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국·홍원제지 검찰 고발
3년 10개월간 인쇄용지 가격 담합
60회 이상 회합…7회 인상 합의
20년 만에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약 4년간 인쇄용지 가격을 담합한 6개 제지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6개 제지사는 3년 10개월 동안 가격 인상을 공모해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에 더해 일부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고,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무림SP, 무림페이퍼, 무림P&P, 한국제지, 한솔제지, 홍원제지 등 6개 인쇄용지 제조·판매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383억원을 부과하고 한국제지와 홍원제지를 고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다섯 번째로 큰 금액이며 제지업체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최대 금액이다.
과징금 부과 관련 매출액 규모는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홍원제지(4%)를 제외한 5개사에 대해 각 12%의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적용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가중·감경 사유는 고지상에 있는 감경 사유들을 고려했다”며 “2개 제지사를 고발한 이유는 개별 사업자들의 위반 행위 내용이나 관여 정도, 역할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6개 제지사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3년 10개월 동안 총 60회 이상 영업담당 임원급 모임을 갖고 인쇄용지 전 제품의 가격 인상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6개 제지사는 디지털 전환 확산으로 인한 인쇄용지 수요 감소, 제지사 간 가격경쟁 심화, 2020년 이후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상승 등으로 인쇄용지 제조원가 상승을 가격 담합 이유로 들었다.
6개 제지사는 인쇄용지 기준가격 인상(2회), 할인율 축소(5회)하는 방식으로 총 7차례에 걸쳐 판매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합의는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고 합의된 대로 실행됐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구체적으로 2021년 3월과 6월에는 각각 할인율을 15%포인트(p), 7%p 축소했다. 같은해 12월과 2022년 5월에는 기준가격을 7%, 15% 인상했다. 이후에도 할인율 축소 방식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지며 2024년 8월까지 총 7차례 인상이 단행됐다.
이 과정에서 제지사들은 담합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중전화나 타인명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연락처는 이니셜이나 가명으로 별도 기록했다.
합의기간 판매가격 변동.ⓒ공정거래위원회
담합의 영향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국내 인쇄용지 시장에서 이들 6개사의 점유율은 2023년 국내 인쇄용지 제조·판매 매출액 기준 약 95%에 달하는데, 담합 기간 동안 판매가격은 평균 71% 상승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인쇄업체와 출판사 등 중간 유통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인쇄용지 제조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용이하지 않은 반면, 6개 제지사들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등 담합행위가 관행적으로 고착화돼 있는 점을 고려했다.
구체적으로 마지막 7차 합의 이후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한 기준가격이 변경되지 않아, 합의의 영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남 부위원장은 “2024년 12월 이후 할인율을 갖고 실거래가격에서 합의의 효과는 없어진 것 같다. 기준가격은 경직적으로 운영되는데 실제 할인율을 통해 실제 거래에서 협상을 통해 반영하기 용이한 측면이 있어 할인율 제도를 두고 운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법 위반 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부과했다. 각 제지사는 담합 이전 경쟁 수준으로 가격을 재설정하고 향후 3년간 반기마다 변경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해당 조치는 2006년 4월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두 번째다.
남 부위원장은 “담합 이후 가격이 경쟁 질서로 조기에 회복해야 하는데 실제 경쟁당국이 담합을 깬 경우에도 빠르게 경쟁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기도 해 가격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중동전쟁의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쇄업체, 출판업계 및 중소 유통업체 등의 부담 완화에 기여하고 교육비, 도서구입비 등 생활비 인상을 가져오는 독과점사업자의 담합 소지를 봉쇄해 경쟁을 촉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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