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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션보다 괴물에 열광하는 이유


입력 2011.03.17 09:31 수정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거구와 기량 갖춘 ‘리얼괴물’ 속속 등장

마니아+일반인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상품성

´무늬만 괴물´인 파이터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반면, 기량과 상품성을 함께 갖춘 ´리얼 괴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늬만 괴물´인 파이터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반면, 기량과 상품성을 함께 갖춘 ´리얼 괴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테크니션에게는 감탄, 괴물에게는 열광을?´

각종 기술과 전략의 비약적 발전과 체급별 세분화 등 MMA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진화해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적으로 평가됐던 파이팅 패턴들이 이제는 낡은 방식으로 평가절하 될 정도다. 아시아권 단체들의 추락이 아쉽기는 하지만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어 미래 또한 밝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아무리 체급이 늘어나고 다양화가 추구된다 해도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체급은 단연 ´헤비급´이라는 점이다. 경량급 테크니션들이 멋진 활약을 펼쳐도 우람한 체구와 개성을 지닌 헤비급 파이터들보다 뜨거운 시선을 받기는 어렵다.


괴물들의 힘 대결, 인간 원초적 욕구 자극?

섬세한 테크닉도 좋지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우리와 다른 사이즈와 신체능력을 지닌 우월한(?) 존재들의 힘 대결을 보고 싶어 한다.

이른바 마니아들은 테크닉이 출중한 파이터들에게 더 많은 시선을 보낼 수 있지만 괴물들의 ´파워게임´은 평소 격투기에 별반 관심 없던 일반 팬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그들에게는 인간 원초적인 무언가를 끓어오르게 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각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격투기에 대해 관심이 적은 이들에게 호세 알도(24·브라질)나 비제이 펜(33·미국) 게임을 보여주는 것과 아케보노(41·미국)-줄루(33·브라질)-자이언트 실바(48·브라질)-밥 샙(37·미국) 등의 영상을 시청하게 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파이터로서의 기술수준이나 업적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 외모에서 오는 묘한 이끌림의 차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이들은 최근 정체(?)가 발각돼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전성기에는 대중들의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곤 했다. 일단 첫인상부터 팬들에게 주는 임팩트가 달랐다.

이러한 요소는 액션영화 등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들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힘들게 하기 위해 엄청난 체구의 거한들이 악당으로 등장하곤 한다. 비록 끝판왕은 아닐지라도 그런 거구들은 최종 보스를 빛나게 해주는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준다. 거구도 이렇게 엄청난데 그의 위에 군림하는 보스는 얼마나 강한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최근 들어 MMA에는 줄루같이 팬들의 신뢰를 잃은 ´무늬만 괴물´인 파이터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반면, 기량과 상품성을 함께 갖춘 ´리얼 괴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 UFC 헤비급 챔피언 브록 레스너(34·미국)를 비롯해 쉐인 카윈(36·미국), 안토니오 실바(31·브라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엄청나게 두꺼운 목과 터질 듯한 흉근 등 마치 한 마리의 ´로랜드 고릴라(lowland gorilla)´를 연상케 하는 레스너는 외모에 걸맞은 엄청난 괴력을 뽐낸다. 범상치 않은 운동능력과 스피드는 그가 왜 UFC 데뷔 초부터 흥행의 중심에 서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웨스턴대학 환경기술 학사 출신인 카윈은 서른이 넘어 종합격투기 무대에 데뷔했음에도 불구, 어마어마한 한방의 해머펀치를 바탕으로 전 경기 'No!판정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12승의 전부를 1라운드 초중반에 끝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결정력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기보다는 한방 크게 맞추면 대부분의 상대들이 견디질 못하고 나가떨어진다.

과다한 성장 호르몬 분비로 인해 뇌하수체 종양 절제수술까지 받아야했던 실바는 최근까지만 해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지난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토너먼트에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5·러시아)를 제압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괴물 파이터 특유의 파워는 물론 정교한 타격과 그래플링 등 기술적인 부분도 아주 뛰어난 ´올라운드 파이터´다.

이렇듯 최근의 괴물 파이터들은 신체조건이 과거보다 더 좋아지고 테크닉 역시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덩치만 좋은 것이 아니라 체구를 지니면서도 기량까지 출중한 선수들이 헤비급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레슬링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시베리아 불곰´ 알렉산더 카렐린(44·러시아),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45·미국), NBA(미 프로농구) ´공룡센터´ 샤킬 오닐(39·미국) 등 또 다른 스포츠의 레전드들이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 워낙 신체조건과 운동신경 등이 남달라 "혹시 종합격투 무대에서 뛰었다면 어떤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실제로 오닐은 지금도 MMA관련 얘기를 흘리면서 팬들을 솔깃하게 하고 있다. 비록 격투기와 관련 없는 구기종목 선수지만 은퇴한지 한참이 지난 카렐린-타이슨과 달리 여전히 현역이라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록 한창 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엄청난 거구(216cm-147.4kg)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홈-원정경기를 끄떡없이 소화한다. 뿐만 아니라 워낙 특별한 운동신경을 갖추고 있어 이벤트형식으로라도 경기를 봤으면 하는 팬들이 많다. 게다가 덩치대비 스피드 등을 따져볼 때 오닐은 역대 스포츠종목 스타들을 통틀어 상위권으로 꼽힌다.

외모 등에서는 약간 부족하지만 신체조건과 기량에서 최상급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더치 사이클론´ 알리스타 오브레임(32·네덜란드) 역시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트헤비급에서 뛰던 시절까지만 해도 다소 마른 듯한 ´초식동물´ 이미지였지만 육체개조에 성공하면서 ´육식공룡´으로 진화해 현재는 헤비급 세계최강 후보 중 한 명으로 군림하고 있다.

진화하는 MMA 발전 속도에 발맞춰 또 어떤 '몬스터급 파이터'들이 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격투기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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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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