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시, 이달부터 소비자용 드론 飛行·판매 등 전면 금지
민감한 정보보호 활동과 首都 국가안보 강화하기 위한 조치
무단비행 적발 시 개인 최대 5000위안, 기업 1만 위안 벌금
드론, 군사기지 등 겨냥한 공격·정찰수단 활용된 게 주요인
지난해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드론(무인기)을 실은 중국 인민해방군 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드론(무인기) 산업에 대해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중국 베이징(北京)시가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고 중국 수도의 국가안보 강화를 이유로 개인용 드론의 판매 등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중국 베이징시가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소비자용 드론 신규 판매 등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 조치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일반인들이 항공 사진 촬영과 같은 활동에 흔히 사용하는 드론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소속 영문 주간지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가 지난 27일 보도했다.
베이징시는 앞서 국가안보 강화를 이유로 개인용 드론의 판매·보관·운송을 전면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관영 신화통신(新華通訊) 등에 따르면 베이징시 16기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23차 회의는 3월27일 드론의 비행과 판매, 운송 및 보관 과정을 명문화한 ‘베이징시 드론 관리 규정’을 통과시켰다. 중국이 도시 단위에서 소비자용 드론의 유통과 소유 전반을 통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드론 규제 규정은 드론의 비행뿐 아니라 시내 유통과 보관단계부터 포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베이징시 행정구역 전역을 드론 관제 공역으로 지정해 모든 실외 비행을 할 때 사전 신청을 의무화함으로써 사실상 개인의 자유로운 드론 운용을 원천 봉쇄했다.
세부적으로는 공안(公安·경찰) 당국의 승인 없이 베이징 시내 개인이나 기관에 드론 및 핵심 부품을 판매하거나 임대할 수 없다. 외부에서 드론을 반입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베이징 중심부에서 25㎞ 반경인 6환루(環路·순환도로) 이내 지역에서는 한 장소에 드론 3대 이상 또는 핵심 부품 10개 이상을 둘 경우 '저장 시설'로 간주돼 금지된다.
우크라이나군 제58독립기동보병여단 소속의 두 병사가 2022년 2월25일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인근에서 드론을 테스트하기 위해 날리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기존 보유자는 실명 등록과 정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일정 기한 내 이를 완료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대(對)테러 및 공공안전, 구조활동, 연구·개발(R&D) 등 공익 목적에 한해서는 사전 승인을 받을 경우 예외적으로 드론 사용이 허용된다. 기존 보유 드론은 실명 등록과 정보 확인을 거쳐 외부 반출 후 재반입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가 인정된다.
이 새로운 규정에 따라 베이징은 소비자용 드론과 기체·비행제어 시스템을 포함한 17개 핵심 드론 부품의 판매, 리스, 선적을 금지해 공급망을 완전 차단하게 된다. 이로써 베이징 전역은 통제 영공으로 지정되며, 야외 드론 비행에는 허가가 필요하다.
무단 비행하면 드론과 부품이 압수되며, 개인은 최대 5000위안(약 108만 1550원), 기업은 1만 위안의 벌금이 각각 부과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드론 규제 조치가 앞으로 상하이(上海)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등 중국 주요 대도시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해서도 드론을 구매할 수 없게 됐다. 기존 보유 드론의 사후 서비스를 받기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중국 드론 산업의 선두주자이자 세계 1위 드론 제조업체인 다장촹신(大疆創新·DJI)은 베이징 소비자가 애프터서비스(A/S)를 이용하려면 제품을 본사로 택배 발송해 수리를 맡긴 뒤 수리 완료 후에는 베이징 외 지역 주소로 배송받아 직접 반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신규 드론 구매 수요가 급감하면서 DJI의 일부 매장 드론 판매량은 지난 한 달 새 5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더욱이 앞으로 비행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소비자들이 기존 보유 드론까지 처분에 나서면서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매물이 급증했고, 중고 가격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DJI 매장에서 직원이 드론을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드론 시장이다. 중상(中商)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민간용 드론 시장 규모(추정치)는 2020년보다 5년간 117.36% 급증한 1277억 8600만 위안에 달한다. 지난해 등록된 드론(군수용 포함·추정치)도 전년보다 47.86%나 폭증한 321만 9000대에 이른다.
하지만 드론 시장 급성장과 함께 무허가 비행 문제도 끊이질 않는다.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인근에서는 지난 3년간 드론 추락 사고가 66건이나 발생했고, 지난해 8월에는 400m 상공에서 드론 두 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빚어지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은 무허가 드론 비행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올해 1월부터는 불법 비행을 공공 안전 위반으로 규정해 최대 15일 구금 등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공공안전을 위협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형,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의 배경에는 여러 관측이 나온다. 우선 드론 규제가 국제 정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전쟁에서 저가 드론이 군사기지나 주요 시설을 겨냥한 공격 및 정찰 수단으로 활용되며 ‘저공(低空) 위협’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가 중국 당국에 드론의 보안 위험을 재인식시킨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에서 드론의 군사적 역할이 커지면서 중국이 이를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드론 규제 조치는 ‘저고도(低高度) 경제’(드론과 저고도 물류, 저공 순찰, 도심형 항공서비스처럼 낮은 고도에서 이뤄지는 비행 기반 산업) 육성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관측도 있다. 드론 택시와 드론 배송,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포괄하는 저고도 경제는 중국 정부가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 자료: 중국 중상산업연구원
중국이 저고도 경제에 주목한 것은 2010년부터다. 당시 저고도 공역에 대한 개방을 발표하며 저고도 경제에 대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21년 저고도 경제를 국가 계획에 포함시키고 내수시장 확대 방안의 하나로 삼으며 본격적으로 육성했다. 2023년에는 저고도 경제를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지정하고 지난해 3월에는 일반항공장비 혁신응용 실시방안(2024~2030년)에 신성장 동력으로 저고도 경제 활성화를 명시했다.
지방정부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지난해에만 중국 31개 성(省) 중 27개 성에서 저고도 경제 발전방안을 내놓고 관련 정책을 도입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에 따르면 중국의 저고도 경제 규모(2023년 기준)는 전년 동기보다 33.8% 증가한 506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8592억 위안, 내년에는 1조 645억 위안, 2030년에는 2조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저고도 경제 분야 신규 등록기업 수(2023년 기준)도 전년보다 50% 이상 급증한 8000개이며 저고도 경제 관련 기업 수는 5만 1527개(지난해 2월 기준)에 달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본사를 둔 DJI를 비롯해 광둥성 광저우(廣州)에 본사를 둔 이항(億航·eHANG)과 샤오펑후이톈(小鵬匯天) 등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저고도 경제의 핵심 축인 드론 산업에서 가파른 상승세의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DJI는 전 세계 100개국에 판매 중이며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 중이다. 이에 힘입어 중국 정부는 드론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중국 지자체에서는 저고도 경제를 위한 이착륙 허브, 인프라 구축, 무인화·전동화·스마트화 장비 발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자료: 중국민항국(民航局)/중상산업연구원
다만 이번 규제 조치가 그동안 중국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온 드론 산업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국은 '전면 금지'는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강 상하이 장강삼각주 신흥고급발전촉진센터 수석연구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에 “이번 규정은 베이징의 소비자용 드론 시장을 사실상 전면 폐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산업용 드론 활용 역시 점차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용어설명
저고도 경제(低空經濟)는 지상에서부터 1000m 상공 이내에서 드론과 같은 비행체로 이뤄지는 경제 활동을 뜻한다. 5년 뒤 중국 시장이 2조 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공지능(AI)·로봇 등과 함께 중국의 핵심 성장 산업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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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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