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에 나프타 수급 불안…의료현장까지 영향
온라인서 주사기·수액세트 부족…식약처 “생산량 및 재고량 충분, 단속 강화”
원자재·물류 불안에 가격 급등…공급 불안 장기화 우려
21일 오후 국내 의료소모품 판매업체의 한 온라인몰에 일회용 주사기 등 제품이 모두 품절됐다. ⓒ해당 판매업체 온라인몰 캡처
중동발 전쟁에 따른 석유화학 원자재 수급 불안 여파가 의료용 소모품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정부는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유통 단계 병목과 가격 급등이 겹치며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수급 차질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정은경 장관 주재로 중동전쟁 대응 제4차 보건의약단체 회의를 열고 의료제품 모니터링 결과와 주요 조치 내용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주사기, 주사침, 약포지, 시럽병 등 주요 의료제품 생산량이 전년과 비교해 큰 감소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주사기는 오히려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5시 기준 주사기 생산량은 487만개, 출고량은 413만개, 재고는 4479만개 수준이다. 아울러 한국백신, 성심메디칼 등과 협약을 통해 주말(18~19일) 동안 272만개를 추가 생산, 온라인몰과 병·의원에 공급해 유통망 안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 설명과 달리 의료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냉랭하다. 특히 중소형 의료기관의 부담이 크다. 대형병원은 공급업체와 연 단위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간접납품회사(간납사)를 통한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반면, 중소형 의료기관은 온라인 유통망 의존도가 높아 수급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료소모품 판매업체가 온라인몰 팝업창을 통해 공지한 안내문. ⓒ해당 판매업체 온라인몰 캡처
실제로 이날 기준 일부 의료기기 온라인몰에서는 주사기와 수액세트 등 주요 의료소모품의 품절이 이어지고 있다. 물량이 있더라도 가격 부담이 문제다. 기존 5000원 수준이던 3cc 주사기는 8000원까지 올랐고, 5cc 주사기도 1만원대로 뛰면서 사실상 두 배 가까이 급등해 구매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도매업체에서는 제조사 공급이 곧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물량이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장에서는 여전히 품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수의 의료기기 판매업체는 온라인몰 팝업창을 통해 “최근 발생한 중동지역 분쟁 등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원자재 수급 및 물류상황에 차질이 있다”며 “일부 품목의 장기 품절과 단가 인상이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도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조금씩 물량이 풀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을 겪는 의료기관이 많다”며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지표와 현장 체감 간 괴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생산보다 유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사에서 출하된 물량이 도매·유통 단계에서 늦어지거나 의료기관까지 제때 전달되지 않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가격 상승을 노린 유통 과정의 왜곡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주사기 유통망 안정화를 위해 35개조의 단속반을 편성하고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특별 단속에 착수했다. 매점매석 판단 기준은 월 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하는 경우 등이며, 적발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병원과 의원마다 상황이 다른데, 대형병원은 수급 문제를 크게 호소하지 않는 반면 중소 의료기관은 체감이 다르다”며 “현재 생산에는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정부가 점검하고 관리하면 공급 불안도 점차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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