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는 왜 웃었나?…이재용이 증명한 3065억 베팅의 가치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4.21 11:40  수정 2026.04.21 11:49

전체 예산 40% ‘인재’ 몰아주기...애플 본거지 남부서 우수 인력 선점

모디 사로잡은 ‘인도산 플립7’ 셀피...삼성이 설계한 기술 역수출 결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뉴델리 영빈관 오찬장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인도 노이다 공장에 생산된 '갤럭시 Z플립7'으로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청와대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영빈관 하이데라바드 하우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함께 사진을 찍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 회장이 손바닥을 펼쳐 셔터를 누르는 ‘팜 셀피(Palm selfie)’ 기능을 직접 선보이며 촬영한 이 사진은 삼성과 인도의 밀착된 미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75세의 노련한 정치가를 미소 짓게 한 이 짧은 순간의 이면에는 이 회장이 치밀하게 설계한 인재 경영과 한·인도 간의 강력한 ‘윈윈(Win-Win) 동맹’이 숨어 있다.


21일 본지가 삼성전자 인도법인(SIEL)의 ‘사회적 책임(CSR) 실행 계획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2025~26 회계연도) 삼성의 현지 사회공헌 투자액은 193억8900만 루피(약 3065억원)로 책정됐다. 이는 직전 회계연도 예산인 144억4800만 루피(약 2284억원) 대비 34.2% 급증한 규모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인도 내 삼성전자의 견조한 수익 성장이 밑바탕이 됐다. 삼성은 ‘최근 3개년 평균 순이익의 2%를 사회공헌에 의무 지출해야 한다’는 인도 회사법 규정에 따라 올해 산출된 예산 전액을 현지에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비용 지출을 넘어선 투자의 ‘질적 전환’이다. 삼성은 전체 예산 중 단일 사업 최대 규모이자 약 40%에 달하는 약 1221억원(77억2500만 루피)을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SIC)’ 운영에 집중 배정했다. 이를 통해 매년 인도 청년 3만명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전문가로 키워낸다.

전략 핵심은 인력 락인...예산 40% 인재 투자

이는 사회 공헌을 넘어 경쟁사인 애플의 추격을 뿌리치려는 ‘인재 락인(Lock-in)’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현재 애플은 전 세계 아이폰 생산량의 약 25%를 인도에 할당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은 애플의 주력 생산 본거지인 타밀나두 등 남부 지역 유망주들을 타겟팅해 해당 지역 SIC 교육 인원 비중을 전체의 약 25% 수준(5000여명)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이 지역 여성 교육생 비중을 70% 이상으로 설정하며 애플이 필요로 하는 현지 인력 풀을 고급 AI 엔지니어로 선점, 삼성만의 ‘글로벌 R&D 병기창’으로 요새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모디 총리의 신뢰는 이러한 삼성의 ‘기술 전수’ 정공법에서 기인한다. 실제 인도 현지 인재를 삼성의 핵심 자산으로 키우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는 기술 역수출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인도 이코노믹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류경윤 노이다 연구소(SRI-N) 소장은 “우리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글로벌 원팀(One Team)’으로 함께 개발한다”며 차세대 플래그십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핵심 기능 개발에 인도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류 소장은 “사용자의 의견과 피드백은 우리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인도 현지의 특수한 사용 패턴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들이 글로벌 소프트웨어 최적화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혼잡한 환경에서 정보를 보호하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AI 기반 생산성 도구인 ‘나우 넛지(Now Nudge)’ 등이 한국 본사와 인도 연구진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탄생해 전 세계 갤럭시 사용자의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인도 뭄바이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삼성 반드라 쿨라 콤플렉스(BKC)에서 ‘AI홈 – 미래 일상을 현실로(AIHome:FutureLiving,Now)’를 주제로 현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
"글로벌 원팀"…진출 30년, 매출 2200배 성장

이날 시연에 사용된 기기는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갓 생산된 ‘갤럭시 Z 플립7’이다. 이 회장이 선보인 ‘팜 셀피’는 기술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사용자 뒤에서 편의를 돕는 삼성의 실용주의적 UX(사용자 경험) 지향점을 보여준다.


올해로 인도 진출 3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인도를 단순 생산 거점이 아닌 글로벌 전략 요충지로 키워왔다. 1995년 진출 당시 83억원이었던 매출은 작년 기준 18조원으로 2200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노이다 공장의 경우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절반가량을 제조하는 핵심 기지다. 벵갈루루 R&D 센터 등을 포함해 현지에는 총 1만명이 넘는 전문 엔지니어가 상주하며 삼성 AI 연구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도 삼성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유력 경제지 등은 ‘삼성이 인적 자본 육성을 위해 예산을 배정하고 인도의 미래 가능성에 가장 강력한 신뢰를 보냈다’고 평가하며 삼성의 인재 교육이 인도 국가 발전의 동력이자 양국 협력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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