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먼저 관심”…출판 시장서 영향력 키우는 ‘대본집’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4.22 11:28  수정 2026.04.22 11:28

“어떤 작가가 대본집을 내는지도 파악…일부 작품, 해외에서도 관심”

대본집이 출판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작가와 제작사에 확인을 마친 후 출판사에 먼저 출간을 요청하는 요즘 독자들의 적극성을 원동력 삼아,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출판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드라마 종영도 전에 대본집 출간이 예정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출판예정도서목록에도 올랐고, 팬들은 이를 공유하며 대본집 발매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가 종영하면, 팬들의 호응에 힘입어 제작되던 과거보다 진행이 빠르다. 아이유, 변우석이 출연하는 현대판 왕실 로맨스로 방영 전부터 이미 큰 주목을 받은 만큼, 빠르게 대본집 출간을 계획해 시너지를 높이는 모양새다.


대본집의 인기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2019년 영화 ‘기생충’의 대본집이 출간되는 과정에서 대본과 스토리보드북을 함께 선보여 주목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를 비롯해 로맨스 드라마 ‘그해 우리는’, ‘미지의 서울’ 등 대본집을 통해 여운을 곱씹는 팬들이 늘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는 최종 3회분을 제외하면 방송 내내 3~4%로, 무난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박 작가의 작품을 향한 마니아층의 뜨거운 지지를 바탕 삼아 대본집이 출간됐다. 즉, 시청률이라는 객관적인 성적도 필요하지만, 팬들의 지지와 작품을 향한 호평이 대본집 출간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2024년 깜짝 흥행에 성공한 ‘선재 업고 튀어’는 대본집 중에선 처음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이름을 올려 대본집의 가능성을 한 뼘 넓혔었다.


수년 전 작품을 재소환하기도 한다. 지난 2022년, 박 작가의 인기작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 종영 후 무려 4년 만에 대본집을 출간한 바 있다. 그 바탕에는 작품의 여운을 ‘글’로 곱씹고 싶은 시청자들의 꾸준한 호응이 잇었다.


지난해에는 영화 ‘너와 나’ 개봉 2년 만에 대본집이 출간됐다. 출간 이후 기념 GV 상영회까지 열린 가운데, 조현철 감독과 배우 박혜수, 김시은이 직접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영상이 글로, 또 글이 다시 영상을 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과정을 ‘너와 나’가 보여줬다.


작품을 감상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시청자를 넘어, 적극적으로 작품을 소비하며 생겨난 흐름이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선재 업고 튀어’, ‘선의의 경쟁’ 등 여러 대본집을 출간한 북로그컴퍼니 관계자는 “이미 드라마가 인기 있으면 대본집이 나온다는 것을 아는 것은 기본, 어떤 작가가 대본집을 내는지, 또는 내지 않는지까지 다 파악하고 있다”며 “독자들이 먼저 대본집 제작을 출판사에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몇 명의 팬들이 모여 함께 요청하기도 한다. 작가와 제작사의 의사를 확인한 후에 우리에게 연락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대본집이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북로그컴퍼니 관계자는 “모든 대본집의 해외 판매가 높지는 않다. 아무래도 ‘드라마 대본집’이라는 형식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해외에서는 조금 낯선 감이 있다”면서도 ‘선재 업고 튀어’의 대본집 출간 이후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재 업고 튀어’ 대본집은 일본, 중국, 대만, 러시아에 판권이 팔렸고, 각국에서 사은품도 제작하고 저자 서면 인터뷰도 진행하는 등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활동도 열심히 진행했었다. 더불어 그즈음에 영국 출판사의 어느 편집자가 먼저 요청을 줘서, 에이전시와 함께 ‘드라마 대본집’ 관련 대면 미팅을 진행했었던 터라, 인기를 더 실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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