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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SNS 잇단 파문 '세월호에 숟가락 얹으려다...'


입력 2014.04.24 10:24 수정 2014.04.24 15:31        조소영 기자

국가적 재난 사태에도 '이미지 정치' 시도

소통도구를 '계도'로 쓰려하니 역풍 당연

부적절한 SNS 발언이나 행동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왼쪽)과 장하나 의원 ⓒ연합뉴스/데일리안 부적절한 SNS 발언이나 행동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왼쪽)과 장하나 의원 ⓒ연합뉴스/데일리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는 가운데 민심을 어루만져야할 정치인들이 잇따른 ‘SNS 헛발질’로 국민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인들이 SNS의 특징 중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한다는 점만 생각할 뿐 ‘소통과 공감’이라는 부분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전남 진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직후 22일 사고 발생 일주일이 될 때까지 정치권은 SNS로 여러 번 사고를 쳤다. 새누리당 소속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각각 16일과 17일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침몰에 관한 자작시를 게재해 비판을 받았다.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승객들을 실었던 세월호가 침몰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자 한 의도였지만, 급박한 상황 속 국가 지도자로서 사고에 대한 실무적 역할을 해주길 원했던 국민의 눈에는 두 인사의 시가 ‘보여주기 용’으로 그쳤다.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같은 사례다. 16일 트위터에 구조 기원에 대한 글을 올렸던 그는 20일 광주서 한 신문사 주최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석, ‘국회의원 임내현’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직접 코스를 달려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학생들을 향한 애통한 심정의 글과는 달리 정작 행동은 자신의 홍보를 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이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지위에서 기대되는 믿을 수 있는 정보 전달이 아닌 ‘정치적 물타기’ 의도가 짙은 글들을 올린 정치인들도 지탄받았다. 장하나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17일 트위터에 구조 상황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과 관련, 실종자 가족 등을 대변한다며 정부를 겨냥해 “이 정도면 범죄 아닐까”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새누리당 소속 한기호·권은희 의원도 ‘이념 논쟁 카드’를 꺼내들었다 혼쭐이 났다.

한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8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비판 논평을 낸 데 대해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 단체와 사이버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해 문제가 됐다. 같은 날 권 의원은 SNS서 떠도는 잘못된 증거와 함께 세월호 사건 실제 실종자 가족들을 선동꾼으로 몰아 물의를 빚었다.

"충분한 확인, 책임 있는 고민 없이 글 올리는 건..."

유승찬 소셜미디어 컨설턴트는 2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의 이 같은 SNS 구설 문제와 관련, “국민들과 소통을 하는 게 아닌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소셜미디어는 ‘소통과 공감’을 위한 미디어인데 정치인들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지 더 주의 깊게 들으려는 태도가 선행돼야 하는데 자신이 먼저 얘기를 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듯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이재오 권은희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세월호와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SNS 활동을 보여 빈축을 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화면 캡처) 새누리당 한기호 이재오 권은희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세월호와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SNS 활동을 보여 빈축을 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화면 캡처)

유 컨설턴트는 그러면서 일반인들 또한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은 물론 확증편향(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것)이 있지만, 정치인들은 공인으로서 이에 대해 더 주의했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그는 “충분한 확인과 책임 있는 고민 없이 글을 올리는 건 늘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국가적 재난 사태에도 정치인들이 ‘이미지 정치’를 하려 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정치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자신의 이미지를 보일지 정치적으로 접근한 경향이 있다”며 “애통한 심정을 시로 만들어 쓴다든가, 섣불리 정부를 비판해 책임을 넘기는 것, 괴담 수준의 이야기를 무책임하게 담는 것 등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것들이 아주 졸렬하기 그지없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또한 “정치권에는 ‘내 부고만 아니면 언론에 오르는 건 다 좋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숟가락, 젓가락을 올리는 작태들이 있다”며 “정치인들은 임명직이 아닌 만큼 유권자들은 이런 걸 잘 기억했다가 표로써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고를 두고 움츠렸던 정치권이 사태 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교수는 “이런 사고는 정부의 책임도 있지만, 정치인들이 대책도 마련하고, 사회적 트라우마도 막고 나서야 한다”며 “지금 정치인들은 말만 하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식으로 아예 침묵하는 비겁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평론가 또한 “각 정당에서는 세월호 사고를 위해 국민적 모금운동을 열거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노란리본 운동에 적극 함께 하면서 국민의 좌절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일에 신경 쓰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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