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정정' 공시…계약금 인상
조합·시공사 간 갈등 불가피…"하반기 문제…선제 대응 필요"
서울 시내의 한 공사 현장.ⓒ뉴시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고환율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건설 현장의 공사비 인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장기화되며 수급 불확성이 확대되자 추가 인상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미 일부 재건축·개재발 현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등 건설 현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올 1월1일부터 4월22일 현재까지 계약금 인상을 골자로 한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정정 공시는 총 4건이다.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사우디 자프라 유틸리티 ▲대장~홍대 광역철도 민간투자시설사업 건설공사 등에서 계약액을 총 4468억원 증액했다.
최근에는 서울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고, 은평구 대조1구역과 강서구 등촌1구역 등에도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대우건설은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민간투자시설사업 건설공사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공사 등에서 공사비를 총 6812억원 규모로 늘렸다.
GS건설도 광명 철산주공 10·11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의 계약금액을 기존 3779억원에서 4103억원으로 8.5% 상향 조정했다.
DL이앤씨 역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민간투자시설사업 건설공사의 계약비를 21억원 인상했다.
다만 ▲남해 서면-여수 신덕 국도건설공사 ▲러시아 발트해 가스화학 단지(Gas Chemical Complex) 관련 사업의 경우 오히려 도급금액이 감소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남해 서면-여수 신덕 국도건설공사의 경우 일부 자재 물량 변동이 발생하면서 도급금액이 소폭 감소했다”며 “러시아 발트해 가스화학 단지는 본사와 해외법인 간 업무 범위 조정이 이뤄지면서 본사 귀속 도급금액은 줄었으나 해외법인 측 도급금액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증액하는 배경에는 고유가,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건설업은 철근, 레미콘 등 기초자재부터 방수재, 도장재, 단열재 등에 이르기까지 석유화학계 자재 의존도가 높다.
여기에 장비 연료비, 운송비, 현장 운영비, 보험료까지 연동되면서 국제 유가 상승은 에너지 비용을 넘어 공사 원가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상태다.
또한 3월 자재수급지수는 74.3으로 전월 대비 16.7포인트 떨어졌다. 해당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자재 수급 여건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중동 지역 분쟁 장기화도 부담 요인이다.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면서 공사비 상승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이미 상승한 자재 가격과 운송비 등이 단기간 내 정상화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공사비 인사분을 조합원이 분담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비용 부담을 둘러싼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미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두고 협상이 지연되거나 갈등으로 번진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이란 전쟁 이후 건설업의 지연된 충격과 우려’ 보고서에서 “전쟁은 단순히 단기간의 가격 급등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시설 훼손, 해상 운송 차질, 보험료 상승, 공급계약 재조정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 전반에 후행효과를 남긴다”며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단기적 안도감이 아니라 고유가의 후행효과가 건설산업 전반에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를 점검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적 준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공사비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커져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건설업계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민간공사 전반의 계약관리가 중요하고 정부 역시 물가변동 조정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제도 작동 시차를 줄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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