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말아톤’과 평창스페셜올림픽…칭찬 세뇌의 힘


입력 2013.01.30 12:00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격려·칭찬 통해 용기 얻고 자신감 충전

영화 속 장면이 현실로..평창의 감동 기대

영화 ‘말아톤’ 스틸 컷. 영화 ‘말아톤’ 스틸 컷.

지난 2005년 개봉된 영화 ‘말아톤’은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아 화제를 모았다.

‘말아톤’은 자폐 마라토너 배형진 씨와 그 어머니 박미경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다섯 살 지능의 자폐아 ‘초원(조승우 분)’이 마라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다.

영화 속 초원이는 20세지만 정신은 5세에 멈춰버린 자폐아다. 일상생활에서는 수영복을 못 찾아 공공 수영장에서 벌거벗고 돌아다니고 얼룩무늬만 보면 흥분해 치한으로 몰리는가 하면, 식사 중에 방귀를 뀌고 동생에게 존댓말을 하는 사실상 바보다.

하지만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초원에게는 달리는 순간이야 말로 세상과 소통하고 자유와 행복을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도 초원이 자연과 함께 숨 쉬며 달리는 마라톤 장면으로 관객들은 초원의 마라톤 장면을 보며 감동을 만끽할 수 있다. 이는 마라토너들이 레이스 중에 종종 경험하게 된다는 무아지경의 희열인 ‘러닝 하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말아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영화를 기억하고 다시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초원과 그의 어머니가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초원이 몸매는?” “끝내줘요”라고 하는 대화 장면이 그것.

지적인 능력이 다섯 살에 멈춰있는 스무 살짜리 아들에게 삶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을 갖게 하려 하는 어머니의 무한 애정이 담긴 ‘세뇌’라고 볼 수 있다.

‘말아톤’은 영화 자체의 극적인 재미와 감동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 자폐증 등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음악과 미술, 영화 등 문화예술과 스포츠는 흔히 ‘만국 공통어’로 불린다. 인종과 언어, 지역적인 차이에 구애 받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 초원과 같이 ‘끝내주는 백만 달러짜리’ 몸과 마음을 지닌 세계 각국의 스포츠 선수들이 동계 스페셜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 모였다.

8세 이상의 지적 장애인이면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고, 종목별로 메달을 획득한 선수 외에 입상 순위 밖의 선수들 전원에게도 리본을 달아주며 장애를 극복하고 올림픽에 참가한 데 대한 축하를 전하는 스페셜올림픽은 1차적으로 스포츠 이벤트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적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넓히고 그들을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일종의 캠페인의 성격도 띠고 있다.

29일 개막한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은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물론 임원, 자원봉사자들 모두가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자리다.

‘말아톤’에서 초원의 어머니가 끊임없이 아들에게 긍정적인 의미의 세뇌교육을 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은 함께 경기를 펼치는 상대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로부터 듣는 칭찬과 응원을 통해 도전을 펼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자신감을 충전한다.

실제로 지적 장애인들에게 플로어하키를 지도하는 한 국내 지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소극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지적 장애 선수들이 스포츠 활동을 하는 시간만큼은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에 힘입어 적극적이고 즐겁게 스포츠 활동에 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씨는 2001년 자폐를 딛고 춘천마라톤을 완주했고, 2002년 8월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을 통틀어서도 한국에서도 최연소로 철인3종 경기를 완주했다.

스포츠 능력 자체로도 상당히 뛰어난 능력이지만 사람들이 영화에서 주목한 부분은 마라톤 자체 보다는 마라톤을 통해 주인공이 사회와 소통하고 마라톤을 통해 스스로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끼는 장면이었다.

배형진씨에게 마라톤이나 철인3종 경기는 애초에 기록을 위한 스포츠가 아닌 즐거움과 행복을 위한 스포츠였을 것이다.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올림픽이 주는 의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참가 자체의 의미를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스페셜올림픽은 스포츠의 순수성과 올림픽 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대회라 할 수 있다. 7년 전 영화 ‘말아톤’이 전해준 감동을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을 통해 다시금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임재훈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임재훈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