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 물가·금융 안정 최우선"
구조개혁·조직문화 혁신 강조
5월 첫 금통위 데뷔, 통화정책 향방 가늠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공식 취임하며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고물가와 고환율, 경기 둔화가 맞물린 복합 위기 상황 속에서 신 총재가 향후 통화정책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신 총재는 한은 별관에서 취임식을 열고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신 총재는 이날 취임사에서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그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 충격이 발생하면서 물가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진단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침체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충 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분석이다.
신 총재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책 변수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기존 정책 수단들을 재검검하고, 효율적인 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금융 안정 부문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기존의 건전성 지표뿐만 아니라 시장의 가격 지표를 적극 활용해 위기 조기경보 기능을 고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비은행 금융기관의 비중이 커진 현실을 반영해 이들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부외거래나 비전통적 금융상품까지 분석 범위를 넓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단 계획이다.
중앙은행의 미래 과제인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도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신 총재는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 토큰의 활용성을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아고라 프로젝트' 등 국제 협력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디지털 결제 생태계 내에서 원화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국내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성장동력 약화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신 총재는 "인구 구조의 변화, 경제적 양극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요인은 통화정책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통화정책 운영의 중요한 일부"이라며 한은이 구조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을 시사했다.
내부적으로는 수평적이고 유기적인 조직 문화를 주문했다.
조사연구와 정책 집행 등 각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합당한 처우와 성장 기회를 제공해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제28대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된 신 총재는 옥스퍼드대와 프린스턴대 교수,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등을 역임한 세계적인 경제 석학이다.
신 총재는 국제금융기구와 학계를 두루 거친 '이론·실무 겸비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개인사 관련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여야는 그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지난 20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제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다음 달 28일 예정된 신 총재 주재의 첫 금융통화위원회다.
최근 수입물가가 28년 만에 최대폭인 16% 폭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가 어떤 금리 시그널을 보낼지가 관건이다.
신 총재는 앞서 청문회에서 "물가와 성장이 충돌할 경우 물가 안정에 더 무게를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선 신 총재가 당분간 긴축적인 통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권 전문가는 "5월 금통위는 향후 4년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통화정책을 구조적 요인과 연계하겠다는 신 총재의 시각은 한은이 단순한 금리 결정을 넘어 인구구조와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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