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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위한 항변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데일리안] 입력 2013.05.23 14:08
  • 수정 2013.05.23 14:11
  • 김봉철 넷포터

대형 로펌 태평양의 조우성 변호사, 을(乙) 위해 항변

베스트셀러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리더스북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리더스북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해서, 피해 입은 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법은 어떤 역할, 법조인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이 같은 법의 본질, 법조인의 본령을 찾아주는 책이 나와 화제다. 바로 조우성 변호사의 에세이집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리더스북)이 그 주인공. 이 책은 지난달 10일 출간 직후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순위 고공행진중이다.

저자 조우성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에 소속된 18년 차의 베테랑 변호사다. 하지만 책에는 저자가 갑을(甲乙) 관계가 기본인 법정관계에서 힘보다는 완곡한 설득과 존중의 자세로 ‘을(乙)’의 입장을 헤아리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주요 고객인 대형 로펌 소속의 변호사가 이같이 중소기업 및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서 그들의 인생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 저자 조우성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형 로펌 변호사, 그가 을(乙)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

-오늘날 법정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가감 없이 책에 담으셨습니다. 어떻게 이런 책을 쓰실 생각을 하시게 된 건가요?

“박경철 원장님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의사들의 세계에 애틋하고 가슴 찡한 사연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죠. 그러면서 변호사의 세계에도 이 못지않게 다양하고 속 깊은 사연들이 많은데, 그런 이야기들을 한번 잘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소송을 맡아오면서 얻었던 깨달음과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대형 로펌에 소속되신 분이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고 계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지금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은 대형 로펌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대기업들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들 속에서 느끼게 된 것은 정작 법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은 서민들과 중소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생각들이 마음에 쌓여 언제부턴가 막연한 채무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 그럼 평소에도 이 같은 취지를 가진 활동들을 하고 계신 건가요?

“페이스북이나 SNS를 통해서 무료 법률상담을 꾸준히 하고 있고, 중소기업 CEO를 위한 토크 그룹을 운영하거나 무료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편중된 변호사 생활에서 느끼는 갈등과 채무감을 좀 덜어내고 싶었죠. 제가 하고 있는 소소한 활동들을 통해 도움을 얻고 권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분들의 말을 들을 때면 큰 사건에서 승소한 것 못지않은 보람을 느낍니다. 책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출간을 기점으로 앞으로는 활동 영역을 좀 더 넓혀 나갈 생각입니다.”


차가운 법정에서 길어 올린 인간의 가슴 깊은 곳을 바라보는 ‘경청’과 ‘공감’의 지혜

- 책에 ‘법정 에세이’라고 이름을 붙이셨던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제가 그간 만나고 목격했던 주변 분들의 인생 이야기에 저 나름대로의 생각을 덧붙여 글로 풀었습니다. 억울하게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지만 아들에게 자신이 한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변호를 포기하려던 아버지 이야기부터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사주었던 고가의 명품들을 돌려받고 싶은 남자, 탈선한 아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직접 고소한 아버지 등 변호사로 일하며 참 우여곡절 많은 갖가지 분들의 사연을 접하게 됐죠. 때로는 가슴 먹먹하게 하고,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깨달음을 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독자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본문에 35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셨는데, 이 중 변호사님께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어느 것이었는지요.

“국선변호로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어느 피의자의 사건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한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밝히면 쉽게 무죄를 밝힐 수 있는데도 끝까지 이를 거부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고등학생인 자신의 아들이 동네에서 놀림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해서였습니다. 이 사건을 담당하며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밖에 없었죠.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실을 밝히자고 그를 끈질기게 설득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사뭇 아버지로 산다는 말의 함의가 얼마나 무거운 것이지를 다시 한 번 가늠하게 되기도 했고요.”


-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이란 책의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변호사로 지내시면서 목격하셨던 법정 위의 사연들과 제목의 뜻이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요?

“제목에는 의뢰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과 ‘공감’의 가치를 담고 싶었습니다. 소송의 당사자는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상처가 곪아서 독한 마음을 먹고 법정까지 오게 된 거죠. 그런 사람들에게 꼬여버린 상황을 비난하듯 평가하는 대신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십니까?’ 라고 완곡히 말을 건네면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하나 둘 못다 한 이야기들이 풀어집니다. 지난 18년간 변호사로 일하면서 깨달은 것이 바로 이런 경청과 공감의 힘입니다.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얽힌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가게 하죠. 때로는 이것이 법적인 논리보다 더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 ‘경청’의 중요성을 말씀하고 계시지만, 사실 요즘처럼 경쟁이 심한 시대에서는 내가 한 마디라도 더 많은 말을 하고 더 많은 PT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오히려 그런 세상이기 때문에 자기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에게 더욱 끌리고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다들 자기 목소리만 내는 이 사회에서 진심으로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입니다.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경청해주고 그 사람에게 공감해주면 상대도 고마움을 느끼고 변화하니까요. 저는 실제 많은 분쟁을 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심을 담은 경청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정말 많이 보아왔습니다.”


- 그렇군요. 많은 분들이 변호사님과 같은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죠. 따라서 사회적 약자일수록 법을 제대로 공부해서 법이 얼마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법을 대중화해 나가는 작업을 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독자 분들과 함께 공유하며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리더스북 펴냄. 296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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