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 한때는 당신을 보고 남한을 동경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입력 2012.06.04 16:22  수정

탈북자들 임 의원 발언에 분노 "진정한 사과는 의원직 사퇴" 한목소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나 할소리…북에서 그를 보고 자유 갈망했는데"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탈북자 비하 발언이 논란에 대해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국회가 조선노동당의 거수기가 아닌 이상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며 ‘자진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앞서 1일 백요셉 탈북청년연대 사무국장은 임 의원이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자신에게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xx들이 굴러와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냐?”, “너 하태경하고 북한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 하태경 그 변절자 xx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 등 폭언을 퍼부었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폭로했다.

탈북자 출신인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는 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나 할 소리를 국회의원이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회가 조선노동당의 거수기가 아닌 이상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과거 평양에서 봤던 임 의원은 패션도 좋고, 아주 자유스러웠기 때문에 많은 북한 주민들이 좋아했다”면서 “하지만 남한에 와서 본 임 의원은 악마의 밑에서 희생당하는 2300만 북한 동포들의 편이 아닌 악마의 편에 선 사람”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특히 “임 의원 등 소위 진보좌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인권, 평화, 민족 등인데 북한 인권을 부정하는 것은 진보진영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라면서 “자신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서는 피를 물고 달려들던 사람들이 그보다 더 잔인한 김정일 독재 아래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나선 사람들을 비난하고 매도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탈북대학생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등에 폭언을 해 파문이 일고있는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4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고개를 숙인채 머리를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15호 요덕수용소 생존자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임 의원은 이석기,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같은 골수 종북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욱더 그런 생각에 빠진 것 같다”며 “세상은 발전하고 변화하는데 아직도 80년대 주사파 사고방식에 박혀 살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평양에서 임 의원의 자유로운 옷차림, 북한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보면서 자유에 대한 동경, 남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그런 임 의원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서 독재정권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을 걱정하고 그들의 위해 싸울 것을 기대했지만 결국은 독재자들의 편”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 의원의 행동은 북한 주민들의 희망과 기대를 짓밟는 행위다. 본인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국회의원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며 “민주당 내에서도 임 의원과 생각을 같이 하는 소위 진보라는 탈을 쓴 종북인사들을 솎아내 국민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탈북자단체들도 시위와 성명을 통해 임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탈북자동지회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탈북자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항의시위를 갖고 “임 의원이 탈북자들을 ‘변절자’로 매도한 발언에 대해 탈북자 사회 전체가 격분하고 있다”며 “당신이 변절자로 매도한 탈북자들은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독재체제에 항거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임 의원이 하태경 의원을 통해 했다는 ‘탈북자들에 대한 사과 발언’의 진정성에도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임 의원은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으며 2만3천여 탈북자들의 영원한 적이 될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외국어대 탈북대학생 모임인 ‘NK통일리더쉽’도 성명서를 통해 “임 의원은 북한의 김일성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며 굽실거리던 주사파의 한 사람”이라며 “생존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한 우리들에게 변절자라고 하다니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NK통일리더십은 “임 의원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북한의 세습독재와 탈북자 강제북송,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대북성명을 발표하고 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런 사과가 아니라면 우리 탈북 대학생들은 몸조심하라는 당신의 충고를 거부하고, 당신이 사퇴하는 날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석기 통진당 의원(한국외대 82학번)의 4년 후배인 임 의원은 한국외대 재학 중이던 지난 1989년 6월 30일 불법 방북해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참가했다. 그는 46일간 평양에 머물며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을 만나 “독립운동가로 필요한 지도자”라고 했다.

판문점을 통해 걸어서 한국에 돌아온 임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5년형을 받은 뒤 지난 1992년 특별 가석방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사면복권됐으며, 지난 4·11총선에서 1989년 당시 전대협 의장으로 임씨를 북한으로 보낸 당사자인 임종석 전 의원의 추천으로 비례대표 21번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데일리안 = 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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