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경기침체 속 전력 가격 급등
정부, 낮엔 '인하'·저녁엔 '상승' 개편
업계에선 "실효성 있나" 의구심 제기
전문가들 "6월 이후 본격 상승 예상"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업주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4월부터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외식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속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국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전력 가격까지 70% 넘게 급등하며 비용 압박이 한층 심화되는 양상이다.
날이 더워질수록 재료 신선도 관리를 위한 냉방비 부담이 높아지고,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에어컨 가동 요구가 이어지는 탓에 '전기세 폭탄'을 우려하는 자영업자들의 불안은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다.
21일 자영업자들이 모인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따르면 "사장님들 에어컨 트시나요", "올 여름은 죽었네"라는 등의 자조 섞인 게시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는 주로 오후에서 저녁 시간대 영업을 개시하는 점주들로부터 나왔다.
자신을 스터디카페 사장이라고 밝힌 A씨는 "전기료가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확 올랐다. 그나마 하루 중 아이들이 많이 오는 시간대인데 절약 방법 팁을 좀 공유해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최근 30도에 육박했던 전국 날씨 현황 표를 올렸다.
이 글에는 "올 여름 죽었네"라는 글이 달렸고, 또 다른 게시물에는 "손님들이 에어컨 틀어달라 할 때 안 틀면 평점이나 재방문율이 떨어진다" "요구가 있을 때 켰다 껐다 한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앞서 정부가 지난 16일부터 시행한 전기요금 계시별 개편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반면, 전력 사용 피크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요금을 인상한다.
구체적으로 산업용 기준 피크 요금은 155.4원/kWh(킬로와트시)에서 160.5원/kWh로 3.2% 상승했고, 비피크 시간대는 120.4원/kWh에서 103.5원/kWh로 14% 인하됐다.
서울 종각역 인근 젊음의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기료 개편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통상 외식업 영업이 저녁 피크타임에 집중되는 구조에서, 정부가 해당 시간대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체감 부담이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조현 씨(32세·남)는 "식자재비, 임대료, 인건비, 물가까지 다 오른 경기 침체 상황에 전기세 인상까지 고정비용을 합치면 최저시급도 못 받는 수준"이라며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국가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왜 늘상 고정적으로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분개했다.
정부는 당장 전기요금 인상은 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말 ‘2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전기요금은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혀 단기적인 물가 자극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전기 가격 변동은 없다”면서도 “3~6개월 뒤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해 향후 인상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실제 부채 규모가 205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이 받아오는 전력 도매가격이 올라가면 덩달아 국민이 부담해야 할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한국전력은 전기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소매상’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전력 도매가격 상승은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전력 가격 상승은 연료비와 환율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발전단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이 높은 구조 가운데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며 LNG 현물 가격이 한때 두 배 이상 급등한 영향이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는 6월 3일 예정된 지방선거를 고려해 당장엔 전기료 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면서도, 결국 한전이 오롯이 손해를 떠안다가 연말께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YTN라디오에서 "아마 여름에 들어오는 천연가스 물량부터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정부는 올 여름을 무사히 나기 위해서 전기요금을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여름은 비슷한 수준에서 전기요금 부담을 하게 되고, 아마 '올 말이나 가을 정도'에는 전기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때는 한전의 재무 상황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하게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형태의 조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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