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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생중계 고집 이상호에 실종자 가족들 "카메라 치워!"


입력 2014.04.25 03:08 수정 2014.04.25 10:57        진도 = 데일리안 조성완 기자/윤정선 기자

<현장 2보>이주영 장관과 대화속 현장 상황 무시하다 핀잔 받아

세월호 침몰 9일째인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가족 대책본부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실종자 가족들에 둘러싸여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9일째인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가족 대책본부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실종자 가족들에 둘러싸여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남 진도 앞바다의 거친 물살이 잠잠해진다는 ‘소조기’의 마지막 날인 24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수색작업이 더디게 진행된 것에 대해 분노했던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가진 8시간가량의 진솔한 대화 끝에 다소 마음을 풀었다.

이 장관과 김 청장,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부터 진도 팽목항 가족대책본부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앉은 채 대화를 시작했다.

당초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대규모 수색작업을 강조한 것에 비해 작업 속도가 더디고, 현장 상황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한 실종자 가족들은 대화 시작부터 거친 말을 쏟아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이 장관과 김 청장에게 욕설을 하거나 거칠게 옷을 잡아끌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김 청장을 가리키며 “너 애들 다 나올 때까지 여기 있어. 해수부, 너도 여기 있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청장이 재차 상황을 설명하려들자 “우리가 원하는 게 그거냐고. 민간 다이버 집어넣어서 애들 데리고 오라고, 구명조끼도 안 입고 선미 부분에 다 모여있다고. 사진 보여줬잖아”라고 말을 끊었다.

이에 김 청장이 “지금 가족들께서 말하는 부분도 수색하고, 앞으로 집중투입을 하겠다”고 답했지만 실종자 가족은 “더 전문가들이 들어간다는데 니들이 방해하는거 아냐. 오늘 12시까지 애들 다 데리고 와. 아니면 엄마들 다 빠져죽지 뭐, 오냐. 우리도 다 같이 죽지 뭐”라고 항의했다.

이 장관이 “제가 죽을 죄인입니다”라고 사죄를 하자 한 중년 남성은 “그럼 니가 나가 죽어. 니가 책임자니까 물 속에서 목만 내놓고 있으라고. 너 나랑 같이 물속에 들어가자”라고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가족들이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내는 가운데, 갑자기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이 장관과 김 청장에게 질문을 요청했지만 가족들에 의해 한차례 저지당했다. 잠시 뒤에는 “우리가 방송이나 케이블보다는 못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수십만명이 보고 있다”며 생중계를 자청했다.

한참동안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의 구조작업 상황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 도중 이 기자가 또 불쑥 끼어들었다.

그는 ‘다이빙벨’ 논란을 일으킨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거론하며 “지금이라도 당장 (물속에서) 20시간을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는 게 옳지 않겠냐”라고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를 구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동의의 뜻을 밝히자 이번에는 민간잠수사의 작업 현장에 고발뉴스가 생중계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해경과 해군이 반대의사를 표시하자 실종자 가족들도 거부했다. 그간 언론의 보도에 화가 난 한 실종자 가족은 이 기자를 향해 “너도 한패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언론이 어떻게 했기에 기자들에게 분개하시나 했는데 현장에 온 후 1시간도 안되서 알았다. 서울의 온도와 이곳의 온도는 너무나 다르다”며 ‘물살 거세지기 전에···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이어 “연합뉴스 이 개새끼야. 어디 있어. 그 새끼는 사상 최고의 작전이라 했어요. 너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라고 고함을 지른 뒤 “당국은 배 수십척을 동원하고 신호탄 수백 발을 쏘아 올리는 등 밤샘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배 한척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앞으로 인양까지 두달 걸린다. 앞으로 여러분 의견이 묵살되고, 기만하는 게 계속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자신의 옆에 있던 사람에게 “지금 구조 쪽으로 말 안하고 뭐하는거야”라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대화를 시작한지 5시간가량이 지난 오후 11시께 이날 수색작업에 투입됐던 민간 잠수사와 현장을 지휘하는 책임자가 현장 상황과 수색의 어려움을 실종자 가족들에게 직접 털어놓으면서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이 잠수사는 “저희도 목숨을 걸고 하고 있다. 포기 안하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수색작업의 어려움과 현재 상황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했다. 현장 책임자도 “저에게도 고등학교 3학년 딸이 있다. 오늘도 전화 와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며 실종자 가족들의 질문에 세세하게 답변을 했다.

현장 책임자가 답변 도중 고발뉴스의 카메라로 인해 머뭇거리자 실종자 가족이라고 밝힌 한 젊은 남성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모두 치워줄 것을 요구했다. 잠시 뒤 고발뉴스가 다시 생중계를 시도하자 “치워요. 그것 때문에 지금 진행이 안되잖아요”라고 항의했다.

이 장관도 “지금 우리는 여기에 방송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실종자 가족분들과 대화를 하러 온 것”이라며 카메라를 치워 줄 것을 요구했고 실종자 가족들도 이에 동의하면서 고발뉴스는 결국 카메라를 하늘로 향했다.

날짜가 지나 25일 새벽 1시 8분께 대화를 진행하던 한 여성은 “새벽 3시부터 수색작업을 시도하려면 이제 가야되잖아요. 가실 분은 보내드릴게요”라며 “대신 정확한 정보를 알려달라고요. 일하지마라는 게 아니잖아요. 최대한 조건을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쪽도 양보를 해야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이 장관-김 청장과 가진 8시간가량의 대화로 다소 마음이 누그러진 듯 이에 동의했다. 다만 이 장관은 신속한 현장 상황을 전달해주기 위해 팽목항에 남아주기를 요구했고, 이 장관도 이에 동의했다.

1시 14분께 실종자 가족들은 “오랫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며 박수로 대화를 마무리 지었고, 김 청장은 실종자 수색 작업 재개를 위해 현장으로 떠났다. 60대 추정되는 한 중년 남성은 대화가 끝난 후 이 장관을 끌어안고 오열해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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