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협 선정 속도전 돌입…5월 4일 회생 분수령
매각가 기대 이하에도 ‘유동성 숨통’ 의미
하림, 289개 점포 확보…유통·물류 시너지 기대
거래는 시작일 뿐…실사·SPA·채권단 변수 여전
홈플러스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북가좌점ⓒ홈플러스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본궤도에 올랐다.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거래 성사 기대감은 커졌지만, 매각 이후 회생 효과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인수 절차가 남아 있고 사업부 분리 매각이라는 점에서 이후 경영 정상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김홍국 하림 회장이 추진해온 식품·물류·유통 간 시너지 확대 전략이 이번 인수를 계기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조부터 물류, 판매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수직계열화가 한층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과 매각 측은 지난 21일 본입찰 종료 직후 하림그룹을 우협으로 선정했다. 하림은 입찰에서 인수 희망가뿐만 아니라 세부 조건에 대한 의견을 담은 수정 제안 계약서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이 별도의 장기 협상 없이 곧장 우협을 선정한 것은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이 임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5월 4일까지 채권자 동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회생절차 폐지 또는 파산 전환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여기에 대주주 MBK파트너스로부터 조달했던 1000억원 규모의 DIP 금융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매각 대금이 적기에 유입되지 않을 경우 기업 운영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의 홈플러스 한 매장에 PB상품들로 가득 차 있다.ⓒ데일리안
또한 매각 측이 별도의 장기 협상 없이 곧장 우협을 선정한 것은 하림이 제출한 계약서가 즉시 체결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미세 조정 협상을 거쳐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다.
익스프레스 매각은 홈플러스 회생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SSM을 포함한 전체 사업 매각을 추진했지만 적합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며 무산됐다. 이후 전략을 선회해 비교적 매각이 용이한 익스프레스 사업부를 분리,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되며 거래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매각가는 당초 매도자 측 희망가인 3000억원 수준보다는 낮게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동성 확보와 회생계획안 가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카드로 평가된다.
하림이 최종 인수에 성공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유통망 확보다. 하림은 육계·가공식품 중심의 제조 역량을 갖췄지만 B2C 유통 채널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289개 매장을 보유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시 자사 제품 직판과 소비자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진다.
특히 식품 제조와 유통을 결합한 수직계열화 효과도 기대된다. 자체 생산 제품을 매장에 직접 공급하면서 유통 마진을 줄이고, 간편식(HMR)이나 신선식품 등 신규 상품 테스트 채널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 측면에서도 시너지가 거론된다. 하림은 해운 계열사 팬오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기존 물류 인프라에 SSM 점포를 더하면 지역 단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점포를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닌 ‘라스트마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확장 여지도 있다.
더욱이 이번 인수전 전면에 계열사 엔에스쇼핑이 나선다는 점에서 파생되는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TV 홈쇼핑 시장이 시청자 감소와 모바일 전환으로 인해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거점 확보를 통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포석이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유통 업황 둔화와 직영점 중심의 비용 구조를 부담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점포 운영비와 인건비 부담이 높은 구조에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인수 이후에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홈플러스 측에서 봐도 회의적 시선은 여전하다. 매각 자체가 곧바로 재무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사업부 분리 매각인 만큼, 차입금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는 인수 절차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향후 재무·자산·계약 전반을 점검하는 실사(듀 딜리전스)와 인수가격 및 조건을 확정하는 본계약(SPA) 체결, 관계 당국 승인 등 절차가 남아 있어,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틀어질 경우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자산 매각을 넘어 홈플러스의 생존 전략이 시험대에 오른 사건으로 평가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첫 관문은 넘었지만, 실제 인수 완료와 이후 통합 작업까지 이어져야만 의미 있는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흥행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짧은 기간 내 본계약 체결과 채권단 설득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거래 종결까지는 여전히 변수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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