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한동훈 활용법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4.23 10:15  수정 2026.04.23 10:17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당내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후보를 공천하지 말아야 된다거나 공천 후 단일화해야 한다, 또는 한 전 대표를 복당시켜 경선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키를 쥔 장동혁 대표는 후보를 공천해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부산 북구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인 전재수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지역이다. 그는 20대 총선(북·강서갑)에서 55.92%, 21대 총선에서 50.6%, 22대 총선(북갑)에서 52.3%를 각각 득표했다. 국민의힘(새누리당·미래통합당) 후보와의 격차는 11.85%p, 2.0%p, 5.6%p 였다. 이 정도의 표 차는 민주당 열렬지지층이 상당히 두텁다는 의미다. 전 의원이 그동안 다져 놓은 기반도 탄탄할 것이다. 이런 지역 환경 때문에 한 전 대표의 당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북구갑 보궐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 내에서 거론되는 앞서의 방안들은 각기 문제가 있다. 우선 장 대표의 현재 입장대로 국민의힘이 후보를 추천해 3자 구도가 된다면 보수표가 분산될 것이므로 민주당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게 자명하다. 명분만을 앞세운 최악의 방안으로 한 전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한 물귀신 작전이나 다름없다.


후보를 공천한 후 무소속으로 등록한 한 전 대표와 단일화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어렵다. 지난 대선 경선 기간 중에 김문수 후보는 ‘김덕수’라고 하면서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것이 김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그러나 막상 후보가 된 뒤에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다가 단일화를 무산시키고 결국은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보수층에서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일단 후보로 등록하게 되면 중도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사용한 선거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와 그에게 기생하려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 감언이설에 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설사 단일화가 성사돼 한 전 대표가 보수단일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국민의힘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시선거에서 드러난 기존의 투표성향을 보면 유권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같은 기호를 선택한다. 1번을 내리 찍거나 2번을 내리 찍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의 기호는 2번인데 반해 무소속인 한 전 대표의 기호는 3번이나 4, 5번이 된다.


‘대선급 보선’이라고까지 불리는 북구갑 보궐선거는 이미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한 전 대표는 정부·여당의 실정(失政)과 비리, 국회의 폭거 등을 신랄하게 비판할 것이고 언론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적으로 보도할 것이다.


그런데 그가 무소속 후보로서 3번이나 4번 또는 5번 기호가 적힌 흰 색 차림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면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미칠 이른바 ‘한동훈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선거법상 무소속 후보로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을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제약도 있다.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들은 그의 득표력을 부정하려 할 것이나, 최근의 토크콘서트나 ‘해피마켓’ 등에서 보듯 보수 정치인 중에서 그만큼 대중성을 갖춘 정치인은 찾기 어렵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한 전 대표와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그의 득표력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크게 벌어졌던 박 후보와 전재수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최근 한 자릿수로 급속히 좁혀진 원인 중의 하나로 ‘한동훈 효과’를 지적하는 분석도 많다.(한국리서치·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재의 여론조사로 보면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당할 가능성이 크다. 당으로서는 소속 후보들이 단 한 표라도 더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애당초 무리하게 제명까지 했던 한 전 대표를 이참에 복당시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그가 무소속 후보가 아니라 기호 2번을 단 붉은 색 차림의 국민의힘 후보로 뛸 때 ‘한동훈 효과’는 배가(倍加)될 것이다.


당의 재건과 보수세력 확장을 위해서라도 당 지도부가 결단해야 될 때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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