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수입물가 쇼크…한국 경제, ‘S공포’ 현실화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4.20 15:10  수정 2026.04.20 15:11

저성장·고물가 진입 가능성 커져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 2%대 ↑

수입물가…소비자 물가에 시차 반영

정부, 추경·비상경제 대응체제 유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수입물가가 28년 만에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오르며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요 국제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후반으로 낮춘 반면, 물가 상승률 전망은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 대책을 통해 전방위 대응에 나섰지만, 수입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2차 파고’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發 유가 상승…수입·소비자물가 직격


20일 한국은행의 ‘2026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원화 기준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69.38로 전월 대비 16.1% 급등했다.


1998년 1월(17.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수입물가 상승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향후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불확실해 원자재 공급 차질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수입물가 역시 불안정한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인상된 수입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까닭이다.


20일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2020=100)이며,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는데,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정부 역시 중동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경기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경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를 통해 “중동전쟁 영향으로 소비심리와 기업심리가 둔화하고,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2개월 연속 경기 하방위험 표현을 사용했는데 특히 지난달에는 ‘경기 하방위험 우려’에서 이달들어 ‘경기 하방위험’ 커져로 표현이 바뀌었다.


국내외 주요 기관, 한국 올해 물가 상승률 2%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뉴시스

국내 주요 공식·전문기관들은 물가 상승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서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상방압력이 크게 확대되겠다”고 전제한 뒤 “다만,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해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 전망치 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물가경로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짚었다. 국제유가와 환율 흐름, 정부 정책의 효과, 비용 상승의 전가 정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봤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소비자물가보다 먼저 움직이는 선행 심리 지표로 해석되기 때문에, 물가가 당장 급등하지 않더라도 향후 가격 인상 압력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 경제 연구기관도 유사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IMF는 1%대 후반의 성장률과 달리 물가 상승은 2%대를 전망했다.


‘2026년 4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5%인 반면 성장률을 1.9%다. 한국의 연간 물가 흐름이 2%를 웃도는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는 국제기구의 판단으로 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의 경우 지난해 전망 대비 0.9%포인트(p) 오른 2.7%로 전망했다.


OECD는 “2026~2027년 미국 실효관세율이 3월 초 수준 유지, 올해 중반부터 석유·가스·비료 가격 점진적 하락 등의 기술적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향후 분쟁 양상과 에너지 가격 경로에 따라 GDP, 물가, 공급망 등에 대한 상하방 리스크가 병존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신속 집행 등을 통해 중동발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를 위해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유지하며 상황변화와 부문별 영향을 모니터링하겠다”며 “추경 신속 집행, 현장애로에도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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