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국가별 무관세 수입 쿼터 축소…초과 물량엔 고율 관세
美·EU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국내 철강사 수출 다변화 전략
포항 제철소 3FINEX(파이넥스) 공장 전경 ⓒ포스코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철강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철강 업계가 기존 수출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번 통상 장벽이 단순한 위기를 넘어 저가·범용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친환경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최근 철강 세이프가드 개편안을 통해 국가별 무관세 수입 쿼터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50% 수준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개편안은 회원국 승인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앞서 미국도 수입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상향하며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나섰다.
현재 EU와 미국은 국내 철강 기업들의 핵심 수출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두 지역의 수출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높아진 관세 장벽 속에서 기존처럼 범용 철강재를 대량 수출하는 방식 만으로는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사들의 생존 공식도 과거 ‘더 많이, 더 싸게’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 철강사들은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에너지용 후판 등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포스코는 전력용 전기강판, 기가스틸, 에너지 후판 등을 핵심 전략 제품으로 육성 중이며 동국제강은 AI 데이터센터용 강재와 특수 철근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재편 역시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최근 중국 내 저수익 법인을 잇달아 정리하며 저가 경쟁 중심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중국 스테인리스 강판 법인 장자강포항불수강(PZSS)과 청도포항불수강(QPSS) 지분을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1997년 설립된 PZSS는 포스코 첫 해외 생산 기지라는 상징성이 컸지만 중국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 속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며 결국 철수가 결정됐다.
현대제철 역시 올해 중국 칭다오 법인(HSMC)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앞서 충칭과 베이징 법인도 정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경기 둔화와 저가 경쟁 심화 속에서 비핵심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투자 방향은 북미와 인도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이 사실상 필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양사는 현대차·기아와 함께 오는 2027년까지 총 58억 달러(약 8조7000억원)를 투입해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 북미 생산 거점에 직접 공급하는 구조다.
인도 역시 핵심 성장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현지 1위 철강사 JSW스틸과 오디샤주 일관제철소 합작투자를 추진 중이다. 이미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하공정 설비를 운영하며 현지 시장 선점에도 나선 상태다.
친환경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위해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HyREX) 실증 설비 구축에 나섰고, 현대제철도 전기로 기반 저탄소 생산 체계 확대를 검토 중이다. 탄소 감축이 비용이 아닌 ‘수출 자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철강 산업은 국제 정세와 통상 환경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이번 규제 강화 역시 중국산 저가 철강 견제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며 “국내 철강사들 또한 다양한 신흥 시장으로 진출하며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대응 전략은 세부 규정 확정 이후 구체화될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가별 관세 적용 방식 등 세부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며 “향후 한두 달 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현업 차원에서도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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