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운전대 놓는다"…'수입차 최초 1만대' 기록, 혼다의 퇴장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4.23 17:37  수정 2026.04.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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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올해 말 자동차 사업 철수 결정

불매 운동, 팬데믹 이후 판매량 대폭 주춤

기존 고객 AS 서비스는 지속…모터사이클 집중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 2004년 한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이후 23년 만이다. 2020년 닛산·인피니티에 이어 혼다까지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국내 수입차 시장내 일본 브랜드 지형이 전면 재편될 전망이다.


혼다코리아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2026년 말 종료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글로벌 및 한국 시장 내 환경 변화를 고려한 혼다 브랜드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첫 수입차 1만대 시대’ 연 혼다, 자동차 내려놓는다

혼다코리아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 주자였다. 2004년 판매를 시작한 이후 어코드와 CR-V 등 내구성과 효율성을 강조한 모델을 앞세워 입지를 넓혔다.


2008년에는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연간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일본차 전성기’를 이끌었다. 올해 3월 기준 국내 누적 판매량은 10만8600대에 달한다.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품질, 높은 내구성을 중심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2019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기점으로 판매 흐름이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2018년 7956대를 기록했던 판매량은 2019년 8760대로 반등하는 듯 했으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불매 운동 여파가 본격화된 2020년 3056대로 급감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소비 위축과 전시장 영업 차질이 겹치며 침체기가 장기화됐다.


수입차 시장 경쟁 심화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벤츠와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강세를 이어간 가운데 테슬라 등 전기차 브랜드가 급성장했고, 볼보와 폭스바겐 등 유럽 브랜드도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혔다. 여기에 현대차·기아까지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일본차의 입지가 점차 좁아졌다.


온라인 직판 승부수도 ‘역부족’…수익성 한계에 철수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이에 혼다는 2023년 판매 구조 개편에 나서며 온라인 직접 판매 체제를 도입했다. 딜러 중심 유통 구조를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한 것으로, 테슬라·폴스타 등 신흥 브랜드를 제외하면 전통 완성차 업체 가운데서는 이례적인 시도였다. 가격 투명성을 높이고 유통 효율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시장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매 운동 이후 약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달라진 시장 구조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혼다코리아 판매량은 2022년 3140대, 2023년 1385대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2024년 어코드와 CR-V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2507대까지 반등했으나 2025년 다시 1951대로 줄어들며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대외 경영 환경도 혼다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상 원·엔 환율 변동은 수익성에 직결되는 핵심 변수다. 최근 몇년간 엔저 구간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류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부담,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이 겹치며 원가 압박이 지속적으로 커졌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 방어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 또한 이날 간담회에서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시장 환경 변화와 환율 등 사업 여건 악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방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며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 떠나진 않는다”…모터사이클은 핵심 역량

혼다코리아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지만 한국 시장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이번 철수를 “경영 자원을 핵심 영역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사업 종료 이후에는 국내 모터사이클 사업을 핵심 역량으로서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남은 과제는 기존 자동차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딜러사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혼다코리아는 판매 종료 이후에도 전국 서비스 거점을 유지하며 애프터서비스(AS), 부품 공급, 보증 수리 등을 지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고객들이 차량 유지·관리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딜러사와의 협력 관계 정비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딜러사들과의 신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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