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차이나 2년 만에 복귀…아이오닉 전면에
EV·EREV·자율주행 현지화 승부…中 전략 재설정
‘베이징현대’는 NEV 브랜드 전환 추진
사드 이후 주저앉았지만…"지금이 시장 회복 적기"
중국 아이오닉 브랜드 디자인 방향성을 상징하는 '디 오리진'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 외관에 설치된 골든 게이트ⓒ현대자동차
중국에서 설자리가 좁아진 현대차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24년간 이어온 ‘가성비 내연기관차’ 공식을 접고,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BYD·지리·샤오펑이 장악한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에 정면으로 뛰어들기로 하면서다.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고, 기술 속도가 빠른 중국 업체들과 정면 승부를 결정한 셈이다.
현대차는 24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오토차이나 2026)'를 계기로 중국 전동화 전략 전환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이달 베이징에서 아이오닉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고,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차와 콘셉트카를 잇달아 공개하며 현지 재공략 신호탄을 쐈다.
이는 단순히 전기차 신차를 추가하는 개념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한 전동화 브랜드를 중국 시장의 주류 경쟁 한복판에 올려놓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전기차도 파는 업체'를 벗어나 '신에너지차 전문 업체'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현대차는 10년 전인 2016년만 하더라도 두 자릿수 점유율(베이징현대 6.5%, 둥펑위에다기아 3.7%)을 기록하며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중국 시장 ‘빅 3’로 불렸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이후 사세가 급격히 위축됐다.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중국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기술 발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존재감이 완전히 흐려졌다.
현대차가 지금에서야 전기차로 판을 다시 짜는 이유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이미 내연기관에서 신에너지차(NEV)로 넘어갔다는 판단에서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이미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었고, BYD와 지리, 샤오펑 등 토종 업체들은 가격은 물론 소프트웨어와 스마트 주행 경쟁력까지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고성능차 등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버티는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장 구간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의미다.
2018~2025년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량 및 비중ⓒKOTRA
정책 환경도 이전 만큼 현대차에 불리하지 않다. 중국 정부는 공급과잉과 과도한 가격경쟁, 이른바 ‘내권(內卷)’ 부작용을 의식해 2026~2030년 정책 프레임을 단순 전동화보다 ‘지능형 커넥티드 NEV’ 쪽으로 좁히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의 ‘2026~2030년 제15차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지능형 커넥티드 NEV’만 신흥 육성산업으로 분류됐다. 14차 계획만 하더라도 NEV 전체가 신흥 육성산업에 포함됐지만, 그 범위가 축소됐다. 전기차를 무작정 늘리는 단계가 지나고, 소프트웨어·자율주행·AI 경쟁력이 붙은 스마트 NEV에 무게가 실리는 흐름이다.
노후차를 NEV로 바꿀 때 지급하는 보조금 ‘이구환신’ 역시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최근 개편됐다. 찻값의 일정비율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받게 되면서 소비자는 값싼 차량보다는 고급차를 구매해야 할인금액이 늘어나게 됐다. 보급형 EV를 주로 판매해왔던 로컬 업체 상당수가 이구환신 제도 변화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후발주자인 현대차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시장이 성숙한 만큼, 값싼 차보다 기술과 상품성을 앞세운 브랜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가 최근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In China, For China, To Global)”를 내걸고 2030년까지 중국에서 EV 신차 6종을 출시해 연간 50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판단의 연장선이다. 한 번 무너진 중국 사업을 되살리는 수준이 아니라, 중국을 다시 미래차 전진기지로 쓰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현대차는 "EV 전환뿐 아니라 미래 산업에서도 중국 현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톱 3' 자동차 메이커에 맞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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