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 72% '경이적'…제조업 한계 넘어 (종합)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4.23 10:12  수정 2026.04.23 10:12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전년비 405% 증가

AI 수요 폭증 속 고부가 HBM '가격 결정권' 장악

생태계 최정점 엔비디아·TSMC 뛰어넘은 수익성

비영업이익 14조도 눈길…"이익의 판 바꿔" 평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선 71.5%라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한국 기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 속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는 23일 올해 1분기 경영실적으로 매출액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 순이익 40조345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적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특히 영엽이익률은 72%로, 이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수익성 지표인 TSMC(58.1%)를 크게 웃돌고, AI 생태계 정점인 엔비디아(67.7%)마저 넘어선 수치다.


제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압도하는 장면은 이례적이다. 물리적인 공장을 운영하지 않으며 제조원가가 사실상 없는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의 영업이익률(30~40%)를 압도한다. 이는 단순히 대량 판매의 결과가 아니라, SK하이닉스가 '가격 결정권'을 쥔 독점적 공급자 지위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수익성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AI 생태계 최정점에 있는 엔비디아향 물량이 70~80%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일반 D램보다 가격이 많게는 10배 가량 비싼 HBM은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다. 아울러 반도체 팹(Fab) 운영에 들어가는 고정비는 일정한 반면,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익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DDR5와 고용량 eSSD 등 제품군의 가격 상승도 이어졌다. 실제로 회사 측은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 강세가 이어진 가운데, HBM·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주목할 또 다른 지점은 영업외이익의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이번 분기 영업외손익은 14조원이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관련 이익이 1조5700억원, 투자자산 평가이익 9조9400억원, 기타 영업외수익이 2조4400억원이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엔비디아 지분 평가이익과 고환율 기조가 이같은 이익을 가능케 했다고 본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을 통해 AI 수요의 패러다임 변화를 짚어냈다. AI가 단순 학습 단계를 넘어 실시간 추론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단계로 진화하면서 D램뿐만 아니라 낸드(NAND) 수요까지 폭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회사 솔리다임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용량 QLC eSSD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점이 주효했다.


회사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수요 증가 예상돼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에서 메모리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급증하지만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고객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아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 구조의 변화도 SK하이닉스의 향후 이익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이날 "다년 장기공급계약(LTA)은 고객에게 공급안정성을, 당사에게는 수익가시성과 안정성을 제공한다"며 "당사는 과거 LTA와 달리 다양한 방식과 구조적 대안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LTA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수요 가시성과 안정적 수익성 기반으로 투자 효율성 자연스레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4 공급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엔비디아)와 초기 단계부터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성능에 맞춰 물량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AI 진화에 따라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전반에 걸쳐 신제품 공급을 맞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향후 대응 전략으로 기술 격차 유지를 천명했다. D램에서는 세계 최초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LPDDR6와 192GB SOCAMM2 공급을 본격화하고, 낸드에서는 321단 QLC 기술을 적용한 'PQC21'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아울러 재무 건정성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날 "사상 최대 수준으로 높아진 당사의 이익 창출 능력을 고려할 때, 순현금 100조원 이상의 재무 건전성 달성과 주주 환원 확대는 병행할 수 있는 목표"라면서 "어떠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필요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도록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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