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건 분사' 외국인 장기 파열 시킨 사업주…'특수상해' 적용 쟁점은? [법조계에 물어보니 719]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6.04.29 13:39  수정 2026.04.30 00:05

항문에 에어건 밀착 고압 공기 분사…피해자 중상

특수상해, 벌금형 규정 없어…혐의 입증 시 징역형

'산업용 에어건=위험한 물건' 판단 여부 쟁점 지목

법조계 "판례와 통념상 특수상해 적용 가능성 무게"

사건 당시 화성 금속세척업체에서 사용된 에어건. ⓒ연합뉴스

외국인 노동자에게 산업용 에어건을 분사해 중상을 입힌 사업주가 구속됐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건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범행에 사용된 '에어건'이 위험한 물건인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혐의가 다르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는 사업주가 특수상해로 처벌 받을 경우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전날 수원지방법원 김홍섭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등 혐의를 받은 화성시 만세구 향남읍 소재 금속세척업체 대표 A씨(60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영장을 발부했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월20일 작업대에서 몸을 숙인 채 일하던 태국 국적 40대 노동자 B씨에게 다가가 그의 항문 부위에 산업용 에어건을 밀착해 고압 상태의 공기를 분사한 혐의를 받는다.


극심한 복통을 호소한 B씨는 장기가 파열돼 수술까지 받았다. 그는 현재까지도 외상성 직장천공 등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A씨는 경찰 수사 초기 단계에서 "장난을 친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후 "실수였다", '우발적 사고였다"고 주장하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경찰은 당초 A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했다가, A씨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 산업용 에어건을 이용해 B씨를 다치게 한 점을 감안해 특수상해 혐의로 변경했다. 또 A씨가 B씨를 포함해 일부 근로자에게 일명 헤드록을 거는 등의 행위를 해온 것으로 파악해 폭행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특수상해가 인정될 경우 징역형이 유력한데, 형법상 특수상해에는 벌금형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상해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수상해의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형법에 따르면 상해는 사람의 신체를 훼손해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일반적인 경우다. 특수상해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략을 보인 경우,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상해를 입힌 경우 성립 가능하다.


여기서 '위험한 물건'은 흉기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살상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물건을 말한다. 이번 사건에선 '산업용 에어건'이 '위험한 물건'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 경찰은 사업장에서 에어건 2대를 확보해 최대 분사 압력을 실험하고 유사 사례가 담긴 논문을 검토하기까지 했다.


에어건을 쏴 중상을 입한 사건이 일어난 제조공장. ⓒ뉴시스

법조계는 판례와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 산업용 에어건이 위험한 물건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신체 특정 부위에 분사해 중상을 입힌 만큼 고의성 역시 입증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상해를 가한 경우에는 죄가 인정될 시 징역형의 가능성이 높다"며 "특수상해에서 말하는 위험한 물건이 사람의 생명, 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을 포함한다는 판례에 따르면 에어건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될 여지가 있고, 이를 항문 부위에 분사한 것은 특수상해의 고의가 있다고 볼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고 짚었다.


아울러 "조사과정에서 A씨의 범행 경위 및 동기 등이 밝혀지겠지만, 회사 대표인 A씨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근로자들에 대해 폭행 등을 행해왔다면 이번 사건에서 특수상해죄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원혁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어떤 물건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춰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산업용 에어건은 고압의 공기를 분사하는 도구로서, 인체의 항문 부위에 밀착해 사용할 경우 외상성 직장천공 등 중대한 장기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통념상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A씨가 고의를 부인하더라도, 산업용 에어건을 인체의 항문 부위에 밀착해 고압 공기를 분사하는 행위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장기손상 등 중대한 상해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행위이므로, 법원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A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는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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