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사단법인 직원, 인사 제도 관련 인권위 상대 진정 제기…기각되자 소송
법원 "군 경력자 기본급 보상은 차별 아니지만…직급·승진 차등은 성차별"
법조계 "호봉 인정·직급 불인정 판단 이해 어려워…구체적 타당성 고려 안돼"
"여군도 다수 자원 복무…군 복무 정당 보상, 성차별 문제 접근 부적절해"
서울행정법원. ⓒ데일리안DB
군 복무 경력 유무에 따라 직급과 승진 기회를 다르게 책정한 인사 제도는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가운데, 법조계에선 군 복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군 경력의 가치를 임금 보전에만 한정하고 승진 기회에서 배제한 판단을 두고 오히려 복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양순주)는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진정신청기각 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A씨는 한 사단법인에 공개채용으로 입사한 뒤 같은 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해당 법인의 인사관리 규정과 보수 규정에 따르면 군 경력 2년이 있는 제대군인은 2호봉이 가산돼 초임 호봉이 5급 12호봉으로 책정됐다.
A씨는 "신규 직원의 호봉 산정 시 군 경력 기간만 인정해 여성 근로자는 남성 근로자와 같은 기간, 같은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임금과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난해 2월 해당 진정을 차별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이에 A씨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해당 법인이 군 경력자에게 2호봉을 더 인정해 더 높은 기본급을 지급하는 것을 부당한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4급 승진 요건이 '5급 승진 후 4년 이상'으로 정해져 있어 군 경력이 없는 여성은 같은 시기에 입사해 같은 업무를 수행한 제대군인 남성보다 4급 승진까지 2년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불합리하게 성별을 이유로 차별 취급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법인의 인사관리 규정에서 경력 가산 사유로 규정한 '병역법 및 관련 법률에 의한 의무를 마치기 위해 징집 또는 소집된 경우'에는 여성이 편입될 수 없다"며 "이는 전체 남성 대부분에 비해 전체 여성을 차별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녀고용평등 업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특정 성에게 승진 기회는 부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나 절차 등을 적용하는 것은 승진에서의 남녀 차별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즉, 호봉과 임금 등 군 복무 경력에 따른 보상은 인정되지만, 입사 직급이나 승진 기회가 달라지는 등의 구조로 확장되면 성차별로 전환될 수 있다는 취지다.
법원.ⓒ데일리안 DB
군검사 출신 배연관 변호사(법무법인 YK)는 "호봉은 인정되지만 직급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 같고, 궁극적으로 병역의무로 불이익을 주면 안되는 것인데 이 판결은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이어 "여군도 적지 않게 자원하여 복무하는 상황에서 군 복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성차별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불가역적 자원인 시간을 들여 복무를 한 기간에 대한 평가를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며 "국가와 국민의 요청에 따라 나라를 위해 원치 않는 곳에서 자고 원치 않는 것을 먹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느껴진다. 국가의 번영과 안락이 묵묵히 고통받는 장병들 덕분은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군 복무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적 공백 기간으로 이어지고 그로인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 호봉 가산이나 초임 급여 우대 등 손실 보전 성격의 보상은 합리적 차별이며 허용된다고 본 것"이라며 "다만 이를 승진에까지 반영하는 것은 성별 차별 및 미필자와 군필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남녀고용평등법 등 법률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보상과 특혜의 의미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상은 과거 손해를 보전하는 것임에 반해 특혜는 미래 경쟁력에서 차별을 가하는 것이라고 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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