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로 출산" 아내 과거 알게 된 남편, 혼인 취소될까

김혜민 기자 (gpals4965@dailian.co.kr)

입력 2026.04.21 14:45  수정 2026.04.21 14:48

ⓒ 게티이미지

배우자가 결혼 전 성폭력 피해로 아이를 낳아 입양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2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중견 제조업체 회계팀에 근무하는 A(43)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직장 동료의 소개로 시립도서관 사서인 아내 B씨를 만나 약 1년간 교제한 뒤 결혼했다.


문제는 결혼 1년 가량이 지난 뒤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A씨가 아내의 짐을 정리하던 중 갓난아기 사진과 관련 서류가 담긴 상자를 발견했고 이를 묻자 B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B씨는 스무 살 무렵 성폭력 피해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고 출산 후 아이를 입양 보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기억이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아내가 겪었을 고통은 이해하지만 결혼은 서로의 인생을 함께하는 일인데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결혼했다는 점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같은 경우 사기에 해당하는지, 혼인 취소와 재산 분할·위자료 청구가 가능한지 알고 싶다”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김나희 변호사는 “민법 제816조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 표시를 한 경우 혼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단순히 과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기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혼인 의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적극적으로 속였는지, 해당 사실을 미리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성폭력 피해로 인한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 해당해 반드시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유사한 사례에서 결혼 전 성범죄로 인한 임신·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사기에 의한 혼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김 변호사는 “범죄 피해가 아닌 일반적인 관계에서의 출산 사실을 숨긴 경우에는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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