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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兵風)’사건 원심 판결 전문


입력 2005.05.13 14:00 수정 2005.05.13 19:04        데스크 (desk@dailian.co.kr)

"현실적 악의가 존재하지 않았나 의심을 사기에 충분"

피고들의 항소와 상고에 대해 잇달아 "기각" "기각"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의혹인 이른바 ´병풍(兵風)´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9일 김대업씨와 오마이뉴스 등 피고들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법과 고법, 대법을 거치면서 피고들의 ´거짓´이 거듭 확인, 상급심에서 잇달아 ´기각´ ´기각´판결이 내려진 모두 2건의 ´병풍´재판 원심 판결문 전문을 입수, 공개한다.

[‘병풍’사건 원심 판결문(1)]

서울 지방법원 제25 민사부 판결

사 건 2002가합40574 손해배상(기)

원 고 한나라당

대표자 최병렬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봉규

피 고 1. 오연호

2. 김 당

3. 김병기

4. 김영균

5. 이용범

6. 박종진

7. 김대업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강

담당변호사 최재천, 곽원곤, 김용수, 이지은, 고창우

변론 종결 2003.12.24

판결 선고 2004.1.14

주 문

1. 원고에게,
가. 피고 김대업은 100,000,000원,
나. 피고 김대업과 연대하여 위 금액 중
(1) 피고 오연호, 김 당, 김병기, 김영균은 30,000,000원,
(2) 피고 이용범, 박종진은 20,000,000원
및 위 각 금액에 대하여 2002. 7. 9.부터 2004. 1. 14.까지는 연 5%, 2004. 1. 15.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0분의 9는 원고가, 10분의 1은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 구 취 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5억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최종 송달일 다음 날부터 2003. 5. 31.까지는 연 5%, 2003. 6. 1.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2002. 12. 19. 실시된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을 후보로 추천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던 정당이다.

(2) 피고 오연호는 주식회사 오마이뉴스가 발행하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주간신문 ´오마이뉴스 2002´의 발행인 겸 편집인, 피고 김 당은 오마이뉴스 2002의 편집장, 피고 김병기, 김영균은 그 기자이고, 피고 이용범은 주식회사 일요시사가 발행하는 주간지 ´일요시사´의 발행인 겸 편집인, 피고 박종진은 일요시사의 기자이다. 피고 김대업은 피고 김병기, 김영균 등 오마이뉴스 기자들에게 이회창 아들들 병역면제비리 의혹에 관한 제보를 한 자이다.

나. 1997년도 제15회 대통령 선거 당시의 상황

(1) 이회창이 1997. 12. 18.자 제15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신한국당(원고의 전신) 후보로 선출된 1997. 7.경부터 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의 전신) 의원들은 이회창 후보의 장남 이정연과 차남 이수연(다음부터 ´이정연 등´이라고 한다)이 모두 병무청 징병검사에서 1급 현역판정을 받았다가 입영시 정밀신체검사에서 체중미달로 5급 면제판정을 받고 귀향처리된 것과 관련한 비리의혹을 제기하면서,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이정연 등의 귀향자처리관계문서(병적기록표 진단서 병역증 귀향자명부)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국방부장관은 1997. 7. 21. 이정연 등의 귀향자처리 관계문서가 공문서분류및보존에관한규칙에 따라 3년 보존후 파기되었다는 요지의 서면답변을 하였다가, 이를 번복하고 1997. 7. 31. 국회에 이정연 등의 병적기록표 원본을 공개하였다.

(2) 그런데 공개된 이정연의 병적기록표에 대하여는 이정연의 사진 및 병적기록표가 구청에서 병무청으로 이관될 경우 날인하게 되어 있는 병무청장의 대조인이 누락되어 있는 점, 보충대 신체검사 후 이상자에 한하여 받게 되어 있는 재신체검사를 받지 않고 바로 면제판정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 점 등이, 이수연의 병적기록표에 대하여는 가족관계란에 백부모가 부모로 기재되었다가 나중에 ´백´자가 가필되고 그 아래란에 형 이정연과 부 이회창의 인적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점, 1990. 1. 11. 병원에 입소하여 정밀검사를 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3일 전인 1990. 1. 8. 5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고 정밀검사 결과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신체검사란과 징병처분사항란의 징병검사일자가 서로 틀린 점 등이, 이정연 수연 병적기록표에 대하여 공통적으로 한자이름 중 ´淵(연)´이 ´潤(윤)´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고 정정인 날인도 없이 오자 옆이나 위에 정자가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의 하자가 발견되어, 병적기록표가 사후에 위 변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의혹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나 수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채 대통령 선거가 설시되었고, 이회창은 낙선하였다.

다. 피고 김대업의 제보

(1) 피고 김대업은 국군 대구병원 소속 중사로 재직하던 1985년경 병원진단서를 위조하는 등으로 20명의 방위병을 불법 전역시켜 주고 그 대가를 받은 사실로 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자로서, 2001. 3. 30.경 사기혐의로 긴급체포되어 2001. 4. 6.경 서울구치소에 입소하여 있던 중 2001. 8.경부터 2002. 2.경까지 군검 합동으로 병역비리를 수사하던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실에 출정하여 병무관련 서류를 검토하여 문제점이 있는 사안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병무비리사범 수사에 도움을 주어왔는데, 2002. 1. 4.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체포되어 온 전 병무청장 김길부와 단둘이 있게 된 기회를 이용하여 검찰청 수사공무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김길부에게 자백을 회유하면서 정치인 아들들 병무비리 여부에 관하여도 질문하였다.

(2) 피고 김대업은 피고 김병기, 김영균 등 오마이뉴스 2002 기자들에게 ´김길부로부터 1997년 대통령선거 직전에 이정연 등 병역면제 사실을 은패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고 그에 따라 이정연 등의 병적기록표를 위 변조하고 병역판정부표(정밀검사의뢰결과서 또는 신검부표)를 파기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들었다´고 제보하였다.

라. 오마이뉴스 2002, 일요시사의 이정연 등 병역면제비리 의혹 보도

(1) 오마이뉴스 2002는 피고 김대업의 제보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가) 2002. 5. 21.자 (주간 제3호)

표지에는 [이회창 아들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 열었다]는 주제목이 게재되어 있고, 피고 김병기, 김영균이 포함된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명의로 [진상추적, 병무청 고위간부 K씨 올 1월 검찰조사 때 폭탄진술 뒤 부인], [97년 이회창 후보 장남 정연 씨 병역비리 은폐]라는 제목 하에 2개면에 걸쳐, "전 병무청 고위간부 K(전 병무청장 김길부를 말함)씨가 올 1월 서울지검 병역비리 수사팀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난 97년 대선 직전에 이회창씨 큰아들 정연씨의 불법 병역면제 사실을 은계하기 위해 나와 또 다른 병무청 간부 Y씨, 그리고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측근인 K(고흥길을 말함) 특보, J의원 등이 수차례 걸쳐 대책회의를 가진 끝에 국군 춘천병원에 남아 있던 병역판정부표를 파기했으며 병무청에 남아 있는 병적기록부 원본도 변조했다´는 진술을 했다가 부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병적기록부가 국회에 공개되기 전에 국군 춘천병원에 보관중이던 정연씨의 병역판정부표가 폐기되어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는 이로 인해 춘천병원의 주임원사와 담당자 등 3명을 5년 보존연한의 병역판정부표를 미리 파기했다는 이유로 징계하기도 했다. 따라서 당시 병무청이 뒤늦게 공개한 병적기록부에 변조한 흔적이 나타나고 그 시점에 병역판정부표까지 폐기된 것이 이회창 후보의 측근 인사들과 병무청 고위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 대책회의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와, [97년 제기된 이회창 후보 두 아들 병역면제 7대의혹]이라는 제목하에 대체로 위 나.의 (2)항과 같은 의혹을 열거한 박스기사가 게재되었다.

또한 이와 함께 2개면에 걸쳐 피고 김대업을 ´병역비리 전문 민간수사관´이라고 지칭하면서 피고 김대업이 1999. 7.경 과거의 잘못을 씻고 명예회복을 하기 위하여 수사팀에 자원하여 병역비리 조사에 참여하게 되었고 수사과정에서 1,000여명의 비리혐의자들을 족집게처럼 잡아냈으며 병역비리를 덮으려는 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한편, 같은 일자 신문에는 [한나라당 K, J의원, ´그런 일 없었다´]라는 소제목 하에, 고흥길을 K로 지칭하면서 고흥길이 ´한나라당 내부에서 정연씨 문제와 관련된 언론보도 등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지긴 했지만 병무청 고위간부들과 대책회의를 한 것은 없고 정연씨의 병역부표가 파기되고 병적기록부가 변조되었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고 진술했다는 내용 등을, [97년 국감장에서 K씨, ´병적기록표 조작되지 않았다´] 소제목 하에 김길부를 K로 지칭하면서 김길부가 ´국정감사장에서 이정연 등의 병적기록표는 조작되지 않았고 신검규칙은 적법하게 적용됐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는 내용 등이 함께 게재되어 있다.

(나) 2002. 5. 28.자 (주간 제4호)

피고 김병기 명의로 [´털어놓으면 위증죄 걸리는데 …´, ´전 병무청 고위간부 K씨의 서울지검 폭탄진술 120분´]이라는 제목하에 2개면에 걸쳐, "2002. 1. 4. 오전 서울지검 1113호 검사실에 체포되어 온 K씨가 자신을 신문하는 피고 김대업에게 위 (가)항과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 피고 김대업이 검사와 K씨의 진술문제를 상의하던 시각, 변호인 접견이 이뤄졌다. 그 뒤 다른 수사반원과 마주앉은 K씨는 피고 김대업에게 말했던 초기진술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사의 코치를 받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결국 검찰은 ´폭탄진술´을 조서에 담는 데 실패한 것이다"는 기사가, 피고 김영균 명의로 2개면에 걸쳐 [97년 묻혀버린 가짜 진위 밝혀져야], [고의제충감량 공방에 어물쩍 넘어간 가짜 병적기록부 의혹 5가지]라는 제목하에 "97년 이정연씨의 체중감량 논란 속에 정연, 수연 형제의 병역 면제 증거물로 나온 두 사람의 병적기록부의 진위 의혹이 묻혀 벼렸었다. 97년 당시 일요시사는 병적기록부를 작성한 구청을 찾아가 추적한 끝에 정연, 수연 형제의 병적기록부가 가짜라는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97년 당시 종로구청장과 병역담당 계장이 병무청이 제시한 정연 수연씨의 병적기록부가 ´종로구청 작성자료로 볼 수 없다´고 진술하면서 그 근거로 전항과 같은 의문점을 들었다"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한편, 같은 일자 신문에는 [대책회의 의혹 보도에 대한 한나라당 반응],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면제 은폐했다면 사퇴할 것´]이라는 제목 하에 이회창이 여러 차례의 토론회에서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대한 질문에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라는 등으로 적극적으로 부인했고, 남경필 한나라당 대변인이 ´대책회의는 있었지만 외부 인사가 참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 무근이고, 고흥길 의원이 당시 이정연씨와 함께 서울지방병무청에 병적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서 간 것은 사실이나 그 와중에 병무청 사람들과 접촉한 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이 함께 게재되어 있다.

(다) 2002. 6. 4.자 (주간 제5호)

특별취재팀 취재 형식으로 [정연씨 병적기록부, K씨 서랍에서 두 달 잠잤다]라는 제목 하에 2개면에 걸쳐, "이정연씨의 병적기록부는 97. 7. 30. 국방부에서 전격 공개되기 전까지 병무청 고위간부 K씨의 서랍속에 ´사적´으로 보관되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씨가 97년 6월경 서울지방병무청장에게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적기록부를 가져오도록 지시했고 한 인사는 K씨가 두 아들의 병적기록부 원본을 자신의 책상서랍 속에 넣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정연씨의 병적기록부를 손에 넣은 K씨는 대책회의 ´결정´에 따라 이를 변조한 뒤 국회에서 공개했다는 추청이 가능하다"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한편 같은 일자 신문에는 2002. 5. 30.자 기사의 요지와 함께 원고의 요구에 따라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정연씨는 불법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신한국당 관계자들이 병무청 간부들과 병역비리은폐대책회의를 가진 적도 없고 병역판정 부표를 파기하거나 병적기록부 원부도 변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라는 반론보도문이 게재되었다.

(2) 일요시사

2002. 6. 18.자 주간지 표지에 [신병풍(新兵風] 2002 대선 핵뇌관]이라는 주제목이 게재되어 있고, 피고 박종진 명의로 5개면에 걸쳐 [신병풍에 昌 대세론 멈칫], [97년 제기된 이회창 후보 두 아들 병역면제 7대 의혹]이라는 제목 하에 오마이뉴스의 일부 기사를 인용한 기사와 "최근 정연씨의 병역대책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가 양심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장본인은 김길부 전 병무청장이 검찰 진술에서 언급했다는 병무청 간부 여모씨(당시 병무청 징모국장 여춘욱을 지정하는 듯함)다. … 만일 여씨가 관련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양심선언으로 폭로할 경우 정가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와 이회창 후보의 대선행보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가 게재되었고, 이와 함께 고흥길 등이 보도내용을 부인하고 있다는 등 원고측 주장 내용이 함께 게재되었다.

마. 검찰 수사

검찰은 2002. 8. 병무특별수사반을 편성하고 이정연 등 병적기록표 위 변조 여부,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 존부 등에 관한 수사를 진행하여 2002. 10. 25. 수사를 종결하였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병적기록표와 관련된 의혹의 대부분은 병역관계 법령, 신검규정 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고, 병적기록표 상의 단순 오기, 날인 사진 및 철인 누락 등의 하자는 대량 반복적인 작성과정에서 업무처리의 불철저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감정결과 이정연 병적기록표 사진란에 철인이 압날된 흔적은 없으나 어떤 것이 부착되었다가 탈착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정연의 사진이 보관중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됨), 작성자가 확인되었거나 같은 시기에 작성된 다론 병적기록표에서도 동일한 하자가 다수 발견된 점에 비추어(특히 이정연의 병적기록표가 작성된 1981년에는 병역법 개정으로 징병적령이 20세에서 19세로 하향됨에 따라 1962년생과 1963현생 병역의무 대상자의 병적기록표를 한꺼번에 작성하게 되어 오기가능성이 높았다고 함), 그 하자가 1972년부터 시행되던 특수층 병역관리제도상 병역특별관리대상자임을 은폐하고 5급 면제판정을 받기 위한 수단이거나 면제판정 후 일괄적으로 위 변조된 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정연 등의 한자성명을 정정하거나, 이수연 병적기록표 가족관계란 중 백부모 다음에 이회창의 성명을 기재하고 그 옆에 대법원판사라고 가필한 것이 누구인지와 그 경위에 대하여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부장관이 이정연 등 병적기록표가 포함된 귀향자처리 관계문서의 공개를 요구받고 1997. 7. 21. 국회에 위 문서들이 3년 보존후 파기되었다는 서면답변을 한 것은 답변자료 작성과정상의 착오에 기인한 것이다.

(2) 1991. 2. 입영시에 작성된 이정연의 신검부표는 대책회의가 있었다는 1997. 7.경 이전인 1996. 11.경 국군춘천병원 이전을 계기로 간부회의 결정에 따라 장복용 원사에 의하여 5년의 보존기간이 만료된 다른 신경부표들과 함께 일괄적으로 소각 파기되었다.

(3) 은폐대책회의에 대하여는 피고 김대업이 김길부로부터 전문한 진술이 유일한 증거이다. 이정연 등의 병역변제의혹이 증폭되고 국회에서 병적기록표 공개 문제가 거론되자 1997. 7. 내지 8.경 병무청 간부들이 병적기록표 공개여부, 국회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수회 대책회의를 가졌고, 고흥길 특보가 병무청장을 방문하였으며, 김길부 병무청장이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이정연 등의 병적기록표를 공개하기에 앞서 여춘욱 징모국장에게 당사자인 이정연 등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여춘욱이 고흥길에게 만날 것을 요청하여 고흥길, 성명불상 변호사, 황모 의원, 김길부, 여춘욱이 힐튼호텔 커피숍에서 1회 만난 사실이 인정되나 그 모임에서 은폐대책을 논의했다는 점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 보도 후의 경과

(1) 이 사건 보도들이 나가자 민주당은 2002. 5. 29. ´오마이뉴스 보도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은폐가 사실로 드러났으니 특권층의 대변자 이회창 후보를 심판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논평을. 2002. 6. 2. ´이회창 후보는 병역비리 은폐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오마이뉴스를 검찰에 고발해 경찰 수사에 응하든지 자신이 공언한 바와 같이 즉각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평을 낸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대통령 선거일 전일까지 계속적으로 이정연 등의 병역면제비리를 비난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2) 2002. 8.에서 9.경 사이에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병역비리의혹으로 인하여 최대 11.8%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3) 2002. 12. 19.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고, 이회창은 다시 낙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제1호증의 1 내지 4, 갑제3, 4호증, 갑제5호증의 1 내치 256, 을제2호증, 을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명예훼손의 성부

가. 원고의 주장

피고 김대업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신문의 발행인, 편집인, 기자들로서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여 함부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기사, 과장기사, 추측기사를 작성 게재하지 말아야 하고, 그 사안이 대통령 선거에 크게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사안이라면 허위사실을 보도하여 독자를 오도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여야 함에도, 이회창을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시키고 그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원고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힐 목적으로, 공무원자격을 사칭하고 사기행각을 일삼는 피고 김대업 발설내용의 진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허위사실 또는 이미 진상이 명백히 밟혀진 사실에 대하여 의혹이 있는 것처럼 보도를 하였고, 피고 김대업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허위의 사실을 발설함으로써 이회창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원고의 명예에 큰 타격을 입혔으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자료로서 5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나. 판단기준

일반적으로 민사상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특정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신문 방송과 같은 매체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는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 독자와 시청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기사의 전체적인 흐름,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당해 기사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다. 피고들의 명예훼손책임

(1) 피고 오연호 등의 책임

(가) 피고 오연호, 김 당, 김병기, 김영균이 발행인 및 편집인, 편집장 또는 취재기자로서 오마이뉴스 2002에 보도한 것은 크게 ① 전 병무청장 김길부가 피고 김대업에게 ´1997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 이정연의 불법병역면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병무청 간부,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 측근 사이에 대책회의가 열렸고, 그에 따라 병역판정부표를 파기하고 병적기록부 원본을 변조했다´고 진술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한 부분, ② 병적기록부가 국회에 공개되기 직전에 국군 춘천병원에 보관중이던 이정연의 병역판정부표가 파기되었고 이로 인해 춘천 국군병원의 담당자가 5년 보존연한의 병역판정부표를 미리 파기했다는 이유로 징계받았다는 사실을 적시한 부분, ③ 병적기록표 위 변조 흔적으로 1997년도에 제시되었던 7대 의혹을 열거한 부분 및 종로구청장과 병무담당 직원이 이정연 등의 병적기록부가 변조된 것이라고 인정했다는 사실을 적시한 부분 ④ 김길부가 이정연의 병적기록부를 국회에 공개될 때까지 사적으로 책상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적시한 부분과, 위 적시한 사실들을 전제로, 공개된 병적기록부에 변조 흔적이 나타나고 병적기록표 공개시점에 병역판정부표가 폐기된 것이 이회창 후보의 측근 인사들과 병무청 고위관계자들 사이의 대책회의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으며 이정연의 병적기록부를 손에 넣은 김길부가 대책회의 결정에 따라 이를 변조한 뒤 국회에서 공개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등의 의견을 표시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 피고 이용범, 박종진이 일요시사의 발행인 겸 편집인, 취재기자로서 일요시사에 보도한 것은 대체로 오마이뉴스 2002가 적시한 사실과 그 밖에 병역대책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인 병무청 징모국장 여춘욱이 양심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을 적시한 부분 및 이를 전제로 여춘욱이 양심선언을 할 경우 이회창 후보의 대선행보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의견을 표시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 이 사건 보도들의 요지는 원고의 대통령 후보 이회창과 측근들이 이정연 등의 병역면제에 비리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병적기록표 공개요구가 높아지자 이정연 등이 불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병무청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어 그 결과에 따라 병적기록표를 변조하고 병적기록표 원본과 배치되는 병역판정부표를 보존연한도 경과하기 전에 서둘러 파기한 뒤 비로소 병적기록표를 공개하였다는 것으로서, 비록 기사의 표현이 주로 ´… 라고 진술했다´, ´…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 의문이 제기되었다´, ´… 라고 주장했다´, ´… 로 알려졌다´라고 하여 단정적인 표현이 아닌 전문 또는 추측한 것을 기사화한 형태로 표현되었고, 김길부가 진술내용을 번복하였다거나 이회창 고흥길 등이 은폐대책회의와 병적기록표의 위 변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다는 등 원고측 주장에 관한 기를 함께 게재하기는 하였으나, 김길부가 변호사와 상의한 뒤 최초의 진술내용을 바꾸었다고 하면서 최초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보도한 점, 대책회의 및 병적기록표 공개와 병역판정부표 폐기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암시를 주고 있는 점, 병적기록표 위 변조 흔적이라고 주장되는 사유들을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열거하고 있는 점, 피고들 주장의 의혹이나 주장이 진실일 것을 전제로 의견표명을 하고 있는 점 등 기사 전체의 맥락이나 보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제시한 의혹이 진실일 개연성이 크다는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보도들은 이회창을 대통령 후보로 추천하고 당선시켜 여당으로서 고유의 정책을 추진하려던 원고의 목적활동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함으로써 정당인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할 것이다(따라서 이 사건 보도들이 이회창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였음은 별론으로 하고 정당인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없다).

(2) 피고 김대업의 책임

피고 김대업이 피고 김병기, 김영균 등 오마이뉴스 2002 기자들에게 위와 같은 보도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보하였고, 비록 김길부로부터 전문한 진술의 형태로 제보하기는 하였으나 그 전문하였다는 내용이 위와 마찬가지로 정당인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인 이상 원고에 대하여 명예훼손으로 인한 책임을 진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공동으로(피고 김대업으로부터 직접 제보를 받지 않은 일요시사의 피고 이용범, 박종진도 오마이뉴스 2002의 피고 오연호 등을 통해 나머지 피고들 모두와 공동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할 것이다)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위법성 조각여부

가. 피고들의 주장

북한과 휴전선을 경계로 대치하고 있고 국민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군정과 군령에 대한 통수권을 행사할 대통령 후보 주변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되어 있으므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대선후보의 검증 차원에서 그에 대하여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공익을 위한 것이고, 피고 김대업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사안이 갖는 폭발성을 예상하여 피고 김대업 발언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수사상황, 대책회의 등에 관한 정황, 정보를 알 수 있는 국내외 검찰관계자, 병무비리 수사관계자, 국방부 관계자, 병무청 관계자 등 공무원, 여러 정치인들을 취재하고 확인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도들의 내용은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나. 판단기준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행위를 한 경우에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는 경우에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고, 한편 언론 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감시와 비판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64384 판결, 2003. 7. 22. 선고 2002다62494 판결). 그러나 보도에 공익성 및 진실성 또는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없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해자가 공적인 인물이라고 하여도 명예훼손 행위를 한 언론매체에게 있는 것이고 명예훼손행위가 현실적인 악의에 기한 것임을 피해자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8. 5. 5. 선고 97다34563 판결).

다. 판 단

(1) 공익성

이 사건 보도들은 원고의 대통령 후보 이회창 아들들의 병역면제비리 의혹에 관한 것으로서 그 의혹을 규명하여 장차 대통령이 될 사람의 법의식 및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공익성이 인정되고, 비록 이 사건 보도들의 내용, 논조, 보도태도, 반론보도의 비중 등에 비추어 원고와 정치적인 입장을 달리하는 편에 서서 원고를 비방하려는 목적이 엿보이기는 하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위와 같은 공익적인 것에 있다고 인정되는 이상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

(2) 진실성

피고 김대업에게 은폐대책회의와 그에 따른 병역판정부표 파기 및 병적기록부 변조 사실을 진술하였다는 전 병무청장 김길부가 그와 같은 진술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점, 병적기록표 국회 공개에 앞서 병무청 간부들이 공개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하여 대책회의를 가졌고 김길부 여춘욱 등 병무청 관계자가 국무총리의 병적기록표 공개지시를 받고 이정연 등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논의하기 위하여 고흥길 등과 힐튼호텔 커피숍에서 회동한 점 등이 인정되나 그 모임에서 병적기록표 변조나 병역판정부표 파기를 결정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 점, 병역판정부표는 국군 춘천병원 이전을 계기로 물류이동을 줄이기 위하여 폐기된 것이고 관계자의 징계사유는 보존연한 경과전에 문서를 폐기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문서폐기대장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인 점(을제3호증의 2), 병적기록표가 위 변조되었다는 근거로 제시된 것들은 대부분 관계법령에 대한 지식부족 또는 반복업무처리에 따른 실수를 오해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밝혀진 점, 그 밖에 김길부가 이정연의 병적기록표를 공개하기 전까지 자신의 책상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부분, 종로구청장과 병무담당 직원이 이정연 등의 병적기록부가 종로구청에서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진술하였다는 부분과 여춘욱이 양심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부분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보도들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점은 인정되지 않는다.

(3) 상당성

(가) 이 사건 보도들 내용의 상당성 여부

피고 김대업의 제보를 토대로 한 이 사건 보도는 1997년도 대통령 선거 당시에 제기되었던 이정연 등 병역면제비리 의혹을 다시 환기시켜 여 야간의 정치쟁점으로 만들고 보도일부터 약 7개월 후인 대통령 선거일까지 계속적인 사회적 관심과 토론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된 것으로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에 대한 보도는 여론형성의 방향과 선거결과에 직접적이고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이 사건 보도들의 내용 및 오마이뉴스 2002와 일요시사가 주간지인 점 등에 비추어 보도의 신속성보다는 정확성이 요구되는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먼저 김길부가 피고 김대업에게 은폐대책회의 및 그 후속조치에 관한 진술을 하였다는 부분은, 피고 김대업이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하여 김길부 등으로부터 진술을 들은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하더라도 원진술자인 김길부가 피고 김대업 주장과 같은 내응을 진술한 사실은 부인하고 있으므로, 피고 김대업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로서는 위와 같은 측면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 김대업의 전문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고도 충분한 사실확인을 통해 김길부의 진술내용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갖추어진 경우에 한하여 김길부의 진술에 관한 보도를 하였어야 할 것인데, 피고 김대업 발언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러 경로로 확인취재를 하였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이정연 등의 병적기록표가 병역면제비리를 은폐하기 위하여 사후에 변조되었다는 의혹이 있다는 부분은, 병적기록표에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오기나 하자가 쉽게 눈에 띄는 점, 병적기록표는 구청에서 호적적출조사표와 병역의무자가 제출하는 제1국민역 편입대상자신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뒤 병무청에 송부하고 병무청에서 신검대상자가 제출하는 장정신상명세서 등과 대조하여 기록사항을 정정하는 등 여러 사람에 의한 작성을 거치는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오기 정정 가필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인들로서는 그러한 과정을 알기 어려운 점, 1997년 당시 국방부장관이 처음에는 병적기록표가 파기되었다고 하였다가 이를 번복하고 다시 공개하여 그 과정에 석연치 않은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 1997년 병적기록표의 하자에 대하여 명확한 사실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던 점, 이 사건 보도들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검찰의 공식적인 수사를 촉발한 측면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병적기록표의 하자가 병역비리은폐의 수단이나 혼적이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법령이나 병역업무에 대한 조사를 다소 소홀히 함으로써 오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의혹제기 수준의 기사를 게재한 것은 상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다만 종로구청장과 구청 직원이 병적기록표 변조사실을 확인하여 주었다는 부분과 김길부가 이정연의 병적기록표를 자신의 책상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부분은 원진술자나 목격자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음에도 조사를 하였다는 증거가 없어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병역관정부표가 5년의 보존연한도 경과하기 전에 병적기록표 공개에 앞서 파기되었다는 부분은, 은폐대책회의의 결정에 따라 병적기록표 변조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있는 것인데, 이정연이 입영신체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병역판정부표가 작성된 시점이 1991. 2.이고 병적기록표 국회 공개시점이 1997. 7.이므로 5년의 보존연한이 경과하기 전, 국회 공개 무렵에 파기되었다는 것은 주장 자체로 모순이고, 병역판정부표를 폐기한 장복용이 징계를 받은 원인을 보존연한 경과전에 문서를 폐기하였다는 것이라고 잘못 보도하고 이를 병역판정부표가 이정연 등의 병역비리를 은폐하기 위하여 부당히 파기되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부분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피고 김대업의 제보 내용의 상당성 여부

위와 같이 김길부가 진술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다가 갑제3호증, 을제3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 김대업은 김길부의 진술에 관한 제보를 한 것 외에 오마이뉴스 2002의 피고 김병기 기자에게 국군 의무사령관 전태준이 예하부대인 국군춘천병원 담당자로 하여금 이정연에 관한 신검부표를 파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하였고, 그 뒤 전태준 고소로 개시된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의정장교 박종철과 춘천병원 군무원으로부터 들어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였으나, 박종철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고 춘천병원 군무원이라는 김교창은 김대업에게 그러한 말을 한 일이 없다고 진술하여 피고 김대업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점, 피고 김대업은 그 외에 이회창 후보의 처 한인옥이 1990년경 이정연의 병역면제를 위해 병역관계자 김도술 등에게 1,000만원 이상을 제공하였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 물증으로 김대업이 1999. 3. 내지 4.경 서울 후암동 병무청에서 근무하던 김도술의 비리를 수사하면서 김도술이 한인옥으로부터 위와 같은 돈을 받았다는 김도술의 진술이 녹음된 녹음테이프를 검찰에 제시하였으나, 검찰은 피고 김대업이 주장하는 위 테이프 녹취시기가 테이프 제작시기보다도 앞서고 테이프의 음성과 김도술의 음성이 동일한지가 불명확할 뿐 아니라 인위적인 편집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증거능력 및 증명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점, 피고인이 김도술의 진술을 받았다고 하는 일시 이전에 김도술은 후암동 병무청에서 퇴감조치되었음에도 그 후 병무청에 소환된 자료가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에도, 피고 김대업 발언에는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4. 피고들의 책임범위

이 사건 보도들로써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크게 훼손되었을 것이 명백하므로 피고들은 그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 김대업의 경우 자신의 발언 내용이 사회적으로 미친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였거나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그 내용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무책임하게 병역면제비리 의혹과 관련한 제보를 일삼은 점에 비추어 배상할 금액을 1억원으로 정함이 상당하고, 피고 김대업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의 경우 이 사건 보도들의 제목, 내용, 보도 시점, 보도된 신문의 게재 부분, 일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점, 원고측 주장을 보도하는 데에도 일정 지면을 할애한 점, 사안이 갖는 정치적 성격상 진실확인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 1997년경부터 문제되었던 의혹이 명확히 규명될 필요가 있었던 점, 이 사건 보도들로 인한 이회창 지지도의 하락정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할 때 오마이뉴스 2002의 편집인 또는 기자들인 피고 오연호, 김 당, 김병기, 김영균이 배상할 금액은 3,000만원으로, 일요시사의 편집인 또는 기자인 피고 이용범, 박종진이 배상할 금액은 2,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5. 결 론

그렇다면, 피고 김대업은 원고에게 위자료로 1억원을, 피고 김대업과 연대하여 위 금액 중 피고 오연호, 김 당, 김병기, 김영균은 3,000만원, 피고 이용범, 박종진은 2,000만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보도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이 사건 소장부본 최종송달일 다음날인 2002. 7. 9.부터 의무이행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판결 선고일인 2004. 1.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2004. 1. 15.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임종윤
판사 정경인
판사 최정인

[´병풍’사건 원심 판결문(2)

서울 지방법원 제25 민사부 판 결

사 건 2002가합81643 손해배상(기)

원 고 1. 한나라당

2. 이재오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봉규

피 고 1. 오연호

2. 김 당

위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강

담당변호사 이지은

3. 금시구

변 론 종 결 2003. 10. 22.

판 결 선 고 2003. 11. 12.

주 문

1.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금 3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03. 2. 4.부터 2003. 11. 12.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10분하여 그 9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 구 취 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금 50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최종송달일 다음날부터 2003. 5. 3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4, 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구본근, 김윤한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각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 한나라당은 2002. 12. 19. 실시된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소외 이회창을 후보로 내세워 선거운동을 하였던 정당(政黨)이고, 원고 이재오는 원고 한나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위 선거를 전후하여 원고 한나라당에서 조직한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었다.

(2) 피고 오연호는 주식회사 오마이뉴스(이하 ´오마이뉴스´라고만 한다)가 발행하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주간신문 오마이뉴스 2002의 편집자 겸 발행인이고, 피고 김 당은 오마이뉴스 2002의 별지 기사(이하 ´이 사건 기사´라 한다) 기재 보도(이하 ´이 사건 보도´라 한다) 당시 오마이뉴스의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기사를 취재 작성하였으며, 피고 금시구는 2002. 11. 14.경 피고 김 당에게 이 사건 기사의 토대가 된 내용을 제보하였다.

나. 이 사건 보도 전의 정황

(1) 소외 김대업의 병풍 의혹 제기

소외 김대업은 2002. 8. 초순경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인 이정연, 이수연이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면제를 받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1997. 7.부터 9.경까지 열렸으며, 위 이회창 후보의 처인 한인옥이 1990년경 위 이정연의 병역면제를 위해 병역관계자에게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 물증으로 소외 김도술이 위 한인옥으로부터 위와 같은 금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녹음되었다는 녹음테이프(이하 ´병풍 테이프´라고 한다)를 검찰에 제시하였고, 원고 한나라당은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원고 이재오를 단장으로 한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을 조직하였다.

(2) 피고 금시구의 원고 한나라당에 대한 최초 제보

이와 관련하여 검찰은 2002. 8. 5. 병무특별수사반을 편성하여 위와 같은 병역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였고, 소외 김대업이 제시한 병풍 테이프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인 2002. 9. 30. 피고 금시구는 원고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사무처장인 소외 신우룡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과 친구인 소외 정기도가 함께 병풍 관련 김대업 테이프 조작에 직접 가담한 사실이 있고, 위 김대업으로부터 받은 돈 중 쓰지 않은 10만원권 수표 3장과 병풍 테이프와 동일한 테이프사본 등의 증거를 보관하고 있으니, 자신들의 테이프조작 가담행위에 대해서 구속되지 않도록 한나라당에서 신변보장을 해준다면 양심선언을 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제보하였다.

(3) 원고 한나라당, 이재오 등의 대응

(가) 이와 같은 피고 금시구의 제보를 접한 원고 한나라당은 제보 다음날인 2002. 10. 1. 08:35경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장인 원고 이재오, 원고 이재오의 비서인 소외 이완호, 원고 한나라당의 당직자인 소외 구본근을 대구로 내려보내 같은 날 09:50경 피고 금시구를 만나보게 하였고, 한나라당 대구시지부의 직원을 통해 피고 금시구의 제보내용에 대한 사실확인을 하는 한편, 같은 날 13:00경 피고 금시구와 동거녀인 소외 이주형을 설득하여 동인들을 서울로 데려와 양심선언을 할 것을 부탁하였다.

(나) 원고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정형근 의원은 위와 같이 상경한 피고 금시구에게 병풍 테이프 조작과 관련된 전후 사정에 대해 다시 질문하면서 기자회견을 부탁하였으나, 피고 금시구는 대주에 내려가 병풍 테이프 조작에 관여한 친구인 소외 정기도를 설득하여 증거를 가지고 오겠다고 하여, 같은 날 17:00경 앞서 대구에서 올라온 일행에 소외 김문수, 정형근 의원과 운전자 2명을 포함한 8명이 승용차 2대를 나누어 타고 대구로 내려갔다.

(다) 그러나 피고 금시구와 동거녀인 소외 이주형은 대구에 도착한 같은 날 21:00경 위와 같은 원고 한나라당 소속 일행을 약속장소인 그랜드 호텔 밖에서 기다리게 한 다음,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를 통해 다른 장소에서 친구 정기도를 만나 설득 중이라고 하다가 내일 아침 친구와 서울에 올라가 검찰에 가서 양심선언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연락을 끊어 버렸다.

(라) 한편, 원고 한나라당은 위와 같이 피고 금시구 등의 일행이 상경한 2002. 10. 1. 사무총장 김영일 의원을 통해 기자들에게 소위 병풍 논란과 관련 소외 김대업의 병풍 테이프 조작과정에 참여했다고 주장한 제보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을 공개할 것을 설득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후의 조사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였고, 피고 금시구와의 연락이 두절되는 등 피고 금시구의 주장에 의문점들이 발견되자, 병풍 테이프가 조작되었다는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하지는 못하였다.

(4)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그 후 소위 병풍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2002. 10. 25. 소외 김대업이 제출한 병풍 테이프가 증거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한편, 위와 같은 병풍 의혹이 근거가 없다고 하여 수사를 종결하였다.

다. 이 사건 보도 경위

(1) 피고 금시구는 2002. 11. 14. 소외 새천년민주당(이하 ´민주당´이라고만 한다)에 전화를 걸어 김대업 병풍 테이프 조작진술과 관련하여 양심선언할 것이 있으니 직접 찾아가겠다고 하였고, 같은 날 18:30경 약속장소인 여의도 한 일식당에서 당시 민주당 대변인 이낙연 의원의 보좌관 소외 김윤한과 오마이뉴스 기자 피고 김 당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진술(이하 ´이 사건 진술´이라 한다)을 하였다.

(가) 양심선언을 하게 된 동기는 한나라당이 나를 형사처벌받지 않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나의 신원을 공개하여 생활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2002. 9. 26. 처음으로 대구에서 한나라당 당직을 맡고 있는 선배가 나에게 병풍 테이프를 김대업의 부탁으로 김대업과 함께 조작하였다는 취지의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다) 그 후 2002. 9. 30. 이재오 의원 비서관을 대구공항 커피숍에서 위 선배와 함께 만났고, 2002. 10. 1. 오전 이재오 의원, 비서관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을 대구공항 커피숍에서 다시 만나 같은 날 13:00경 위 선배 및 처인 소외 이주형 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는데,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한나라당이 기자회견을 요청하였고, 이를 거절하자 국회의원 회관으로 데리고 가서 김문수, 정형근 의원 등이 기자회견할 것을 설득하였으며, 결국 기자회견을 하지 못하고 같은 날 18:00경 대구로 내려왔다.

(라) 그런데 조작증언을 하기로 한 뒤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음에도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을 통해 2002. 10. 2.경 언론에 위와 같은 내용이 보도되었고 다음날인 2002. 10. 3. 17:00경 대구공항 근처 한 음식점에서 선배와 함께 이재오 의원 보좌관을 만났는데, 위 보좌관이 나에게는 1,000만원권 수표 3장, 500만원권 수표 1장 합계 금 3,500만원을 주었고, 선배에게는 금 5천만원 가량을 준 것으로 안다.

(마) 위와 같이 받은 돈은 전혀 쓰지 않았고, 현재 수표 사본을 가지고 있는데, 내일 검찰 기자실에서 모든 것을 밝히고 수표 사본을 공개하겠다.

(2) 그러나 피고 금시구는 2002. 11. 15. 위와 같은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대구로 내려가 버렸고, 위와 같은 제보를 접한 민주당은 이와 관련된 일체의 논평을 하지 않았던 반면, 피고 김 당은 2002. 10. 1.자 대한항공 탑승자 명단 확인, 동거녀 소외 이주형을 통한 당시 피고 금시구의 상경사실 확인, 피고 금시구와 원고 이재오 등의 면담사실 확인 등 나름의 확인작업을 거쳐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기에 이르렀으나, 원고 이재오의 보좌관이 피고 금시구에게 조작증언의 대가로 위와 같은 금원을 주었는지에 대하여는 원고 한나라당의 당직자인 소외 구본근으로부터 그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담변을 들었음에도, 피고 금시구의 위와 같은 진술 외에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한 바는 없었다.

라. 이 사건 보도

위와 같이 작성된 이 사건 기사는 피고 김 당의 특별취재 형식으로 [´김대업 테이프 조작 거짓증언´ 대가로 이재오 의원측에서 3,500만원 받았다]이라는 제목과 "병풍 확산 막기 위한 거짓증언 유도 및 매수공작?", "정형근 의원 곧 한반도가 뒤집어질 것", "한나라당 의원 4명이 ´테이프 조작 양심선언´ 요구", "금씨, 기자회견 약속 번복", "1억원 주기로 했는데 3,500만원 받았다", "3,500만원 수표 4장 보관중이다" 등의 소제목 아래 피고 금시구의 진술을 토대로 원고 한나라당이 원고 이재오 의원을 통하여 금원지급을 대가로 피고 금시구의 조작진술을 청탁하고 실제로 위와 같은 금원 중 일부를 지급한 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부분과 피고 금시구와의 대화내용 등을 정리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02. 12. 3, 오마이뉴스 2002 주간 제31호(2002. 12. 3.∼2002. 12. 12.) 제16, 17면 및 2002. 12. 4. 인터넷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어 보도되었다.

마. 이 사건 보도 이후의 경과

(1) 이 사건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2002. 12. 4.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위와 같은 오마이뉴스 보도가 놀랍다면서, 이재오 의원은 진실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함은 물론 응분의 책임도 져야 하고, 한나라당 역시 이렇게 부도덕하고 야비한 뒷공작으로 이회창후보 두 아들의 병역비리를 호도하려 했던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으므로, 이회창 후보가 직접 국민 앞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2) 이후 2002. 12. 19.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고, 제16대 대통령으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 금시구의 경우 원고들이 동인에게 금원제공을 대가로 조작증언을 부탁하거나 금원을 지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원고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던 원고 이재오를 통해 동인에게 조작증언을 부탁하고 조작증언의 대가로 금원을 지급한 것처럼 피고 김 당에게 허위 사실을 제보하여 이 사건 보도의 바탕을 제공함으로써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피고 오연호, 김 당은 신빙성 없는 피고 금시구의 진술만을 믿고 허위 사실을 적시한 이 사건 기사를 오마이뉴스 2002에 게재함으로써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함은 물론,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악영향을 미쳐 원고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낙선하는 등 원고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로서 각 금 5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피고 오연호, 김 당의 주장

(1) 이에 대하여 피고 오연호는 형식상 오마이뉴스의 발행인 겸 편집자로 되어 있으나, 오마이뉴스에는 편집장이 따로 있어 이 사건 기사의 작성 및 편집에 관여한 바 없으므로, 별도의 법인인 오마이뉴스에게 사용자책임이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2) 또한, 피고 오연호, 김 당은 이 사건 보도 중 원고들과 관련된 내용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거나 진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위 피고들로서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결국 위 피고들의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3. 불법행위의 성부

가. 명예훼손의 성부

(1) 판단기준

일반적으로 민사상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특정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신문, 방송과 같은 매체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는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 독자와 시청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기사의 전체적인 흐름,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당해 기사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2) 피고 금시구의 이 사건 진술의 명예훼손 여부

먼저, 피고 금시구가 2002. 12. 14. 피고 김 당 등에게 제보한 내용인 이 사건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진술은 원고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피고 금시구에게 금원지급을 대가로 김대업 병풍 테이프가 조작되었다는 기자회견을 강권하는 한편, 신변 비공개 약속을 어기고 언론에 위 금시구의 신변을 공개하였으며, 원고 이재오를 통해 약속한 금원 중 일부만을 지급하였다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내용으로써, 이로 인해 정당인 원고 한나라당과 그 소속 의원인 원고 이재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기사의 명예훼손 여부

다음으로, 위와 같은 판단기준에 따라 이 사건 기사를 살펴보면, 이 사건 기사 중 원고들과 관련된 부분은 ① [´김대업 테이프 조작 거짓증언´ 대가로 이재오 의원측에서 3,500만원 받았다]는 제목 부분, ② 원고 한나라당의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재오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장´의 보좌관이 금아무개씨에게 ´김대업 테이프´가 조작되었다는 거짓진술을 한 대가로 수천만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부분, ③ 이와 같은 금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인을 매수해 ´테이프 조작설´을 유포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라고 표현한 부분, ④ 금씨는 김대업씨와는 일면식도 없는데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측의 요구로 당시 거짓증언을 한 대가로 3,500만원을 받았고, 그 일을 처음 제안한 선배는 한나라당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으며, 자기가 받은 3,500만원은 1,000만원짜리 수표 3장과 500만원짜리 수표 1장인데 아직 쓰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부분, ⑤ 금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김대업 테이프 조작설´을 유포해 ´병풍´의혹 확산을 막기 위한 거짓 증언 유도 및 매수공작이 당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파문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표현한 부분, ⑥ 2002. 10. 1. 피고 금시구의 제보를 접한 원고 한나라당의 대응을 소개하면서, 이를 피고 금시구의 이 사건 진술과 대비하여 비교한 부분, ⑦ 이후 금씨는 거짓증언의 대가로 한나라당으로부터 1억원을 기대했지만 ´기자회견´을 하지 않아 3,500만원밖에 받지 못한데다가, 신변보장을 약속했던 한나라당이 자신의 신원을 노출해 전과까지 공개되고 협박전화에 시달려 자신이 운영하던 가게(단란주점)까지 팔게 된 데에 대한 불만으로 ´양심선언´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표현한 부분, ⑧ 2002. 11. 14. 금씨와 나눈 대화 내용과 그 후 추가로 전화통화한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 부분이라 할 것인바, 이를 요약하면 원고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던 원고 이재오를 통해 피고 금시구에게 기자회견을 강요하는 한편, 조작증언의 대가로 피고 금시구에게 금원을 지급하였다는 피고 금시구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위 사실을 전제로 의견표명을 한 내용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 이 사건 기사가 "… 의혹이 제기되었다", "…라고 주장했다", "…위와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이다", "…로 보인다"라고 하여 단정적인 표현이 아닌 전문 또는 추측한 것을 기사화한 형태로 표현되었고, 그 말미에 원고 한나라당이 피고 금시구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일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더라도 그 표현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이상은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위 표현들과 위 표현들이 사건 기사의 전체적인 문맥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 사건 보도 전까지의 정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기사는 독자들에게 원고들은 지금까지 소외 김대업의 병풍 테이프가 조작되었고, 이에 관한 물증과 제보자까지 확보하였다고 주장해 왔으나, 원고 한나라당에 위와 같은 제보를 한 피고 금시구가 이 사건 기사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실제로 원고 한나라당이 이회창 후보의 병풍확산을 막기 위해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던 원고 이재오 등을 통해 피고 금시구에게 기자회견을 강요하는 한편, 조작증언의 대가로 원고 이재오의 비서관이 피고 금시구에게 금원을 지급하는 등 조직적으로 공작정치를 하였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은 잘못된 사실을 전제로 의견표명을 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원고 한나라당 및 실명이 거론된 원고 이재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 오연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 오연호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사의 작성 및 편집에 관여한 바가 없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 오연호가 오마이뉴스의 발행인 겸 편집자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오마이뉴스의 이 사건 보도가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피고 오연호는 적어도 발행인으로서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므로, 피고 오연호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다. 피고 오연호, 김 당의 위법성 조각 항변에 대한 판단

다음으로, 피고 오연호, 김 당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의 명예훼손에 관한 피고들의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하므로 이하에서는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1) 판단기준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행위를 한 경우에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는 경우에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고, 한편, 언론 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감시와 비판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되고(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64384 판결, 2003. 7. 22. 선고 2002다62494 판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의 대표기관인 정당과 그 소속 국회의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표현의 경우에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2) 공익성

위 인정사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기사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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