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금융 추진하지만…“기준은 느슨, 검증은 선택”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4.25 07:09  수정 2026.04.25 07:09

“계획 있어도 투자 못 한다”…금융 판단 구조 부재 지적

제3자 검증·공시 ‘자율’…시장선 “전환워싱 우려”

금융당국 “비판 알지만 시작 단계”…속도보다 ‘유연성’ 방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20층 챔버 라운지에서 개최한 생산적금융 대전환 네 번째 회의에서 관계부처와 유관기관, 경제단체 및 이해관계자,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 경제와 기업의 녹색 전환(Green Transformation, GX)을 위한 다양한 과제들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정부가 녹색대전환(GX)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환금융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금융이 기업 전환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구조는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를 평가·검증하고 투자로 연결하는 기준이 미흡해 정책이 시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 23일 오후 전남 여수 베네치아호텔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주간 세션 ‘국가 및 기업 전환계획 간 시너지 확대: 한국 사례 조명’ 세미나에서는 전환금융이 정책 구호에 머물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패널들은 기업 전환계획과 금융을 연결하는 구조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롭 파탈라노 런던정경대(LSE) 교수 겸 경제전환전문성센터(CETEx) 상임이사는 “전환 계획과 실제 필요한 자금 사이에는 명확한 격차가 존재한다”며 “금융 시장의 뒷받침 없이는 전환은 실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이 투자 판단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의 자율 적용을 전제로 설계돼 있으며, 외부 검증 의무 규정이나 공시 기준도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회사가 기업 전환계획을 기반으로 적격성을 판단하는 구조지만, 검증 방식과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질적 심사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이 투자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기에는 검증 체계가 느슨하다고 보고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이 구조가 ‘전환워싱’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선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가이드라인은 적격성, 검증, 공시 모두 완화된 구조”라며 “제3자 검증 의무화와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도 문제는 동일하다.


김정수 ING은행 APAC 지속가능솔루션 이사는 “독립적 검증이 없는 프레임워크는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전환금융이 작동하려면 과학 기반 경로와 섹터별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오후 전남 여수시 베네치아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 및 기업 전환계획 간 시너지 확대: 한국 사례 조명’ 세미나에서 안토니나 쉬어 TPI 센터 정책 부국장이 화상 연결을 통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녹색전환연구소

현재 구조로는 금융이 ‘자금 공급자’가 아니라 ‘형식적 중개자’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설계 자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고탄소 산업 전환을 고려해 전환금융 범위를 유연하게 인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녹색분류체계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아도 일정 기간 내 충족 가능성을 전제로 자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다만 이 같은 유연성이 기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축 효과가 불확실한 사업까지 자금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비판 지점을 인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환금융은 이제 시작 단계로, 비판을 받으면서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우리 산업 구조상 한 번에 완전한 녹색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일부라도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금융이 실제 어느 분야에 투자되고 어떤 감축 효과를 냈는지에 대한 분석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향후 데이터 기반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환금융은 정책 방향은 제시됐지만, 시장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빠진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환금융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의 ▲일관된 평가 기준 ▲의무적 검증 체계 ▲자금 흐름과 성과를 연결하는 구조 이 네 가지 축이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후금융, 녹색금융, 전환금융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지만 각각의 역할과 경계가 불명확하다”며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실행 구조가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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