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서 따라 '천차만별'…美 232조 관세 개편에 중기 '한숨'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6.21 12:00  수정 2026.06.21 12:01

중기중앙회, 관세 개편 중소기업 설문조사 발표

관세율 상승 기업 평균 16.2%p 증가

수출기업 56.3% “품목 분류조차 파악 못해”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뉴시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조치 개편으로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가치 대신 제품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제조·가공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29일부터 한 달간 철강·알루미늄·구리 관련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6.3%는 자사 수출 품목이 어느 부속서(Annex)에 해당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이 속한 부속서를 파악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가운데서는 ‘부속서Ⅱ’가 16.5%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속서Ⅲ’(11.0%), ‘부속서Ⅰ-A’(8.3%), ‘부속서Ⅰ-B’(7.8%)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관세 조치에서는 품목별 부속서에 따라 적용 관세율이 달라진다. 부속서Ⅰ-A는 50%, 부속서Ⅰ-B는 25%의 관세가 부과되며, 부속서Ⅱ와 Ⅲ은 각각 관세 면제와 1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품목이 어느 부속서에 분류되는지에 따라 기업의 관세 부담과 수출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관세 개편 이후 관세율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기업은 20.8%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평균 관세율 상승 폭은 개편 이전보다 16.2%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관세율이 ‘낮아졌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향후 대미 수출 전망에서도 부속서별 체감 차이가 뚜렷했다. 부속서Ⅰ-A 기업의 40.0%, 부속서Ⅰ-B 기업의 38.3%는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낮은 부속서Ⅱ와 Ⅲ에서는 각각 67.7%, 42.4%가 ‘변화 없다’고 응답했다.


수출 악화를 예상한 기업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관세 부담 증가에 따른 채산성 악화’(76.1%)를 꼽았다. 이어 ‘바이어의 가격·인도조건 등 계약 내용 변경 요구’(37.3%), ‘거래 지연 및 취소 발생’(25.4%)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거래처와 가격 및 거래조건 협상’(52.2%)이 가장 많았으며, ‘원가 절감 노력’(43.3%), ‘대체 시장 발굴’(18.7%), ‘현지 신규 바이어 발굴’(15.7%)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부 지원책으로는 ‘원가 절감 방안 마련’과 ‘부속서별 품목 재분류 관련 대미 협상 강화’가 각각 40.3%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제3국 등 대체 시장 발굴 지원’(22.4%), ‘HS코드 변경을 위한 관세 컨설팅 지원 확대’(20.1%) 순으로 응답했다.


설문조사 이후 진행된 심층인터뷰(FGI)에서는 관세 산정 기준 변경으로 기업 부담이 급증한 사례도 확인됐다. 파스너 제조업체 A사는 “개편 전에는 철강 함량가치를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약 25% 수준의 관세를 부담했지만, 개편 후 부속서Ⅰ-A로 분류되면서 제품 전체 가격의 50% 관세가 적용됐다”며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제조비용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바이어와 관세 분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결제기일 연장 요구가 이어지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단가 인상이 어려워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변속기 부품 제조업체 B사 역시 “관세 부담이 개편 전 약 15%에서 개편 후 25%로 늘어났다”며 “고객사의 원가 절감 요구와 거래조건 변경 요구가 겹치면서 향후 단가 인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미국 바이어들이 신규 개발 물량은 현지 업체를 우선 검토하고 있어 신규 수주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이번 관세조치 개편으로 제품 가격 구조에서 철강·알루미늄·구리 소재비 비중보다 제조·인건비 등 가공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제품들이 구조적으로 더 큰 관세 부담을 안게 돼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군이 단순 금속 함량만을 기준으로 부속서 I-A에 일괄 분류돼 고율 관세를 부담하지 않도록, 제품의 실질적인 가격 구조를 반영한 합리적인 부속서 재분류를 위해 대미 협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 완화 방안과 물류비 추가 지원사업을 마련해 기업의 채산성을 보전하는 한편, 장기적인 관세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이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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