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 결제 제한, 소비자 편의·신뢰 떨어뜨리는 요인
미국·영국·일본, 수수료 부담에도 카드 납부 폭넓게 허용
소비자가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 시급
보험은 국민 생활 안정의 기본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보험료 납부 방식은 여전히 계좌 자동이체라는 전통적인 방식에 묶여 있다.ⓒ연합뉴스
보험 가입은 국민 생활 안정의 기본 축이다.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생명보험, 손해보험 모두 개인의 위험을 분산하고 가계를 보호하는 사회적 장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납부 방식은 유난히 시대에 뒤쳐져 있다.
대부분 공과금, 통신료, 세금까지 카드 납부가 가능한 상황에서 보험료만은 여전히 ‘계좌 자동이체’라는 전통적 방식에 묶여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법안은 이미 14년째 국회를 떠돌고 있다.
보험료 카드 납부 허용 의무화를 담은 법안은 매회기마다 발의되지만,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이견, 카드수수료 부담 논란 등으로 번번이 폐기됐다.
보험사가 카드 납부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카드수수료 때문이다. 보험료는 대체로 장기간 납부되고, 고액의 금융거래이므로 카드수수료 납부가 보험사의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카드결제로 전환할 경우 보험사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논리는 단기적 시각에 국한된다. 보험사는 소비자 확보를 위해 홍보, 영업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어렵게 확보한 보험 소비자는 보험료 납부를 위해 매월 자동이체 계좌를 이용하며, 납기일 관리 실패에 따른 연체 위험과 불편도 감수한다.
보험사 입장에서 카드수수료 부담보다 소비자 이탈에 따른 비용이 훨씬 크다.
따라서, ‘비용 절감’ 명목으로 카드 납부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보험업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잃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지 못한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많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 납부관리의 불편이 크다. 소비자들은 카드 한 장으로 공과금을 통합 관리한다. 보험료만 예외가 되면 납부 누락, 은행 계좌 잔액 부족에 따른 체납 등의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현금흐름의 제약이다. 카드 납부는 한 달의 유예기간을 통해 소비자에게 지급여력 확보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어준다.
반면, 계좌이체는 월초에 바로 출금돼 가계의 유동성이 순간적으로 감소한다.
셋째, 이탈 증가다. 젊은 소비자층에서 정기출금에 부담을 느껴 보험 해지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030 세대의 중도해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결제 불편’이 상당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보험료 카드 납부 금지는 단기적 비용 절감 대신 장기적 해지 증가를 초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은 카드 납부가 보편화된 국가들이다. 미국·영국 등 영미권에서는 자동차보험, 주택보험, 일부 건강·생명보험까지 카드 납부가 일반적인 옵션으로 제공된다.
미국의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자동차보험료를 매월 카드로 자동 이체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자동 납부 할인 등 추가 혜택도 부여한다.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주요 자동차 보험사가 비자·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또 일부 보험에서는 기업이 법인카드로 보험료를 결제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기업은 여유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카드포인트·마일리지 등의 부가 혜택도 얻고 있다.
이처럼 영미권에서는 카드수수료 부담이 있음에도, 납부 방식의 선택권을 소비자·기업에 맡기는 방향으로 시장이 정착돼 있다.
일본도 공적 보험까지 포함해 다양한 납부 수단 중 하나로 신용카드를 적극 도입해 오고 있다.
향후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보험업법·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료 납부 수단을 ‘계좌이체·카드·간편결제’ 중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보험료 카드 결제 문제는 소비자 후생의 문제다.
14년째 국회에서 공회전하는 사이, 납부 불편과 현금흐름 제약은 소비자에게 전가됐고, 젊은 층에서는 계약 유지의 피로감이 커져 중도해지라는 형태로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보험사가 선진국처럼 납부 수단의 다양화를 적극 추진할 경우 ‘소비자 후생 제고 및 보험 유지율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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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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