대에 열광했다.
이날 무대는 지난해 열린 공연과 비슷하게 꾸며졌다. '애국가'를 첫 곡으로 앞세운 이문세는 '붉은 노을', '파랑새', '알 수 없는 인생' 등 히트곡 메들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문세는 "1년 동안 전국을 누비면서 공연을 했다"며 "작년 공연과 거의 비슷하지만 제 마음은 그 때보다 더 뜨겁다"고 가슴 벅찬 소감을 말했다. 이어 "저를 향한 그리움이 관객들의 얼굴에 묻어난다"며 "수많은 별들이 모여있는 그림"이라고 관객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이후 '소녀', '가로수 그늘 아래', '조조할인', '난 아직 모르잖아요', '옛사랑', '솔로예찬', '깊은 밤을 날아서' 등 대표 히트곡들을 열창했다. 흔들림없이 뛰어난 가창력과 화려한 퍼포먼스에는 이문세의 30년 관록이 묻어났다. 관객들은 너나할것 없이 노래를 따라 불렀고 흥에 겨워 몸을 흔들기도 했다.
이날 이문세는 오랜 가수생활을 지탱하게 해준 은인을 소개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덕분에 이렇게 큰 공연을 하게 됐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제게 첫 무대를 열어준 개그맨 전유성 선배, 제 능력을 높이 평가해 준 고 이종환 선생님, 그리고 많은 곡을 만들어준 작곡가 고 이영훈 씨에게 참 감사해요."
특히 이영훈에 대해서는 "무명 가수와 무명 작곡가의 만남이었다"라며 "그분이 없었다면 이 자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죽어서도 감사해야 할 은인이라고 이영훈을 떠올린 그는 피아노 옆에서 '사랑이 지나가면'을 불러 고인을 추억했다.
이문세가 17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 내 야외공연장에서 '대한민국 이문세-땡큐' 콘서트를 열고 전국 투어를 마무리했다. ⓒ 무붕
400여명의 스태프가 동원된 이번 공연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안무 연출과, 대형 모니터, 화려한 조명 등은 공연장을 축제 분위기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게스트 또한 화려했다. 배우 박상원 양동근 황신혜, 축구선수 송종국, 아나운서 이금희, 방송인 박경림, 가수 강인 이정, 빙속 전설 이규혁, 스타셰프 에드워드 권 등 각계각층의 스타가 '이문세 합창단'으로 나와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을 열창했다. 이문세의 화려한 인맥을 엿볼 수 있었던 무대였다. 관객들은 평소 보기 힘든 스타들을 한꺼번에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문세는 자신의 노래와 무대를 '추억'으로 정의했다. "그 유명한 이문세"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아마 지금 이 순간도 곧 추억이 될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후 "오랜시간 내 노래 불러줘서 땡큐", "외로울 때 내 노래 불러줘서 땡큐" 등의 가사가 담긴 '땡큐'를 열창했다. 30년 간 한결 같이 응원해 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드러나는 곡이었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자 관객들의 함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붉은 노래'가 나오자 관객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앉아있던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 이문세와 함께 뛰었다. 가수와 팬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이번 공연은 이문세와 그의 팬들에게 특별하다. 이문세는 지난 달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천안, 원주 공연을 다음 달 23일과 오는 23일로 각각 연기했다. 고심 끝에 서울 공연을 열게 된 이문세의 마음도 남달랐다.
"괴롭고 힘든 시간들이 대한민국을 지나갔습니다. 어른으로서 웃을 수 없었던 시기였어요. 절대 잊어서는 안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을 통해서 슬픔과 절망에 빠진 분들이 위로와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이문세는 앵콜 공연에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오늘 무대는 여러분이 만들어주셨습니다. 가수라서 참 행복한 이문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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