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부터 캣츠아이까지…출국금지 이후에도 주요 곡 크레딧·가수 발언 속 반복되는 이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계 안팎에서 더 눈에 띄는 건 따로 있다. 수사와 출국금지, 나아가 구속영장 신청까지 이어진 상황에서도 하이브 주요 아티스트의 음악 안에서는 여전히 방시혁의 작곡가 활동명인 힛맨뱅(Hitman Bang)은 존재감을 계속해서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리스크와 제작자 브랜드를 어디까지 분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다시 불거지는 이유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1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방 의장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방 의장이 2019년 하이브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여 특정 사모펀드 측에 지분을 팔게 한 뒤, 상장 후 사전에 맺은 비공개 계약에 따라 매각 차익의 30%를 받아 2000억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방 의장을 둘러싼 수사는 지난해 본격화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25년 6월 한국거래소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7월 하이브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8월 미국 출장에서 귀국한 방 의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후 9월부터 총 5차례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 의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전날 출국금지 해제 요청설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주한미국대사관이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독립기념일 공연을 위해 방 의장 등 하이브 임원 3명에게 미국 방문 협조를 요청했다는 보도에 서울경찰청은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가 거의 마무리단계이며 아직 서울청이 요청받은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본지가 주한미국대사관에도 사실관계 확인을 시도했지만, 대사관 측은 관련 질의에 대해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고, 별도 담당 부서도 안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하이브 주요 아티스트의 크레딧에는 여전히 힛맨뱅의 이름이 올라가고 있다. 멜론 등 음원사이트를 보면 2025년 8월 이후 공개된 코르티스(CORTIS) 데뷔앨범 타이틀곡 ‘왓 츄 원트’(What You Want), 르세라핌(LE SSERAFIM) ‘스파게티’(SPAGHETTI), 앤팀(&TEAM) ‘백 투 라이프’(Back to Life), 연준 솔로앨범 타이틀곡 ‘톡 투 유’(Talk to You) 등에 힛맨뱅이 작사 또는 작곡 크레딧으로 포함됐다. 올해 들어서도 엔하이픈(ENHYPEN) ‘나이프’(Knife), 캣츠아이(KATSEYE) ‘핑키 업’(PINKY UP),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하루에 하루만 더’, 그리고 전날 공개된 코르티스 ‘레드레드’(REDRED)까지 주요 곡에 같은 이름이 이어지고 있다.
코르티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가수들의 공개 언급도 자유롭다. 코르티스는 2025년 11월 28일 ‘2025 마마 어워즈’(2025 MAMA AWARDS) 신인상 수상 소감에서 “마음껏 음악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방시혁 프로듀서님”이라고 말했다. 데뷔곡 ‘고!’(GO!)에는 ‘Hitman처럼 Hit 만들고 싶어서 난 reload’라는 가사로 방시혁에 대한 ‘샤라웃’이 등장한다. 하이브 라틴아메리카의 첫번째 그룹 산토스 브라보스(SANTOS BRAVOS) 역시 최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방시혁의 ‘케이팝(K-POP) 방법론’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고, 새 앨범 작업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만 보면 이런 상황이 곧바로 문제 되지는 않는다. 출국금지는 해외 출국을 제한하는 행정조치일 뿐이고, 별도의 법원 명령이나 구속 조건이 없는 한 국내에서의 일반적 창작 활동 자체가 자동으로 금지되지는 않는다. 저작권법도 실제 창작 기여가 있다면 실명이나 이명을 크레딧에 표시할 권리를 인정한다. 즉 힛맨뱅이라는 이름이 계속 오른다고 해서 위법이라 보긴 어렵다. 다만 법적 허용 여부와 별개로, 구속영장 신청까지 간 인물의 제작자 브랜드를 회사가 계속 앞세우는 판단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팬덤의 비판과 시장의 냉랭한 반응에 대한 책임은 하이브가 감수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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