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곧 장르…‘6.8%의 반란’ 이끄는 국악 보컬 퍼포머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4.22 08:28  수정 2026.04.22 08:28

'2026 여우락 페스티벌' 이한철 유태평양 감독진 발탈

국악 성악·대중음악 결합...새로운 예술적 가치 창출 흐름 뚜렷

전통 성악이 보존의 영역을 넘어 현대 공연 예술 시장에서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소리꾼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보컬 퍼포머’로 확장하며 대중음악의 한 축으로 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실질적인 시장 지표를 통해 그 잠재력이 확인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지난해 결산 자료에 따르면, 국악 성악(판소리·정가·민요·병창) 부문의 티켓 예매 수는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이는 국악 성악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자람 '눈, 눈, 눈' ⓒLG아트센터

공연 공급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상승이 관찰됐다. 지난해 국악 성악 공연 건수는 전년 대비 7.4% 증가했고, 공연 회차는 2.4% 늘어났다. 공연 건수와 회차, 예매 수라는 세 가지 지표가 동반 상승한 것은 전통 성악이 수동적인 보존 대상을 넘어 관객의 선택을 받는 능동적 소비 장르로 안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전체 공연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크지 않으나,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확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국악 성악의 시장성 확대는 전통의 원형에 현대적 문법을 결합하려는 아티스트들의 시도와 맞닿아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제가 ‘골든’이 오스카 축하공연에서 판소리로 울려퍼지면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나, 이자람의 ‘눈,눈,눈’ 공연이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등의 사례는 국악 성악이 대중적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경향은 2026년 ‘여우락 페스티벌’의 기획 방향에서도 드러난다. 이한철과 유태평양을 감독진으로 구성한 해당 페스티벌은 강산에, 선우정아, 안예은, 립제이, 김수인, 최예림 등 장르를 넘나드는 출연진을 배치했다. 이는 소리꾼을 단순히 전통 음악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무대를 장악하는 보컬 퍼포머로 조명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활동 반경의 확대는 국악 성악이 대중음악의 다양한 갈래와 결합하여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악 성악이 대중음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기존의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근의 소리꾼들은 목소리 자체를 하나의 장르로 활용하며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소리 공력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무대 연출과 서사 구조를 결합하여 소리꾼의 역할을 보컬 퍼포머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장르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6.8%의 예매 증가율은 국악 성악이 대중적 기호에 부합하는 현대적 변용에 성공할 경우, 공연 시장 내에서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국악 성악 시장에서 나타나는 지표의 상승은 전통 예술의 자생적 성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부 지원 중심의 보존 예술에서 벗어나 관객의 실질적 선택을 받는 장르로 진화하려는 움직임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판소리를 전공한 A씨는 “현재 국악 보컬 퍼포머들은 목소리라는 도구를 통해 장르 간 경계를 허물며 대중음악 시장 내에서 새로운 지위를 얻기 위한 노력을 오랜 기간 해오고 있다”면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정착하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한국적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소리가 향후 공연 예술 시장에서 하나의 독보적인 보컬 장르로서 입지를 굳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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