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실질 가치 '뚝'…중동 전운 속 17년 만에 최저치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6.04.26 09:05  수정 2026.04.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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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유가 충격 겹치며 원화 국제 구매력 급락

지난달 실질실효환율 85.44…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휴전에도 1470원대 고환율 지속…당분간 약세 전망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중동 전쟁의 전운이 감돌면서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러졌다.


중동발 유가 충격으로 환율과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의 국제적 구매력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3월 말 기준 85.44(2020=100)로 전월 대비 1.57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2009년 3월(79.31) 이후로 17년 만에 최저치다.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외환위기 당시 최저 68.1, 금융위기 당시 최저 78.7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국제 교역 과정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지니는지를 보여주는 환율이다.


명목환율이 특정 상대국 통화와의 1대1 교환 관계만 나타내는 것과 달리,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무역 상대국의 통화 가치와 물가 수준 등을 함께 반영해 해당 통화의 실질적인 가치를 보여준다.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기준연도(2020년) 대비 해당 통화가 고평가된 것으로, 100 미만이면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한다.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00선을 웃돌다가 이후 달러 강세·아시아 통화 약세의 영향으로 90대 중반에 머물렀다.


그러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90대 초반으로 뚝 떨어진 뒤 한동안 비슷한 수준에서 횡보했다.


지난해 10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실질실효환율은 80대로 내려왔고 지난 달까지 6개월째 90선을 밑돌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가운데 일본(66.33)과 노르웨이(72.7)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엔화의 지난달 실질실효환율은 1973년 변동환율제 전환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와 더불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의 실질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6.3% 뛰었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 선을 넘기도 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원화의 실질 구매력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는 169.38로, 2월(145.88)보다 16.1% 올랐다.


이는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가면서 이달 들어 환율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정세 불확실성과 고유가가 이어지며 환율은 여전히 1470∼148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당분간 환율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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